(토마토칼럼)1주의 권리를 누리고 싶다면 1주를 사라

입력 : 2018-11-26 오전 6:00:00
1주의 주식은 1주만큼의 권리를 가진다. 
 
자본주의의 꽃이라 불리는 증권시장, 그 증권시장의 존립근거이자 불변의 원칙이다. 하지만 지금 이곳 대한민국 증시에서 이 원칙이 제대로 지켜진다고 믿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한국 증시 상장을 위해 준비 중인 중국기업이 있다. 1년만이다. 먼저 입성했던 선배들 덕분에 혹독한 평가를 받고 있는데, 그럴 만도 하다. 발행주식 상당지분을 보유한 한국 주주들이 주식을 모아 주권을 행사해봤자 정작 중국본토에 있는 핵심 자회사에게는, 또 중국인 대주주에게는 별다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음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사고 치고도 멀쩡한 중국 경영진에게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는데, 홍콩 등 제3국에 있는 서류상의 지주회사 주식 99%를 가진들 무슨 소용이 있었을까? 1주가 1주권을 입증하지 못한 사례다. 
 
이들에게만 손가락질 할 수가 없는 것은, 따지고 보면 우리가 잘 아는 기업들도 별반 다를 게 없기 때문이다. 
 
한국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오래 전부터 이런 말이 정설처럼 받아들여졌다. ‘대기업 오너 2세(3세)가 가진 주식을 사라.’ 어떤 방법을 동원하든 결국에는 그룹의 상속자가 이로운 쪽으로 판이 설계되고 이행될 테니 상속자의 주력 기업에 투자해 한 배를 타라는 것이다. 이런 황당한 말이 개미들에게 고언, 격언쯤으로 승격된 이유는 그간의 역사가 보여준다. 
 
최근 투자자들에게 주목받은 두 가지 사건이 있었다. 하나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논란이고, 다른 하나는 행동주의펀드 KCGI의 등장이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분식회계를 저질렀는지 금융당국이 무리한 잣대를 들이댄 것인지, 자회사를 재평가하고 가치를 매기는 과정이 불법이었는지 아닌지, 이것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어느 정도 기여했는지는 각자 생각이 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삼성이 무죄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조차 이 과정이 삼성그룹의 승계와 전혀 관련 없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합법과 불법은 법원이 판단하겠지만, 결과적으로 대주주에게 이로운 판이 만들어진 것은 사실이니까. 개인적으로, ‘상속자와 한 배를 타라’는 말을 처음 들은 것도 2000년대 초반 삼성SDS 상속 이슈 때였다. 
 
증자와 감자, 분할과 합병 등을 통해서 다른 주주들이 가진 1주의 권리를 1주 미만으로 만들거나, 대주주의 1주를 1주 이상으로 부풀리는 ‘작업’을 지난 20년 동안 반복해서 목격했다. ‘선구자’에게서 보고 배운 중소기업들도 다르지 않았다. 
 
1주만큼의 권리를 가지고 이런 모순을 깨보자는 것이 행동주의펀드다. 물론 해당 펀드 운용진에게는 펀드 투자자들의 이익이 전부일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이익 추구 덕분에 1주의 값어치가 제대로 평가될 수 있다면 좋은 일이다. 
 
삼성전자와 현대차를 공격해 ‘국부유출’ 논란을 빚을 당시 외국계 펀드인 엘리엇매니지먼트를 응원한 국내 투자자들이 적지 않았다. 왜? 1주로 2주, 3주의 권리를 누리려던 대주주를 흔들었으니까. 
 
주권은 주식에서 나온다. 1주의 권리를 더 누리고 싶다면, 다른 주주들처럼 1주를 사면 된다. 
 
 
김창경 증권부장 /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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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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