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올해 음성인식 인공지능(AI) 시장은 또 한번 도약할 전망이다. 초고속·초저지연·초연결성이 강점인 5세대(5G) 이동통신을 기본 인프라로 삼아 서비스 고도화가 가능한 까닭이다. 이동통신사와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포털사, 구글을 중심으로 포문을 연 국내 AI 스피커 시장이 성장궤도에 오르면서 수익실현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음성인식 AI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금융·자동차 등으로 플랫폼 생태계 확장도 기대된다.
SK텔레콤 모델이 AI 스피커를 통해 관리비를 조회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우선 음성인식 AI 서비스의 대표 플랫폼인 AI 스피커 보급이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KT그룹의 디지털 미디어렙 나스미디어의 디지털 미디어&마케팅 전망에 따르면 2019년 국내 AI 스피커 보급 대수는 800만대에 이를 것으로 분석됐다. 2017년 100만대 수준이던 AI 스피커 보급 대수는 지난해 300만대로 뛴 데 이어 불과 1년 만에 160% 성장하는 것이다. 이는 국내 약 2000만 가구의 약 40%가 AI 스피커를 보유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AI 스피커의 시장 확대로 수익 실현도 가능할 전망이다. 국내 AI 스피커 시장은 SK텔레콤이 2016년 9월 누구를 처음 내놓은 이후 KT의 기가지니와 네이버의 프렌즈, 카카오의 카카오미니 등 제품이 줄줄이 나왔다. 제품 도입기에 출시가 잇따르면서 판매 이익을 내기 어려웠다. 하지만 토종 기업들뿐만 아니라 구글도 지난해 9월부터 구글홈을 내세워 국내 시장에 진출해 시장 규모가 커질 전망이다.
AI 스피커 보급률이 높아지면서 이용자 접점이 확대되는 것도 긍정적이다. 양질의 데이터를 확보해 빅데이터 사업 기반을 다질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고 있다. 이에 다양한 개발자와 서비스를 우군으로 끌어들여 플랫폼 생태계 장악력을 높이려는 시도가 본격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당장 이용자가 직접 체감을 할 수 있는 홈IoT를 비롯해 금융, 자동차 등 다양한 산업과 연계한 서비스가 출현될 전망이다.
이통사와 포털은 AI 오픈플랫폼을 공개하고 생태계 확장에 적극적이다. SK텔레콤은 AI 누구 서비스를 쉽게 개발할 수 있는 누구 디벨로퍼스를 공개했다. 코딩 필요 없이 웹사이트에서 누구 디벨로퍼스 개발 툴을 통해 직접 AI 서비스를 제작할 수 있다. KT도 포털사이트 API 링크를 열고 소프트웨어 개발카트를 제공했다. 카카오는 지난달 AI 플랫폼 카카오i를 개방해 카카오 아이 디벨로퍼스 사이트를 열었다. 네이버는 클로바 챗봇 빌더를 공개해 별도 프로세스 없이 클로바를 탑재한 AI스피커, 라인 메신저의 연동 서비스를 지원한다.
이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음성 AI 서비스가 본격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가령 금융권과 협업으로 음성으로 신용카드 혜택 조회, 인근카드 영업점 조회, 카드 관련 정보 제공도 가능할 전망이다. 본인인증절차를 적용해 결제예정금액, 잔여한도, 결제예정일, 포인트잔액, 카드 이용내역, 멤버스 등 제반 조회 서비스를 위한 준비도 착수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음성 AI를 기반으로 카드발급신청 및 결제 등도 구현하는 것이 목표다. 단순 음성 AI 서비스에서 나아가 플랫폼 사업으로 영역을 확대하겠다는 얘기다.
자동차 산업과의 시너지도 기대된다. 차량에 부착된 센서와 카메라로 모은 외부 환경변화 정보, 탑승자의 신체상태, 감정 데이터 등을 AI가 분석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율주행으로 발전할 수 있다. 이 경우 음성으로 차량의 모든 것을 제어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IT 업계 관계자는 "AI 스피커를 통한 수익 본격 창출과 수익을 고도화하기 위해 플랫폼을 고도화하려는 작업이 본격화될 것"이라며 "이종산업과 손을 많이 잡아 독특한 서비스를 내놓는 것이 관건으로 다양한 업무협약 체결이 경쟁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