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대경 기자]"에에엥~~~ 에에엥~~~."
"서울12가 1234 차량이 위수지역으로 향합니다. 급정거 횟수가 기준을 초과했습니다."
지난 26일 경북 김천의 한국교통안전공단 10층 '위험물질 운송안전관리센터(HMTS)' 중앙 관제실. 단말장치를 장착한 테스트 화물차가 팔당호 인근에서 포착됐다. 등록된 운송계획과 다른 동선이다. 관제사는 이상징후를 포착하고 자동으로 연결된 운전자와 통화를 시도하는 등 집중 관제에 돌입한다.
교통안전공단 HMTS에서는 12월부터 내년 2월까지 시범 운영하는 '위험물질 운송안전관리 시스템'의 테스트 작업이 한창이다. 당장 다음달부터 300대의 화물차에 적용하는데 그 전에 시스템의 이상 유무를 체크하는 것이다.
자료=교통안전공단
정부가 추산하고 있는 위험물질운송 화물차량은 5만여대. 지난해 11월 창원터널에서의 화물차 폭발 사고는 3명의 사망과 5명의 부상 그리고 차량 10대가 소실되는 엄청난 피해를 남겼다. 앞서 2016년 경부고속도로 상행선 경산나들목 부근 탱크로리 화재도 경유 3만2000리터가 유출되는 환경 오염을 초래했다. 위험물 운송차량의 교통사고 사망 치사율이 전체 교통사고의 3.8배에 달하고, 유사화물차량의 2.1배로 피해가 막대하다는 점이 이번 시스템 구축의 배경이다. 결국 대형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 혹시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 위험물질 운송안전관리 시스템인 셈이다.
교통안전공단 HMTS 중앙 관제심 통합 모니터에 빨간색으로 위수지역이 표시돼 있다. /권대경기자
센터는 상황실을 중심으로 실시간 관제, 이상운행 대응, 단속, 단말관리, 사고대응 등의 역할을 수행한다. 상황실은 현재는 5명이지만 관제팀, 정보분석팀, 단속팀, 행정지원팀 등으로 조직을 확대 개편할 경우 26명의 전문 요원으로 팀을 운영하겠다는 게 공단의 계획이다.
공단에 따르면 집중 관제대상 대응은 위수지역 진입 등 상황별로 다양한 매뉴얼에 따라 체계적으로 이뤄진다. 상수원보호구역과 같은 곳에 위험물질 차량의 접근을 막고 진입시 집중 관제로 만약에 발생할지 모르는 사고를 막기 위한 것이다.
단말기 장착 차량은 30초 단위로 주행 정보가 센터로 전송된다. 실시간 운행정보(차량정보, 운전자정보, 위치정보)를 바탕으로 관제대상이 해당하는 차량 운전자에는 예컨대 "위수지역에 접근 중입니다. 주의 바랍니다"라는 경고 메시지가 전달된다. 이후에도 위험한 상황이 지속되면 해당 차량 운전자와 단말기 스피커를 통해 자동으로 통화가 이뤄진다.
자료=교통안전공단
자료=교통안전공단
사고대응도 한결 업그레이드 될 전망이다. 지금까지는 벙커C유나 염산, 황산, 질산, 휘발유, 경유, LPG, LNG, 폐산, 폐유, 불화수소, 염화수소 등의 물질을 운반하는 차량이 사고가 나면 현장에 가서야 내용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사고 발생시 차량 위치정보는 물론이고, 방재정보와 물질정보까지 곧바로 소방당국과 경찰 등이 즉시 파악할 수 있다. 물질 종류와 양에 따라 방재 작업의 방법을 빨리 정할 수 있게 돼 '골든타임'을 놓치는 불상사를 막을 수 있게 됐다는 얘기다.
화물차에 설치된 단말장치에서 위수지역 진입 경고를 보내는 화면. 운전자 시각에서 위와 같은 표시가 모니터에 뜬다. /김천=권대경기자
화물차에 설치된 단말장치에서 급과속 위험 신호를 보내는 화면. 운전자 시각에서 위와 같은 표시가 모니터에 뜬다. /김천=권대경기자
특히 시스템에는 dGPS라는 최첨단 GPS 기술을 적용했다. 기존 30m 안팎의 오차를 보이는 GPS에서 한층 업그레이드 된 기술인 dGPS를 장착한 것이 GNSS로 오차는 10m 정도다. 나아가 운전자의 이상징후를 감지하는 기준을 확립한 것도 앞으로 사고 감소의 기대치를 높여준다.
11대 위험운전행동으로 과속, 장기가속, 급가속, 급출발, 급감속 등의 속도 기준을 정한 것이다. 과속은 도로제한속도보다 20km/h 초과시로 정했고, 장기가속은 해당 운행을 3분 이상하는 경우로 했다. 급가속은 초당 5km/h 이상 가속시이며, 급출발은 초당 6km/h 이상, 급감속은 초당 8km/h 이상 감속이 해당한다. 이외에 급진로변경(30km/h이상에서 진행방향이 좌우측 6도 이상 차로 변경 등), 급좌우회전(20km/h 이상이고 4초 안에 좌우측 회전각이 60~120도 범위로 회전), 급유턴(15km/h 이상이고 8초 안에 좌측 또는 우측 160~180도 범위 운행) 등도 규정했다. 습관적 난폭운전으로 인한 사고 발생 가능성을 낮추겠다는 취지다.
교통안전공단 HMTS 모니터 요원이 위험물질 운송차량의 이동 경로 등을 점검하고 있다. /김천=권대경기자
배혜성 교통안전공단 교통빅데이터센터 팀장은 "천차만별인 도로와 교통상황에 맞춘 실차테스트 결과를 바탕으로 시스템을 더 업그레이드 할 것"이라며 "적절한 관리와 통제가 이뤄진다면 위험물로 인한 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가지 아쉬운 점은 있다고 배 팀장은 덧붙였다. 위험물질 운송 체계화의 선두주자인 싱가포르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중앙 통제실에서 차량을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는데 아직 우리 현실에서 해당 기술을 적용하기에는 여러 걸림돌이 있다는 얘기다. 실제 싱가포르는 2005년에 'HTVTS' 시스템을 구축했다.
배혜성 교통안전공단 교통빅데이터센터 팀장이 HMTS 메인 화면을 보며 시스템을 작동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김천=권대경기자
주로 차량정보, 운전자정보, 위치정보의 세가지를 모니터링하지만 사전차량운행계획과 물질정보는 수집하지 않는다. HTVTS는 긴급상황시 원격조정을 통해 경적을 울리게 하거나, 연료를 차단하거나 또는 제동장치를 작동시켜 차량을 정차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나아가 최근 10만여종의 화학물질이 유통되고 있고 매년 2000종이 추가로 개발돼 상품화 되고 있다는 점도 싱가포르가 HTVTS 도입을 서두른 이유다. 또 트럭을 이용한 테러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는 게 배 팀장의 설명이다.
김천=권대경 기자 kwon21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