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K뷰티 껍질 깨야 글로벌 무대서 성공할 수 있다"

홍희정 유로모니터 수석연구원 "글로벌 진출 시 '현지 소비자' 분석 중요"
"K뷰티 위기 극복하려면 중국 도시별 다른 접근, 카테고리에 변화줘야"

입력 : 2018-12-04 오후 3:55:28
[뉴스토마토 김은별 기자] 한류 열풍을 타고 중국에서 인기를 얻으며 승승장구했던 K뷰티의 위기론이 새어 나오고 있다. 중국의 사드보복 이후 2년이 지났지만 회복이 더디고 국내 원브랜드숍들은 위기에 직면하는 등 경기가 부진하기 때문이다. K뷰티 대표 기업인 아모레퍼시픽은 3분기에도 어닝쇼크에 가까운 실적을 내놨고, LG생활건강은 최근 중국에서 '더페이스샵' 매장을 모두 철수시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뷰티 기업들은 중국을 넘어 베트남 시장, 북미 시장, 유럽 시장 등 신시장에 눈을 돌렸다. 이 국가들이 침체기인 중국 시장의 돌파구가 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높다. 홍희정 유로모니터 수석연구원은 해외 시장에서 장기적인 성공을 거두려면 'K뷰티라는 이름에 갇히지 말라'고 조언한다. 유로모니터는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글로벌 리서치 기관으로, 홍 수석연구원은 뷰티·패션 분야에서 약 5년간 산업 리서치를 해온 전문가다. 홍 연구원을 만나 K뷰티의 현황과 글로벌 진출 전략에 대해 들어봤다.
 
'K뷰티'에 대한 글로벌 인식은 어떤가.
 
일단 K뷰티에 대해 정의할 필요가 있다. K뷰티가 국내 제조 화장품인지, 한국 브랜드인지, 한글이 적혀있는 제품인지 해외 소비자마다 제품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다. 대체적으로 K뷰티에 대한 인식은 '스킨케어' 제품 중심으로 자리잡고 있다. 예를 들면 "한국 사람들은 화장품을 7~10개 정도 쓰는데, 피부가 좋다"라는 식이다. 아모레퍼시픽의 이니스프리, LG생활건강의 더페이스샵 등 구체적인 브랜드 이름보다는 '한국에서 오는 제품'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실제 미국 편집 온라인몰 내 'K뷰티' 카테고리를 살펴보면 국내 여러 브랜드들이 판매를 하고 있는데 대기업 브랜드뿐만 아니라 중소규모의 브랜드들도 굉장히 많다.
 
글로벌 시장에서 K뷰티의 위상을 평가한다면.
 
아시아 무대에서 K뷰티는 한류 열풍 후광을 받아서 자체적인 길을 갔다. 그런데 아시아 외 국가에서도 K뷰티에 눈과 귀를 기울이고 있다는 점이 느껴진다. 예를 들면, 최근 국내에서 일어난 '탈코르셋' 운동이 지난달 영국 매체에 소개된 적이 있다. 아직은 소규모의 움직임이지만 K뷰티의 흐름에 대해 관심을 가진다는 것이 K뷰티의 위상을 나타낸다. 물론 위상과 실제 매출과는 간극이 있을 수 있다.
 
홍희정 유로모니터 수석연구원은 K뷰티이 인기 요인으로 '품질력'을 꼽았다. 사진/김은별 기자
 
아시아에 J뷰티 등도 있는데, 특히 K뷰티가 인기를 끈 이유는 무엇인가.
 
과거에도 한국 뷰티 제품의 품질에 대한 인식은 높았다. 다만 쿠션을 시작으로 스킨케어 제품 등이 K뷰티 인기의 방아쇠를 당겼다. 쿠션이 전세계적으로 소비되고 있는데 이 기술력이 한국에서 나온 것이라고 알려지며 신뢰도를 높였다. 또한 독일 치료용으로 개발됐던 'BB크림'을 상품화 시킨 것도 인기 요인이다. 이 외에도 마스크팩 등으로 품질, 기술력, 효과 등이 K뷰티의 보증수표처럼 자리잡았다.
 
또한 J뷰티가 한동안 고전했던 이유도 있다. J뷰티가 고전한 이유는 속도 때문이었다. 뷰티 산업의 경우 트렌드가 매우 빠르게 바뀌고 흐름에 맞춰야 하는데 '장인정신'을 강조하며 완성도에 집중하다보니 J뷰티가 상대적으로 뒤처졌다. 그러나 대표 기업 시세이도가 나스(NARS), 로라메르시에(Laura Mercier) 등을 품고 뷰티 SPA 격인 '코스메틱 프레스'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한정판 브랜드를 내놓는 등 속도를 내고 있다. 기술력 면에서는 한국보다 우수한 부분도 있어 K뷰티도 트렌드를 빨리 캐치해나가야 한다.
 
K뷰티의 인기가 시작됐던 중국 시장의 현황은 어떤가.
 
현재 중국 시장에서 K뷰티가 침체기인 것은 확실하다. 유로모니터 데이터를 살펴보면 지난해 중국 시장 점유율은 이니스프리, 라네즈, 후, 마몽드 등이 높다. 반면, 성장률 면에서는 설화수, 후, 코리아나, 이니스프리 순으로 높은 수치를 보인다. 이 데이터에 근거하면 예전에는 중국 시장에서 K뷰티가 매스 브랜드 위주였다면 프리미엄 브랜드 위주로 바뀌어가고 있는 것이다.
 
중국시장에서 K뷰티가 위기를 극복할 가능성이 있나. 있다면 돌파 전략은.
 
일단 많은 업체들이 조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도시별로 다른 접근이 필요하며 카테고리에 변화를 줘야 한다고 본다. 차별화를 통해 7~10개의 중국 메인 도시를 잡아야 한다. 주의해야 할 점은 중국의 일선 도시(경제적·문화적으로 가장 발달한 도시) 소비자들의 소비력이 향상되다 보니, 한국 브랜드보다 유럽 브랜드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런 유럽 브랜드들과의 경쟁력을 갖출 만큼 브랜드를 강화해야 한다. 또한 원리프 등 매섭게 성장하는 현지 브랜드도 눈여겨봐야 한다.
 
국내 많은 뷰티 기업들이 중국 시장 다음으로 북미·중동 시장 공략에 나섰다. 각 시장 별로 어떠한 진출 전략을 꾀하면 좋은가.
 
모든 시장에서 잠재력은 있다고 본다. 기업 별로 시장분석은 당연히 하겠지만 현지 소비자에 대해 알아가는 것이 부족해 보인다. 좋은 제품에 대한 마케팅 전략도 필요하지만 소비자들이 어떤 걸 원하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미국의 소비자들을 예로 들면 잡티 없는 피부, 깨끗한 피부보다 건강해 보이는 피부를 원한다. 이에 비추어 보면 기능 면에서 각질관리, 수분공급 등을 선호하게 된다. 같은 토너 제품이어도 '각질 정돈 토너', 클렌저도 '부드러운 클렌저' 등을 찾게 되는 것이다. 업체 입장에서 단독 리서치를 진행하기보다는 현지 파트너와 함께 소비자들이 제품에 대해 거부감을 일으키지는 않을지 알아보는 것이 좋다.
 
또한 유통구조에도 신경 써야 한다. 미국은 워낙 넓어 우리나라와 다르게 차량이나 디지털 베이스로 한 유통 구조를 가지고 있다. 유로모니터 데이터에서 미국 스킨케어 카테고리를 보면, 지난 2015년까지만 해도 뉴트로지나가 1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로단앤필즈(Rodan&Fields)가 방문판매를 통해 소비자를 늘리더니 2016년 뉴트로지나를 역전하고, 지난해에는 그 격차를 더 벌렸다. 유통 흐름을 읽어낼 필요가 있는 것이다.
 
홍 수석연구원은 K뷰티가 글로벌 무대에서 장기적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K뷰티' 밖으로 나와야한다고 강조했다. 사진/김은별 기자
 
글로벌 무대에서 K뷰티의 취약점을 꼽자면.
 
과거에는 좁은 카테고리 범주를 탈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는데, 그 부분은 국내 기업들이 많이 보완해나가고 있는 것 같다. 카테고리가 좀 더 다변화될 가능성을 가정하고 취약점을 꼽자면, 개인적으로 'K뷰티'라는 틀 안에서 벗어났으면 한다. 예를 들면 한 아이에게 수학을 잘한다고만 칭찬하면 결국에는 '수학자'를 꿈꾸게 되듯 K뷰티라는 말에 갇혀버린 느낌이다. 지금까지는 현지 유통에서 마케팅 시 K뷰티를 강조해왔고, 그게 통했다. 그러나 과거에 대만 드라마, 홍콩 영화가 유행하다가 현재는 유행이 지났듯, 언젠가는 K뷰티의 선호도가 떨어질 수 있다. K뷰티를 대접해주는 흐름이 언제까지 일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 틀 밖에서도 강점이 있어야 한다.
 
국내 브랜드들이 K뷰티 틀 밖에서 유럽 브랜드와 경쟁할 만큼 성장할 수 있을까. 
 
이미 품질에 대한 건 알려져 있는 만큼 가능성은 있다고 보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M&A를 통해 포트폴리오를 다변화, 강화한다면 유럽 업체들이랑 대응할만한 덩치로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배워야 할 점은 유럽 업체들은 정말 다양한 포지셔닝을 갖고 있다. 여러 소비자들에 대한 포지셔닝을 열어 놓았고 유행에 따라서 브랜드에 변화를 준다. 국내 기업도 최근에는 다양한 인종을 대상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 부분이 발전하다 보면 스킨케어를 넘어 발색 면에서도 선호도가 높아지지 않을까 추측해 본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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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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