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셀트리온이 리툭시맙 바이오시밀러인 트룩시마의 미국 FDA 허가에 이어 또 다른 시밀러 허쥬마에 대해서도 연내 허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셀트리온의 대규모 R&D 투자에 다시 한번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전통 제조업과 비교할 때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중이 높은 제약·바이오 내 업계에서도 단연 압도적인 투자가 잇단 성과의 원동력이 됐다는 분석이다.
2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셀트리온은 올 들어 3분기까지 연구개발에 총 1891억원을 투입했다. 이는 매출액 7395억원의 25.6%에 해당하는 액수로, 같은 기간 국내 상장 제약사들의 평균 투자 비중인 8%의 3배가 넘는 수치다. 전통 제약사 가운데 높은 R&D 투자 비중으로 국산 기술수출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한 한미약품(18.9%)과 비교해도 눈에 띄는 격차다.
셀트리온의 높은 R&D 투자 비중은 올해에 국한된 수치가 아니다. 지난해에는 매출액의 23.7% 수준인 2253억원을, 2016년에는 2613억(38.9%)을 쏟아 부었다.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가운데 한 해 R&D 투자로 2000억원 이상을 지출한 곳은 셀트리온이 유일하다. 특히, 지난해 상위 10개 제약·바이오기업의 R&D 투자 비용 합계가 1조원을 조금 넘는다는 것과 비교하면 셀트리온의 투자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좀더 쉽게 가늠해 볼 수 있다.
셀트리온의 과감한 투자 집행은 최근 잇따른 성과로 빛을 발하고 있다. 지난 2016년 FDA 허가를 획득한 첫 미국 진출 바이오시밀러 '램시마(현지명: 인플렉트라)'와 이달 트룩시마에 이어 유방암 치료용 바이오시밀러 '허쥬마'까지 연내 허가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램시마와 트룩시마는 시장 내 첫 바이오시밀러인 퍼스트무버로 시장성도 높다.
램시마의 경우 이미 2013년 진출한 유럽 시장에서 최근 1년간 1조3000억원 이상이 처방되며, 오리지널 의약품의 점유율을 넘어선 상태다. 지난해 유럽에 선보인 트룩시마 역시 1년간 3000억원의 처방액을 기록하며 램시마의 초기 성장세를 앞질렀다.
시장 점유율 확대는 고스란히 셀트리온의 폭발적 매출 성장으로 이어졌다. 지난 2016년 6705억원으로 업계 7위에 머물렀던 셀트리온의 매출액은 지난해 9490억원으로 껑충뛰며 4위로 뛰어 올랐다. 올해는 업계 양강인 유한양행과 GC녹십자에 이어 연간 매출 1조 클럽 달성이 유력한 상황이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셀트리온의 연평균 매출 성장률은 43%로, 6~12% 수준의 전통 제약사들을 크게 웃돌았다.
2010년 의약분업 이후 전문의약품에 강점을 보인 전통 제약사들이 빠르게 성장하며 대략의 순위구도를 형성하는 동안, 높은 R&D 투자를 바탕으로 사업 초기부터 해외수출에 눈을 돌린 셀트리온이 연달아 성과를 도출해내며 업계 내 구도에 변화를 주고 있는 양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속적 투자로 축적된 고유 기술은 향후 파이프라인 확대에도 활용될 수 있어 당장 보이는 실적 이상의 가치가 있다"며 "실제로 셀트리온 역시 그동안 쌓인 바이오시밀러 개발 기술을 활용해 단백질 신약을 개발하고 있으며, 최근 바이오시밀러가 아닌 화학의약품으로도 FDA 판매 승인(HIV-1 감염치료제 테믹시스정)을 획득해 추가 선순환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셀트리온 소속 연구원들이 신약 개발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셀트리온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