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재계의 내년도 경영 키워드는 '긴축'으로 모아졌다. 내수 침체와 노동환경 변화, 미중 무역분쟁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장기 불황에 대비하기 위함이다. 날씨만큼이나 추워진 경기 한파에 기업들은 채용과 투자에도 소극적일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11일 발표한 '최고경영자 2019년 경영전망 조사' 결과, 응답자 절반(50.3%)이 내년도의 주된 경영계획 기조로 '긴축'을 선택했다. '현상유지'는 30.1%, '확대경영'은 19.6%로 각각 나타났다. 이에 따라 재계의 경영 기조는 2년만에 긴축으로 되돌아갔다. 지난해 '현상유지'로 경기 회복을 기대하는 듯 했으나 봄바람은 쉬이 불어오지 않았다. 지난 2012년 이후 두 번(2015년, 2018년)을 제외하고 재계의 경영 기조는 줄곧 긴축이었다. 기업들은 전사적 원가절감(34.8%), 인력부문 경영합리화(22.3%), 신규투자 축소(19.3%) 순으로 구체적 긴축 시행 계획을 밝혔다.
경총은 한국 경제가 '장기형 불황'에 빠졌다고 진단했다. 응답자의 69.4%가 현재의 경기상황을 장기형 불황이라고 평가했다. 전년도보다 20.3%포인트나 증가했다. 반면 '현재 경기가 저점이지만 향후 경기 회복을 예상한다'는 응답은 22.7%에서 11.2%로, '경기저점 통과 후 회복 국면으로 진입'은 21.6%에서 5.0%로 대폭 줄었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2021년 이후에야 경기가 본격적인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기업들이 1순위로 꼽은 경영 환경의 어려움은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 노동정책 부담(30%)이었다. 이어 내수 부진(23.4%), 미중 무역분쟁(15.1%), 유가 등 원자재 가격불안(9.8%) 순이었다. 대내외 환경 악화는 투자와 고용에도 찬바람을 불게 했다. 투자는 응답 기업의 48.8%가, 채용은 45.5%가 올해보다 줄이겠다고 답했다.
내년 경제를 향한 경고음은 이미 수차례 울렸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달 27일 발표한 12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전망치는 88.7을 기록, 탄핵 정국이었던 지난해 2월(87.7) 이후 22개월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한경연은 "수출환경 악화와 내수부진 심화로 자동차와 조선 등 주력 제조업의 어려움이 가중됐다"며 "내년에도 제조업 위기가 심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019년은 경기 하강이라는 단기적 위험과 산업경쟁력 고갈이라는 중장기적 위험이 동시에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산업은행이 이날 발간한 '2019년 설비투자 전망' 자료에서는 기업들의 내년 설비 투자가 올해 대비 6.3% 감소한 170조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됐다. 업종별로 자동차가 11.5%, 반도체가 3.1% 줄어들 전망이다.
게다가 국회에 계류된 다수의 경제민주화 법안들이 재계를 압박하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협력이익공유제'의 법제화를 추진하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법안'을 비롯해 상법·근로기준법·최저임금법·공정거래법 등의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재계는 "해당 법안들은 한국의 기업 환경을 더욱 어렵게 하고 기업들의 심리도 저하시킨다"고 주장한다. 대한상공회의소, 경총 등 경제단체를 중심으로 경영계 반발도 꾸준히 국회에 전달하고 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