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국내 30대 이상 성인 7명 중 1명은 당뇨병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흔하지만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하는 만큼 합병증 예방을 비롯한 관리의 중요성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24일 대한당뇨병학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6년 국내 당뇨병 인구는 500만명을 넘어섰다. 당뇨병은 한국인의 5대 사망원인에 들어갈 만큼 무서운 질병으로 만성신질환으로 투석하는 환자, 교통사고 이외의 이유로 다리를 절단하는 환자, 실명하게 되는 원인 1위 질환이다. 하지만 주변에서 흔하게 만나다보니 당뇨병의 심각성을 깊이 인식하는 못하는 경우가 많다. 당뇨병을 가진 환자 자신조차 치료에 무관심한 경우도 부지기수다.
혈액 속에 존재하는 포도당을 혈당이라고 하는데, 혈액 속에 있던 포도당이 세포로 이동해 에너지로 사용된다. 이때 혈액에 있는 포도당이 세포 안으로 들어가는데 필요한 물질이 바로 인슐린이다. 인슐린이 정상적으로 분비되지 않거나 작용에 문제가 생겨 포도당이 세포 내로 적절하게 들어가지 못하면 혈당이 올라가고, 혈액이 찐득찐득 해져 혈관에 합병증을 일으키는 병을 당뇨병이라고 한다.
당뇨병의 분류에서 가장 큰 축을 차지하는 것은 제 1형 당뇨병과 제 2형 당뇨병이다. 제1형 당뇨병은 주로 소아~청소년기에 발생하는데 인슐린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서 생긴다. 인슐린은 우리 몸의 췌장이라는 기관에 있는 베타세포에서 만들어 분비된다. 베타세포가 어떤 이유로 파괴돼 인슐린 생산을 못하게 되면 혈당이 상승, 당뇨병이 된다. 제1형 당뇨병은 반드시 인슐린으로만 치료해야 한다.
2형 당뇨는 성인에서 발생하고, 서서히 진행된다. 국내 당뇨병 환자의 대부분이 2형 당뇨병에 해당한다. 인슐린 저항성의 증가와 인슐린 분비의 감소가 주원인이다. 유전적 요인을 가진 사람에게 비만, 과다한 탄수화물과 지방 섭취, 운동 부족, 스트레스, 호르몬 이상, 감염증, 당대사에 영향을 주는 약물 복용, 위절제 수술 등과 같은 환경적 요인이 함께 작용하게 되면 제 2형 당뇨병이 발생할 수 있다.
당뇨병이 심해져 고혈당 상태가 지속되면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은 소변을 많이 보게 되고, 물과 흡식 섭취가 늘지만 체중은 감소한다. 정상인의 콩팥에서는 혈당을 재흡수해서 소변으로 배출하지 않는데, 혈당이 180mg/dL 보다 높아지면 콩팥이 당을 다 재흡수하지 못하게 돼 소변으로 포도당이 빠져나가게 되기 때문이다.
포도당이 빠져나갈 때 많은 양의 물이 함께 나가기 때문에 소변을 많이 보게 되고, 물이 많이 빠져나가면서 탈수가 생겨 물을 많이 마시게 된다. 또 인슐린이 부족하면 혈당이 높아도 에너지 부족상태로 판단해 에너지 섭취를 더 하도록 신호를 보내 더 먹고 싶어지고 많이 먹게 된다.
정인경 강동경희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당뇨병의 초기에 증상이 없어 모르고 방치하다가 당뇨병 합병증이 진행돼 나중에 혈관이 막힌 후에 중풍, 심근경색, 실명이나 부종으로 병원에 와서야 진단되는 경우가 있다"며 "40세가 넘으면 매년 공복에 혈당 검사를 해보는 것이 좋고, 당뇨병이 있는 환자는 1년에 한 번씩 합병증이 생겼는지 꼭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당뇨병은 질병 자체의 증상보다 합병증이 더 위험한 질환이다. 혈당이 높으면 피는 물엿처럼 끈적끈적 해진다. 끈적끈적해진 피는 우리 몸의 혈액순환을 방해해 각종 합병증을 유발한다. 당뇨병 합병증은 크게 급성 합병증과 만성합병증으로 나뉜다. 급성합병증은 당뇨병 진단을 받고도 잘 치료하지 않는 경우에 혈당이 400~500 이상으로 올라가 생긴다. 고삼투압성 혼수, 케톤산혈증 등이 해당되며 대개는 혼수상태까지 진행돼 응급 치료가 필요하다. 적절한 치료를 받는다면 회복은 가능하다.
당뇨병의 가장 큰 문제는 만성혈관 합병증이다. 합병증 발생 초기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어 모르고 지내다가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이미 말기상태로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당뇨병 환자에서 장애가 발생하거나 사망하게 되는 이유가 대부분 만성합병증이 원인이 된다. 만성합병증은 콩팥, 눈, 신경에 있는 가는 혈관에 오는 미세혈관합병증과 심장, 뇌, 상하지 혈관 등의 굵은 혈관에 오는 대혈관합병증이 있다. 눈은 당뇨병성 망막증, 콩팥은 당뇨병성 신증이 생길 수 있다.
당뇨병 환자에게 식사 조절은 필수적이다. 원칙은 일정한 시간에 규칙적으로 적절한 양의 음식을 먹는 것이다. 야채에 많이 들어있는 식이섬유는 혈당을 낮추는데 도움이 되며, 설탕이나 꿀 같은 단순당이나 소금, 동물성 지방 섭취는 되도록 줄이는 것이 좋다. 운동은 숨이 조금 찰 정도의 강도로 하루에 30∼60분 가량, 일주일에 3일 이상 하는 것을 추천한다. 산책, 조깅, 맨손체조, 자전거 타기 등의 가벼운 전신 운동도 효과적이다.
과체중이며 식사요법만 하는 경우라면 식전과 식후 어느 때나 운동을 해도 관계없으며 경구혈당 강하제나 인슐린을 사용하고 있는 환자라면 식후에 운동을 하는 것이 저혈당 예방에 좋다. 당뇨 합병증이 심하거나 심장이 나쁜 경우 또는 동맥경화증이 심한 경우는 식후에 심한 운동을 하게 되면 심장과 혈관에 무리가 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당뇨병 환자라고 해서 무조건 금주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적당한 술은 동맥경화에 도움이 되는 HDL-콜레스테롤을 다소 올려주기 때문에 약간의 음주는 혈관에 나쁘지 않다. 남성의 경우 하루 2잔, 여성은 1잔까지는 괜찮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계속된 과음과 폭음은 간 질환 이외에도 췌장에 염증을 일으켜 심한 만성 췌장염으로 인슐린 분비가 안 돼서 평생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술을 마실 때는 가급적 천천히 적당히 마시고 공복 상태에서는 마시지 않도록 해야 한다.
반면, 흡연은 우리 몸에 혈액 응고를 증가시키고 혈전을 만들어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등의 혈관질환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밝혀졌기 때문에 당뇨병을 진단받았다면 반드시 금연해야 한다.(도움말=강동경희대병원)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