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영지 기자] 공정거래위원회 간부들의 불법 재취업을 도운 혐의를 받는 정재찬 전 공정거래위원장과 김학현 전 부위원장 등 전현직 간부들에게 검찰이 실형을 구형했다.
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재판장 성창호)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검찰이 정 전 위원장과 김 전 부위원장에게 각 징역 4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들은 업무방해 등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간부들의 불법 취업에 관여한 노대래·김동수 전 위원장에겐 각 징역 2년, 신영선 전 부위원장에겐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지철호 부위원장에겐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다른 피고인들에게도 벌금 1000만원∼징역 1년6개월씩을 구형했다.
검찰은 "국민은 공정한 자유경쟁을 보장해달라는 염원을 담아 공정위에 제재 권한을 부여했다"며 "공정위는 이 같은 권한을 자신들의 인사 적체 해소라는 조직 이기주의적인 목적을 위해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불법 취업 과정에서 기업과의 유착이 생겨, 준사법기관을 자처해 온 공정위 본연의 기능을 약화시켰다"며 “조직 차원의 목적으로 장기간 자행된 비위의 최종 책임을 실무자에게만 귀속시킨다면 어떤 국민도 결과를 납득하지 못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검찰은 또 "다른 기관에도 이와 같은 관행이 존재한다면 이 사건을 계기로 반드시 사라져야 할 것"이라며 "공직사회의 잘못된 관행, 편법 행위에 준엄한 경고와 시정조치를 내려달라"고 요구했다.
피고인들은 검찰의 구형에 반박하면서도 재판부에 선처를 구했다. 정 전 위원장 측 변호인은 “정 전 위원장은 공정위 간부를 기업에 채용하게 해 기업 인사 업무를 방해한 행위에 대해 몰랐다”며 “공정위에서 일하면서 인사업무 맡아본 적 없고, 지원과장으로부터 보고받은 내용은 간략한 형태에 불과했다”고 반박했다.
또 “취업 요청이 오면 연봉 등을 상의해서 취업하는 정도로만 알았을 것으로, 하급자의 불법행위를 눈치채지 못했고 이를 적극적으로 저지하지 못했다고 불법취업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은 공모공동정범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며 “40년 가까이 공직생활을 했음에도 아직까지 배우자, 두 아들과 월세집에서 살고 있을 정도로 성실하게 생활했다”며 선처를 요구했다.
김 전 부위원장의 변호인은 “김 전 부위원장은 조직 관리 차원에서 인사 적체 해소 문제에만 관심이 있었다”면서 “기업에 대한 부당 압력에 대해 인식하지 못했는데 기업 관계자 진술 통해 퇴직자들이 기업에 취업했다는 것을 알게 돼 실상을 몰랐던 점을 반성한다”고 말했다.
또 대기업에 자녀취업을 부당하게 청탁한 혐의에 대해서도 “공정위 부위원장직위와 관계없이 친구 사이에서 개인적으로 부탁한 정도”라며 “김 전 부위원장이 퇴직 예정이라 직무관련 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고, 뇌물죄 성립된다고 해도 제3자 뇌물 수수죄가 될텐데 부정 청탁을 받은 것이 없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김동수·노대래·정재찬 전 위원장 등은 공정위 내부 인사적체 해소를 위해 16개 대기업을 압박해 내부 승진이나 재취업이 곤란한 공정위 고위직을 채용하도록 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해당 기간 동안 16개 기업들이 강요에 못 이겨 공정위 간부 18명을 채용했고, 임금으로 총 76억원을 지급한 것으로 파악했다. 이들 전직 위원장과 함께 김학현·신영선 전 부위원장, 한철수 전 사무처장 등도 공범으로 기소됐다.
정재찬 전 공정거래위원장과 신영선 전 부위원장이 지난 7월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영지 기자 yj113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