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우찬 기자] 청년창업사관학교 출신 기업가들은 자금지원·혹독한 커리큘럼·인적 네트워크를 청년창업사관학교의 최대 강점으로 꼽는다. 중도 퇴교 절차가 있을 만큼 과정이 까다롭다. 전담교수가 매월 창업활동(사업화) 진척도 평가를 하며, 2차례에 걸쳐 중간평가를 한다. 우수, 양호, 보통, 보완, 중단 등 5등급 평가에서 '보완' 판정 시 재평가를, '중단' 판정 시 퇴교 절차를 받는다. 최종평가까지 과정마다 시제품 완성 등 사업성과를 달성해야 최대 1억원의 자금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혹독한 평가를 거쳐야만 후속연계지원이라는 선물도 챙길 수 있다.
세계 최초로 휴대용 무선 초음파 진단기를 개발한 힐세리온의 류정원 대표는 청년창업사관학교 2기 출신이다. 의사 출신인 류 대표는 "청년창업사관학교는 창업에 큰 도움이 됐다"며 "의사로 응급실에서 일하다 창업에 뛰어들었는데 전세금을 빼서 창업할 정도로 당시 가장 시급했던 문제가 자금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창업지원금을 받을 수 있어 사업에서 숨통을 틀 수 있었다"며 "사무실 비용도 만만치 않았는데, 안산 청년창업사관학교에서 사무실 입소로 해결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류 대표는 "의료 관련 장비, 3D 프린터 등 창업기업들이 사용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유용한 툴이 많다"며 "스타트업의 경우 교육에 목말라 있는 부분이 있는데, 개발·마케팅·인사·교육·투자·관리 등 다양한 교육을 한꺼번에 받을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티 믹솔로지(TEA MIXOLOGY) 기술을 지닌 홍차, 블렌딩 차 관련 스타트업 '에버티'의 송우준 대표는 "청년창업사관학교에 입교한 건 엄청난 행운이었다"라고 단언했다. 차 업계서 13년가량 일한 차 전문가이지만 판로개척, 마케팅 등이 필요한 사업은 또 다른 도전이었다. 송 대표는 직장 퇴사와 청년창업사관학교 입교를 거의 동시에 하며 창업의 물결에 뛰어들었다. 사업계획서를 바탕으로 입교에 성공한 그는 1억원의 탄탄한 사업지원금을 받았으며, 세무·회계·인사·노무·마케팅 등 스타트업 초기에 필요한 역량을 배웠다. 500개의 7기 청년창업사관생도 중 우수기업(30개 업체)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에버티는 식품 대기업 CJ 쪽에 원료 납품에 성공하는 등 성과를 보이고 있다.
송 대표는 촘촘하게 짜인 지옥 같은 커리큘럼이 청년창업사관학교 출신 기업가들이 성공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는 비결이라고 지목했다. 송 대표는 "청년창업사관학교 커리큘럼이 보통 1년인데, 실제 학교 생활은 10개월뿐"이라며 "짧은 시간에 아이템 선정부터 시작해서 시제품 완성, 판로개척까지 이뤄내야 하는 교육"이라고 돌아봤다. 이어 "입교할 때부터 육군사관학교처럼 '전담코치들의 지도를 잘 받아 성공해야 한다. 단련돼야 한다'고 늘 강조한다"고 덧붙였다. 까다로운 과정 탓에 졸업 전까지 시제품이 안 나오는 경우도 많다는 게 그의 전언이다.
중진공에 따르면 실제로 2회 중간평가를 거쳐 매년 입교생 중 10%가 탈락으로 퇴교 조치를 당할 만큼 만만치 않은 과정이다. 500팀이 선정됐던 7기 입교생 중에는 85팀(17% 탈락)이 짐을 싸 집으로 돌아갔다. 창업 3년차인 한 스타트업 기업인은 "청년창업사관학교 커리큘럼은 정말 힘든 것으로 유명하다"면서 "혹독한 과정을 거치면 청년창업사관학교 커리어가 아까워서라도 성공해야한다는 의지가 높아진다"고 말했다. 사업화 아이템 개발, 시제품 생산, 마케팅, 판로 개척 등을 1년 안에 끝내면 성공의 초석을 다질 수 있는 힘을 기르는 셈이다.
6기 출신인 메디프레소의 김하섭 대표 또한 청년창업사관학교를 거쳐 창업해 3년째 순항 중이다. 메디프레소는 한방티캡슐, 한방 에스프레소 머신 등을 만드는 기업이다. 김 대표는 "1년 최대 1억원이라는 자금 지원이 제일 중요하게 작용했다"며 "사업 초기 자본이 전무할 때 크게 도움이 됐다"고 했다. 김 대표는 그러면서 "청년창업사관학교에 2년 있으면서 시제품 2개를 만들었다.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을 수 있었다"며 "중소기업유통센터가 운영하는 행복한백화점 입점 제안을 받는 등 중진공에서 다양한 제안을 받았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메디프레소는 한방차 등 14종을 출시했으며, 렌털·가정용 등 머신 추가 개발을 진행 중이다
한편 글로벌 유니콘 기업 배출을 위해서는 청년창업사관학교의 교육 프로그램의 질적 향상이 동반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청년창업사관학교의 운영위원을 겸하는 힐세리온의 류정원 대표는 "청년창업사관학교의 교육 프로그램이 잘 짜여있지만 제도권 교육만으로는 창업을 질적으로 서포트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매스챌린지(미국 비영리 글로벌 액셀러레이터)의 챌린지 프로그램 등 스타트업 글로벌 대회에 청년창업사관학교 기업이 출전할 수 있도록 집중 지원하고 평가하는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유니콘 기업이 다수 탄생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청년창업사관학교 8기의 이현수 대표가 음성인식이 가능한 키오스크 시연을 하고 있다. 사진=중소기업진흥공단
청년창업사관학교 기업인들이 IR을 위한 투자유치 제안서 작성교육을 받고 있다. 사진=중소기업진흥공단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