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과연 '이간계'인가?

입력 : 2018-11-27 오전 6:00:00
이강윤 칼럼니스트
이간(離間) : 두 사람이나 나라 따위의 사이를 헐뜯어 서로 멀어지게 함. <표준국어대사전>의 설명이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최근 “트위터 글이 죄가 되지 않음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먼저 특혜채용 의혹이 허위임을 법적으로 확인한 뒤 이를 바탕으로 ‘허위사실에 대한 명예훼손’ 여부를 가릴 수밖에 없다. (중략) 검찰제출의견서를 왜곡해 유출하고 언론플레이하며 이간질에 앞장서는 사람들이 이간계를 주도하는 사람들이며, 이들을 밝히는 것이 ‘트위터 계정주사건’의 본질이자 핵심”이라고 밝혔다.
 
의문이 생긴다. 이간계 주도자 규명이 본질? 그럼 이간시키려는 양측은 누구 누구? 이 지사의 상황인식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법률가인 이 지사가 더 잘 알겠지만, 수사의 기본은 사실관계 규명이다. 트위터 계정(@08_hkkim) 주인과, 문제의 트윗을 누가 썼는지 밝히는 게 핵심이다. 트위터 본사의 확인은 불가능하니, 계정주인을 여러 방법으로 찾아내려는 건 수사의 기초다.
 
이 지사 부인 김혜경씨의 <다음>, <네이버>, <g메일> 아이디가 동일(또는 매우 유사)하고, 고발당한 직후 계정탈퇴 행위가 이뤄졌다. <다음> 계정의 탈퇴 직전 마지막 접속지는 이 지사 자택이었다. 또, ‘공교롭게도’ 이 지사 아내는 계정탈퇴 후 전화기를 바꿨다. 전화기 조사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졌다. 전화기 교체는 물론 모든 시민의 자유다. 그런데 왜 하필 경찰고발 직후에? 정황 대부분이 이 지사 아내를 가리키고 있다. ‘혜경궁 김씨가 이 지사 아내 아니냐’는 정치공세(이 지사 측에서 보자면)가 합리적 의심으로 ‘격상’됐다.
 
이 지사는 그간 “아내는 sns를 안한다. 아내 계정이 아니라는 증거는 차고 넘친다”고 일관되게 강조해왔다. 그러다 최근 “문제의 트윗은 아내가 쓴 게 아니다”로 바뀌었다. 일관됐던 주장대로 아내 계정이 아니라면, “아내가 쓴 게 아니다”는 말은 할 필요조차 없는 얘기다.
 
이 지사는 겨우 14세 때 소년노동자로 세상살이를 시작했다. 비극이다. 처절한 가난 속에서 사법시험에 합격해 변호사가 되는 등 입지전적 인생사를 써왔다. 그 자체로 노무현 전 대통령 못지 않은 ‘서사’를 갖고 있다. 성남시장 시절 정책적 성과도 컸다. 촛불국면에서는 처음부터 “박근혜탄핵과 구속”을 흔들림없이 주장해 신망을 모으며 정치적 체급이 급성장했다. 지역적 기반이나 특정 계파의 지원 없이 대선 후보로 부상했다. 그것까지도 노 전 대통령과 흡사하다.
 
이 지사는 최근 “정치는 정치인이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국민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위터 건을 묻는 기자에게 이렇게 답하자 “매사에 분명히 말하던 이 지사가 동문서답을 한다”며 뒷말이 나오기도 했다. 동문서답인지 아닌지는 그닥 중요하지 않다. 정치란 결국 국민들이 한다는 건 누구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가 말한 ‘국민’이 자신의 열혈 지지자나 정치적 호위무사인 이른바 ‘손가혁’을 지칭한다면, 미안하지만 이 지사는 틀렸다. 법률적 절차나 쟁점을 언급한 것이겠으나, “문 대통령 아들 취업 건 확인이 불가피하다”는 이 지사측 의견서는 금도를 한참이나 벗어났다. 그 건은 2016년에 공소시효가 만료돼 수사 대상이 아닐뿐더러, 지난 대선 때 이 문제를 꺼내든 국민의당 인사들이 대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아 법적으로 이미 종결된 사안이다. 그런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이 지사가 “누군가 이 문제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이간계”라고 격렬히 비판했다.
 
취업 건이 먼저 언급된 건 문제의 그 트위터였다. 이간계라는 주장은 시간 순으로 볼 때 일단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간계가 맞으려면, ‘모종의 정치공작자가 이 지사 아내의 것처럼 보이는 트위터 계정을 만들고 문제의 멘션을 올렸다’는 것을 이 지사가 입증해야 한다.
 
촛불을 거친 시민들은 합리적 의심과 억지 정도는 칼같이 구분한다. 모든 정치인이 명심해야 할 대목이다. 사법부에 대한 신뢰와 권위가 완전히 추락해버려 사람들이 판결을 얼마나 믿을지 걱정이지만, 유무죄는 결국 법정에서 가려질 것이다. 그러나 신뢰까지 법정이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사람들은 정직성을 보고 신뢰 여부를 정한다. 이 지사는 지금 공직선거법위반 혐의가 아니라 정직성 심판을 앞두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정직과 신뢰는 법 이전의 일이자, 공인에게 생명 그 자체다.
 
이강윤 칼럼니스트(pen337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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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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