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프로세스 과정에서 일본과 긴밀히 협력해나가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며 “아베 총리와 회담, 통화, 특사파견 등을 통해 협의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밝혔다. 화해치유재단 해산 결정과 대법원의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배상판결 등으로 인한 양국관계 악화 우려에 대해서는 ‘과거사와 양국 간 발전문제는 별개로 진행해야 한다’는 평소 생각을 되풀이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본관에서 누카가 후쿠시로 의원을 비롯한 한일 의원연맹 대표단을 접견하고 환담을 나눴다.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한일 양국이 1965년 국교정상화 이후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관계를 발전시켜왔다”며 “역사를 직시하며 미래 지향적인 관계를 만들게 된 것은 양국과 양국민들의 노력 덕분”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양국 정치 지도자들이 양국민의 우호적 정서를 촉진시키고 장려시켜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과거사를 직시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것과 양국 간 미래지향적 발전 관계는 별개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점에는 취임 때부터 지금까지 변함이 없다”며 한일 간 미래지향적 관계가 지속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누카가 회장도 “문 대통령의 북미·남북 간 정상회담을 위한 중재자 역할에 대해 높이 평가한다”며 한미일, 한일 등 다양한 창구를 통한 일본과의 소통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누카가 회장은 문 대통령에게 “화해치유재단 해산, 징용공 판결 등에 대한 한국의 적절한 조치와 대응책을 기대한다”는 화두를 던졌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화해치유재단은 오래 전부터 활동과 기능이 정지됐고 이사진들도 거의 퇴임해 의결기능도 어려운 상태”라며 “아무런 활동이 없는 상태에서 운영과 유지비만 지출돼 오던 터라 재단을 해산한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의 출연금 10억엔 처리문제를 놓고는 “원래 취지에 맞게 적합한 용도로 활용될 수 있도록 양국이 협의해 나갔으면 한다”는 말로 갈음했다.
특히 대법원의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대상판결에 대해 문 대통령은 “이는 사법부의 판결이다. 일본도 그렇듯 한국도 3권분립이 확고해 한국 정부는 이를 존중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대법원 판결도 (1965년) 한일 기본협정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다만 기본협정은 유효하지만 노동자 개인이 일본 기업에 대해 청구한 손해배상 청구권까지 소멸된 건 아니라고 본 것”이라며 “한국 정부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정부 부처와 민간, 전문가들이 모여 해법을 모색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 문제에 대해 양국민의 적대 감정을 자극하지 않도록 신중하고 절제된 표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양국 간 우호 정서를 해치는 것은 한일관계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당부도 내놨다. 이에 대해 누카가 회장은 “개인청구권이 아직 소멸되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서는 일본 정부도 인정하고 있다”며 “이를 두고 ‘외교보호권’을 포기했다는 인식도 있기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한일 양국정부가 서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답했다.
문재인 대통령(왼쪽)이 14일 청와대 본관에서 한일의원연맹 합동총회 참석차 방한한 한·일 의원연맹 일본 측 회장 누카가 후쿠시로 의원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