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청와대는 7일 문재인 대통령과 중소·벤처기업인들의 간담회를 '노변정담(화로 주변에 둘러앉아 담소를 나눔)'으로 설명했다. '노변정담'은 1930년대 경제 대공황과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위기상황에서 미국을 이끈 프랭클린 D. 루즈벨트 대통령의 대국민 라디오 담화를 지칭하는 말이다. 당시 루즈벨트 대통령은 구체적인 예시와 비유를 사용하고 친근감있는 화법으로 국민들과 소통해 위기를 극복해냈다.
'활력 중소기업! 함께 잘 사는 나라'를 주제로 이날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약 100분간 진행된 간담회는 노변정담의 취지를 살려 자유로운 분위기로 진행됐다. 기존 간담회는 문 대통령의 모두발언에 이어 정부관계자들의 정책설명, 사전 조율된 참석자들의 질문 등이 시나리오대로 이어지는 형식이었다. 그러나 이번 행사는 문 대통령의 약 5분간 모두발언 이후 비공개로 전환돼 별도의 조율없이 기업인들이 자유발언하고 문 대통령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장관 등 정부 관계자들이 답변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예정된 시간을 넘겨 약 100분간 열띤 토론이 진행됐고, 미처 의견을 내지 못한 분들은 서면으로 제출하면 해당 부처 장관이 직접 답변을 드리는 것으로 하고 행사를 종료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공장 지원확대 및 경쟁력 제고 ▲소프트웨어(SW)발전을 위한 제도 개선(최저가 입찰 개선, 인재양성) ▲소설벤처 등 청년창업 지원 확대 ▲성장 중인 중소기업 지원 ▲원자력발전 중 비발전 분야(원전안전기술), 원전 건설 분야 외 산업 모색 등이 제안되고 토론됐다.
특히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은 북한과의 경협문제를 제안했고, 문 대통령이 직접 답변해 이목을 끌었다. 박 회장은 "북한의 질 좋은 노동력을 국내 중소기업이 활용될 수 있다면 큰 시너지가 날 것"이라며 "현재 외국인 근로자가 약 100만 명이 일하고 있다. 내년부터 근로시간이 단축되면 20만명이 더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만일 북한 인력 50만명이 같이 일할 수 있다면 같은 언어와 양질의 기술력으로 중소기업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며 "기술연수생 형태로 경제협력 차원에서 적극 검토해주셨으면 한다"고 건의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우선 국제제재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고 조심스런 모습을 보였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신년사에서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을 조건 없이, 대가없이 재개하겠다는 것은 환영할 만하다"고 평가하면서도 "한편으로 북한과 해결해야할 문제와 국제제재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국제제재 문제만 해결된다면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남북경협이 되면, 시대가 바뀐 만큼 패러다임도 바뀌어야 한다. 중소·벤처기업도 많이 진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답변했다.
간담회를 마무리하면서 문 대통령은 "우리는 전통적인 제조업 강국이다. 실제로 국내총생산(GDP) 가운데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우리보다 높은 나라가 그리 많지 않다"며 "독일·중국·일본보다 우리나라가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더 높다. 그래서 제조업을 살리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스마트 공장을 통한 '기존 주력 제조업 혁신 및 고도화'와 '벤처 창업'을 강조했다. 또 문 대통령은 "그런 정보들이 충분히 제공돼 있지 않기 때문에 (스마트 공장을 하려는) 많은 중소기업인들이나 벤처를 창업하려는 분들이 어떤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제대로 모르는 분들이 참으로 많은 것 같다"면서 각 부처가 정책홍보에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을 당부했다.
한편 이날 행사장 배경막에는 ‘활력 중소기업! 함께 잘사는 나라’라는 문구가 적혔고, 참석자들의 자유로운 소통을 위해 좌석은 원형 형태로 배치됐다. 무대 가운데는 테이블을 설치해 초유로 만든 화장품과 스마트화분, 인공지능(AI) 아트, 사물인터넷(IoT) 제품, 휴대용 뇌영상장치(NIRSIT), 친환경 제설제, 피부·모발진단기기, 와인세이버, 나노온열방석 등 중소·벤처기업이 개발한 제품들이 전시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중소·벤처기업인과의 대화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