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바다 위 휴전선' 한강 하구

입력 : 2018-12-12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이해곤 기자] 분단후 65년만에 처음으로 남북이 한강 하구에 대한 공동조사를 완료하면서 한강 하구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새로운 막이 올랐다.  
 
남북은 35일 동안 한강 하구 수로 조사를 진행했다. 4.27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합의서에 따라 이뤄진 첫 공동 조사였다. 남북 해군과 수로조사 전문가 등 20여명은 남측 조사선 6척에 나눠 타고, 강화군 말도에서 파주시 만우리까지 660㎞에 이르는 지역을 3구역을 나눠 500m마다 남북을 오가며 조사를 진행했다.  
 
국립해양조사원은 이번 조사를 통해 확보된 수로측량 및 조석 관측 자료를 분석해 내년 1월25일까지 선박이 임시로 이용할 수 있는 '해도(海圖)'를 제작할 예정이다. 이후 해양수산부와 국방부의 협의를 거쳐 민간 선박에도 제공할 계획이다. 
 
한강 하구는 '바다 위 휴전선'으로 불렸다. 정전협정상으로는 선박운항이 가능한 중립지대지만 우발적 충돌이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는 판단에서 그동안 민간선박의 출입이 제한됐다.
 
이번 공동조사 이후 한강 하구에 남북의 선박이 자유롭게 운항한다면 말 그대로 '휴전선'이 열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남북한의 물길을 잇는 첫 단추로 평화체제 구축에 한발 다가설 것으로 기대된다. 
 
김포 등 한강 하구는 어업과 항행, 토사 준설 등에 이용될 수 있어 경제적인 성과도 눈여겨 볼 점이다. 당장은 대북제재가 여전해 계획을 내놓을 수 없지만 이 조치가 풀릴 경우 곧바로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지역이기도 해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 
 
물론 이번 조사가 끝났다고 당장 선박의 운항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실제 선박의 안전한 항행을 위해서는 추가 정밀조사가 필요하다. 이번 조사는 시간적 제약과 지리적 여건 등으로 조사 범위가 수심과 조석 관측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이번 조사에서 제외된 해저지형에 대한 정밀 조사와 장기 조석·조류 관측 등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 이는 필요에 따라 향후 진행될 준설 작업의 근거로도 활용될 수 있다. 이 때문에 공동 조사단도 시간적 한계와 물리적 어려움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물론 첫 술에 배가 부를 수는 없다. 65년의 세월은 한 순간에 허물기에는 꽤 긴 시간이다. 정부는 한 걸음씩 이 응어리를 풀어나간 다는 계획이다. 
 
해양수산부는 통일부와 국방부 등 관련 부처와 추가 조사에 관한 부분에 대해 협의하고, 또 해도가 제작되면 한강 하구 항행이 가능한 선박의 크기와 횟수 등 구체적인 항행 규칙에 대한 논의도 본격화 될 것이다. 
 
본격적인 평화의 시작을 알리는 중요하고 역사적인 사안인 만큼 신중하게 진행되길 기대해본다. 
 
이해곤 정경부 기자 pinvol197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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