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오는 22일 취임 1주년을 맞는 손태승
우리은행(000030)장은 취임 직후 부행장급 임원 60%를 교체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 인사와 조직개편을 단행하며 실적 개선을 이끌어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은행 숙원사업이던 지주사 전환을 매듭지으며 은행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하지만 야심차게 단행한 차세대 전산시스템 교체 이후 잦은 전산시스템 오류와 부정접속, 해킹시도 사건이 발생하며 잡음도 일었다. 실적은 빛을 발했지만, 보안 부문에서는 낙제점을 받은 셈이다.
사진/우리은행
조직 화합·혁신에 주력…우리은행, '지주사 출범' 새 역사 썼다
손태승호(號)의 가장 큰 성과는 단연 ‘지주사 전환’이다.
지난 2014년 이후 4년 만에 금융지주 체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승인받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은행은 국내 주요 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비(非)금융지주 회사 체제를 유지했다. 이 때문에 비은행 부문이나 글로벌 시장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제약이 있었다.
손 행장 역시 취임 초부터 시장 경쟁력 확보를 위해 지주사 전환과 인수·합병(M&A)을 추진할 계획을 밝혔다. 이를 위해 우리은행은 지난 5월 지주사 체제 전환을 공표하고, 이듬달 지주 체제 전환을 위한 주식이전 계획서를 결의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7일 우리은행 지주사 전환을 인가했으며 우리은행은 내년 1월 지주사 체제로 출범할 계획이다. 초대 지주 회장은 손 행장이 겸직한다.
여기에는 실적 호조와 조직 혁신에 대한 손 행장의 노력이 뒷받침됐다.
우리은행은 올해 3분기 1조9034억원의 누적 순이익을 달성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는 손 행장 취임 전인 작년 3분기(1조3785억원)에 견줘 38% 증가한 규모로, 지난해 1년간 누적된 당기순이익(1조5121억원)을 능가한다. 우량 중소기업 중심의 자산성장과 글로벌 네트워크, 핵심 저비용성 예금을 적극적으로 유치한 노력이 빛을 발한 것이다.
특히 지난 2014년 글로벌사업본부 부행장으로 역임한 손 행장은 별도의 부문장 선임 없이 글로벌 사업을 직접 챙기며 해외네트워크 확장에 힘써왔다. 이 결과 글로벌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는 우리은행 신용등급을 1단계 상향조정하기도 했다.
탕평 인사도 눈에 띈다.
내정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포용적 리더십과 계파에 치우치지 않는 균형감각을 강점으로 꼽았던 손 행장은 계파 갈등을 해결하기위해 성과 중심의 인사원칙을 정하고 갈등봉합에 심혈을 기울였다. 그는 행장 선임 후 대규모 인사를 실시한 데 이어 최근 부행장 9명을 전원 교체하는 과감한 임원인사도 실시했다.
부행장을 전원 교체하고 임명된 지 1년도 안 된 상무급을 대거 발탁하는 등 세대교체를 단행한 것이다. 채용 비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적발 시 가차 없이 퇴출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도를 마련했으며, 채용 전 과정은 외부 전문기관에 위탁해 투명성을 높이기로 했다.
손태승 우리은행장이 후배들에게 아이디어를 얻는 '리버스 멘토링'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우리은행
해킹의혹·전산시스템 오류 발생…민원 최다 은행 '불명예'
과감한 혁신에는 부작용도 있었다.
우리은행은 지난 5월 14년 만에 차세대 전산시스템 ‘위니(WINI)’를 도입했지만, 가동 첫날부터 접속장애가 발생하며 고객 불편을 초래했다. 새 전산시스템은 당초 지난 2월 도입될 예정이었지만 ‘단 0.001%의 오류도 허용할 수 없다’는 손 행장의 판단 아래 도입이 늦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은행 전산시스템은 잇달아 문제를 일으켰다. 인터넷뱅킹과 모바일뱅킹 접속 오류부터 추석 연휴를 앞둔 9월 타행공동망 장애로 타행 이체와 인출도 되지 않았다. 여기에 우리은행이 관리하던 서울시 지방세 인터넷 납부시스템 이택스(ETAX)에서도 전산 오류가 발생했으며, 인터넷 프로토콜(IP)로 75만회에 걸쳐 인터넷 부정 접속 시도도 있었다.
이로 인해 우리은행은 올해 2분기와 3분기 연속 민원이 가장 많은 은행으로 꼽히기도 했다. 올 3분기 우리은행은 346건의 민원을 받았으며, 전자금융공동장애 및 전산시스템 교체와 관련한 민원만 266건에 달했다. 보안과 고객 만족부문은 여전히 부족한 모습이다.
향후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내년 지주사 출범 이후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하기까지 완전 민영화와 지배구조 안정화, 인수합병 등 숙제가 산적해서다. 특히 금융당국이 우리은행 지주사 전환 시 자회사 자산에 대해 은행 자체 특성을 반영한 내부등급법이 아닌 금융회사 전체를 기준으로 한 표준등급법을 적용하기로 하면서 당분간 적극적인 M&A에는 한계가 있다.
한편 시장에서는 손태승 행장이 진두지휘하는 지주사 체제에 대해 기대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수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일시적으로 하락할 자본비율은 2020년 내부 등급법 적용을 통해 원상복구 될 것”이라며 “금융지주 규제 개선에 의한 다양한 그룹의 운영 효율성 증대도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김 연구원은 “은행·비은행 자회사간의 매트릭스 조직 구성을 통한 시너지도 기대된다”고 언급했다.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금융지주사 전환 이후인 내년에는 자본비율이 상당폭 하락할 수 있다”면서도 “앞으로 기대해 볼만한 관심 종목”이라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