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한영 정경부 기자
해상초계기는 바다 위를 날아다니며 해상경계·대잠초계 등의 임무를 수행하는 비행기를 말한다. 현재 우리 해군은 해상초계기 P-3C 오라이언을 16대(P-3CK 8대 포함) 보유하고 있다. 3면이 바다인 한반도 전장환경에 비춰봤을 때 이들 해상초계기의 중요성은 매우 높다.
해상초계기가 부족하다는 해군의 하소연은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해군 관계자는 “종합적으로 따져보면 40대는 있어야 주변 바다를 충분히 커버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웃 일본만 해도 오라이언을 80여대 보유 중이며 자국산 P-1을 확충하고 있다. 부족한 비행기로 각종 상황에 대비해야 하다 보니 기체는 물론 승무원들의 고생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제때 식사를 하지 못해 승무원 상당수가 만성 위염에 시달리며, 오랜 시간 앉아있다보니 척추질환도 호소한다.
오라이언 승무원들의 애환을 녹인 책 중 하나로 소설 ‘동해’(김경진·진병관 저)가 있다. 주요 내용은 우리 해군이 도입한 212급 잠수함 장문휴 승조원들의 사투지만, 오라이언 승무원들의 노고도 이에 못지않다. “비행기에 비하면 한없이 느려터진 (미국 LA급) 잠수함을 호위하려면 오늘 자정 전에 귀환하기는 글러먹었다고 생각했다. 무척 지루할 것이 분명한 임무였다.” “흰꼬리수리(소설 속 오라이언 호출명)는 수십 분간 일본 대잠기들과 꼬리를 물고 물리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단 두 대로 이들을 방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군 관계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이들의 고생담이 소설 속 이야기만은 아니다.
이렇다 보니 상당수 오라이언 조종사들이 의무복무 후 군을 떠난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국회 국방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의원은 “최근 10년 간 해군이 양성한 P-3C 조종사 82명 중 79명이 (의무복무 후) 전역했다”며 “민항사에 비해 열악한 처우, 진급에 대한 불확실성 등이 조기전역의 주된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와중에 해군을 지키는 사람들도 분명 있다. ‘뱃놈’ 소리 들으며 공군에서 조종교육을 받으면서도, 이후 갖은 고생·고민 속에도 군에 남아 그리는 그림이 있을 것이다.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지난 27일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정경두 국방부 장관 주재로 열린 제116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미국 보잉사가 제작한 P-8A 포세이돈을 구매하는 ‘해상초계기-Ⅱ’ 사업 협상 결과가 보고됐다. 대외군사판매(FMS·미 정부가 동맹국에 무기를 판매) 방식으로 6대의 포세이돈을 대당 2100여억원에 도입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계약은 올해 안에 체결된다. 2013년 4월26일 S-3B 바이킹으로 소요결정했던 것을 기준 삼더라도 이후 기종 타당성 논란 등을 거쳐 5년여 만의 일이다.
한반도 주변 바다의 변화무쌍함은 정평이 나있고, 주변국들의 정치상황이 복잡해질 때마다 각국 함정·군용기들은 덩달아 분주해진다. 오라이언 승무원들이 바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번 포세이돈 도입이, 지금껏 격무에 시달려온 오라이언 승무원들의 노고를 조금이라도 줄여줄지 지켜볼 일이다.
최한영 정경부 기자(visionch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