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장애인의 거의 유일한 이동수단인 서울시 장애인콜택시(이하 장콜) 근로자들이 최저임금 미만의 급여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8일 서울시설공단에 따르면, 장콜 운전원 451명과 상담원 34명 등 총 485명 중에서 올해 급여가 최저임금에 미달한 인원은 283명이다. 장콜 노조는 355명 가량이라는 수치를 제시하는 상황이다.
이들이 무더기로 최저임금 미달 급여를 받은 이유는, 무기계약직이었다가 작년 6월부터 정규직으로 전환될 때 다른 일반직보다 낮은 '사회복지직' 급여 테이블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일반직과 사회복지직은 같은 직급이라도 기본급의 구성요소 중 하나인 직무급에 있어서 10만~20만원 정도 차이가 난다. 사회복지직 8급인 운전원은 직무급이 8만5600원으로, 1호봉이 받는 기본급이 112만7200원에 불과하다. 사회복지직 9급인 상담원 역시 직무급 7만4300원으로, 1호봉의 기본급은 103만4200원이다. 기본급에 중식비·상여금·수당 등을 더해도 호봉이 낮으면 최저임금에 미달되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올해 최저임금은 주 40시간, 월급으로 환산했을 때 157만3770원이다.
공단은 공단 노조와의 임금·단체교섭(임단협)에 따라,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만큼의 급여 부족분을 올해 말 내지 내년 초에 일괄적으로 소급해 지급하겠다는 입장이었으나, 이는 근로자들의 반발을 불러왔다. 호봉이 낮은 근로자는 1년 동안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생활을 감내해야 하고, 호봉이 상대적으로 높아 최저임금을 간신히 넘는 근로자는 최저임금 미달자들이 돈을 돌려받으면 급여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근로자들은 아예 개별적으로 서울고용노동청에 진정을 넣어 소급 지급 전 미리 돈을 받아냈다. 최혁 서울시설공단 장애인콜택시 노조 사무처장은 "공단은 임단협 핑계를 대는데, 일개 임단협이 어떻게 최저임금법 위에 있을 수 있느냐"고 말하며 체불 임금을 지급하라는 노동청의 확인서를 보여줬다.
최저임금 미달자가 속출하는 상황에서 서울시가 그동안 자랑해오던 '생활임금' 적용은 '언감생심'이다. 생활임금의 기준이 되는 통상임금 범위에 대해서 공단과 노조는 지난 2013년부터 소송에서 맞붙고 있고,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업무 특성상 노동 강도는 높은 편이다. 운전원과 상담원은 근무 시간 내내 운전대와 전화기를 놓지 못하다시피하고 있다. 특히 운전원은 매일 법정 근로시간에다가 연장근로 1시간을 더해 일하고 있다. 장콜 대수 확충이 수요에 비해 지지부진하면서, 장애인 1명을 목적지에 데려다주면 다른 콜이 곧바로 들어오는 경우가 다반사다.
잦은 콜 외에도 업무 강도를 높이는 요인들은 다양하다. 장애인을 업고 집까지 데려다주거나, 집에서 데리고 나와야 하는 경우들이 있다. 업는 도중에 승객이 돌발 행동을 하거나, 근육이 강직되면 운전원의 허리가 다치곤 한다. 또 일부 승객이 운전원에게 흉기나 성추행 등 위협을 가하는 때도 있지만 법령에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승차거부도 하지 못한다.
역시 공단에 문제를 제기했던 더불어민주당 송도호 서울시의원은 "서울시가 최저임금보다 높은 생활임금을 외치는 마당에 최저임금보다 돈을 주지 않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내년부터는 최저임금 지급은 물론, 생활임금 시행과 처우 개선까지 나아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시설공단은 개선 입장을 원론적으로 표명했다. 공단 관계자는 "최저임금과 생활임금 미달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노사 공동으로 서울시와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작년 10월29일 서울 중구 남산골 한옥마을에서 서울시설공단 관계자들이 장애인을 위해 '2017 서울 시티투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