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대경기자] 앞으로 외국기업이 국가 연구개발(R&D) 지원을 받은 국내기업을 인수할 경우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국가핵심기술 유출자에게는 손해배상액의 3배까지 보상하게 하는 징벌적 손해보상제도도 도입한다.
정부는 3일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4대 분야 20개 과제로 이뤄진 '산업기술 유출 근절대책'을 발표했다. 최근 우리나라 반도체 등 주력산업을 중심으로 매년 20건 이상의 기술 해외 유출·시도 사례가 잇따르고 있어 방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에 따라 마련됐다.
정승일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은 "산업기술 보호는 기술개발과 동일하게 우리 산업의 경쟁력 유지에 핵심적 요소"라며 "기술보호를 위한 대책을 더 발굴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 국가R&D 지원을 받은 국내기업을 외국기업이 인수·합병(M&A)할 때 사전승인을 받도록 했다. 지금까지는 신고만 하면 가능했다. 국가 R&D 지원을 받지 않은 기업을 인수할 때도 현재는 신고 의무가 없었으나 이번에는 신고 의무를 부여했다. 기술탈취형 M&A에 대응수단이 부족하다는 업계의 지적에 따른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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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12개 분야 64개 기술로 지정된 국가핵심기술에 인공지능(AI)와 신소재를 신규 업종으로 추가했다. 또 영업비밀 범죄 구성요건을 완화해 기술보호 규제를 받는 업종의 범위를 넓히고, 보안컨설팅 대상 기업은 2018년 170개사에서 올해 200개사로 늘린다.
처벌은 강화했다. 현재 일반 산업기술 유출과 동일한 처벌기준(15년 이하 징역 또는 15억원 이하 벌금)을 적용받는 국가핵심기술의 해외 유출에 대해 최소형량과 처벌기준을 두는 방안을 추진한다. 징역 15년 이하로 두기보다 최소 징역 3년 이상으로 처벌의 최소 형량을 설정하는 식이다.
산업기술과 영업비밀 유출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적용해 최대 3배까지 배상토록 하는 방안도 담았다. 이미 영업비밀은 해당 조항이 적용되고 있지만 산업기술은 추가 법 개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나아가 기술유출 사건의 효율적 조사를 위해 수사기관이 해외유출 범죄에 한해 금융거래정보를 활용할 수 있게 하고, 정보기관이 경위를 조사할 수 있도록 권한을 명확히 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해 6월 국가핵심기술 해외 유출사건에 한해 수사검사가 공소를 유지하도록 조치했다.
재판과정에서 피해기업의 입증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피해액 산정에 필요한 자료를 법원이 유출자에게 제출 명령할 수 있는 권한도 도입할 예정이다. 또 법원이 피고의 소송기록 열람·등사를 제한하는 규정을 신설하는 방안을 포함했다. 유출여부를 다투는 과정에서 유출자자가 원고 제출 자료와 소송기록 열람·등사할 때 2차 유출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외에 정부는 산업부 외 다른 부처 공공기관이 업무수행 과정에서 취득한 국가핵심기술에 대해서 비밀유지 의무를 부과하고 정보공개의 제한적 요건을 설정하도록 했다. 정보공개의 제한적 요건은 국가안보 등에 악영향이 없을 시 국민의 생명·건강 등의 보호를 위해 공개하는 것이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