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허익범 특별검사팀과 검찰이 포털사이트 댓글 조작 사건 핵심 인물인 '드루킹' 김모씨에게 징역 7년을 구형했다. 김씨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경수 경남도지사에 속았다고 주장했다.
특검과 검찰은 2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재판장 성창호)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드루킹에게 이같이 구형하고 김씨 측근인 '솔본아르타' 양모씨와 '둘리' 우모씨에게는 각각 징역 2년6개월을 구형했다. 다른 피고인들에 대해서도 징역 6개월에서 징역 3년6개월을 구형했다.
특검은 "비록 죄명은 컴퓨터등업무방해지만, 민의를 왜곡했다는 점에서 범죄 중대성이 실로 크다. 인터넷 다수 여론은 선거에 많은 영향을 미쳐 파급력이 크다"며 "드루킹 등은 정치적 이익을 위해 여론을 조작해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고 했다. 소수 의견을 다수 의견인 것처럼 왜곡했는데 그 자체만으로도 민주주의 근간을 뒤흔드는 용납할 수 없는 중대 범죄"라고 구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그간 정치권 주변 사조직 실체가 드러났다. 앞으로 자기 이익을 위해 민의를 왜곡하고자 하는 '제2의·제3의 드루킹' 등장 가능성이 매우 높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피고인들을 엄정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드루킹' 김씨는 "사회적 물의를 빚은 점에 대해 국민과 재판부에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 제 행위 동기는 불순한 거래나 이익을 얻기 위한 것이 아니라 1997년 국제통화기금 사태와 같은 고통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경제민주화로 위기를 극복하게 하고 싶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씨는 "문재인과 김경수는 참으로 신의 없는 사람들로 저희는 (그들에게) 속았다. 이번 사건의 최대 수혜자는 대통령 문재인과 김 지사,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이다. 저는 어떤 금전 혜택을 본 바 없다. 모든 책임을 저에게 떠넘기는 데 제가 김 지사라는 사람을 잘못 봐도 정말 잘못 봤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신의 없는 사람을 대통령과 2인자로 만들어 국민에게 더 큰 고통을 줬다는 점에서 진심으로 후회하고 사과한다"고 주장했다.
김씨 변호인은 "실제로 매크로 사용자가 처벌되지 않고 네이버 등에서 상황을 방치하고 있었던 점, 실제 업무방해죄가 성립되는지 법리적인 부분만 봐주길 바란다. 뇌물공여 혐의 관련해서도 대가성이 없다. 이런 점 등을 고려해주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특검과 검찰은 김씨 등이 지난 2016년 12월부터 지난 3월까지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기사 8만여개에 달린 140만여개에서 공감·비공감 클릭 9970여만회를 조작한 것으로 보고 재판에 넘겼다.
김씨 일당은 2016년 3월 고 노회찬 정의당 의원에게 2차례에 걸쳐 총 5000만원 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와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전 보좌관인 한모씨에게 인사 청탁 등 편의 대가로 500만원을 건넨 혐의(뇌물 공여)도 받는다.
인터넷 댓글 조작 혐의로 구속 기소된 '드루킹' 김모씨가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결심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