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7일 통계청이 가계동향조사에서 응답을 거부할 경우 최대 2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한 데 대해 "시대에 뒤떨어진 행정조치"라며 강하게 질책했다. 통계청은 하루 만에 과태료 부과 방침을 취소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이날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오전 차담회에서 해당 내용에 대한 언론보도와 관련해 이같이 질책하며 "채택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국민들이 통계작성에 나서게 하려면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해야지 강압적인 방법으로 하는 건 관료적 사고"라며 "다른 분야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강신욱 통계청장은 오후 브리핑을 열어 "불응을 이유로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겠다"며 "전부터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고 해명했다. 과태료 부과 규정이 있어 고지했을 뿐 실제 단순불응에 대한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았고 추가 검토하지도 않았는데 언론 보도로 논란이 커졌다는 취지다. 현행법상 통계청은 조사 대상자가 자료 제출이나 응답 요구를 거부·방해·기피하거나 거짓으로 응답할 경우 1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다만 강 청장은 "(조사 대상자의) 폭언이나 위력행사에 대해선 어떤 조치를 해야 하는지 논의를 해나가야 한다"고 부연했다.
통계청은 전날 자료를 내고 "가계동향조사 대상으로 선정된 가구가 조사에 불응하는 등 현장 조사 수행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경우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통계청은 올해부터 가계동향조사 방식을 기존 면접조사에서 약 7200여 대상가구가 일일 수입과 지출을 기록하는 가계부작성방식으로 바꿨다.
해당 내용이 알려지면서 조사대상가구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바른미래당 김수민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강압적인 방식의 가계동향조사를 반대한다"며 "통계청의 과태료 부과 방침의 철회를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