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동현 기자] 카풀·택시 업계가 한자리에 마주 앉지 않는 상황이 이어지며 두 업계 갈등이 해를 넘겼다. 택시업계는 '카카오 카풀 중단'을 거듭 요구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8일 서울시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주평화당 민주평화연구원 주최 '카풀 서비스 도입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토론회는 택시업계가 불만을 성토하는 자리였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택시단체 관계자들은 일제히 카풀 서비스가 '거대 기업의 배만 불리는 승자독식 구조'라며 카카오 카풀 서비스를 비판했다.
택시업계 종사자들은 카카오가 불법 카풀 서비스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성한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 사무처장은 "카카오가 택시 호출시장의 90%를 차지하며 교통 데이터를 축적했지만 이 데이터가 택시 산업을 위해 사용되지 않았다"며 "카풀 시범 사업을 중단하지 않고 무조건 대화하자고만 한다"고 비판했다. 카카오를 비롯한 카풀 사업자의 카풀 서비스 중단이 선행돼야만 카풀·택시 업계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택시 생존권 비상대책위원회의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이양덕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상무는 "카풀 서비스 도입은 기존 사업을 도태시키는 약탈 경제"라며 "카카오가 교통 서비스 수익을 독점하는 승자 독식 구조"라고 비판했다.
참석자들은 정부와 카풀 업계가 카풀 도입을 주장하는 주된 논거인 '승차난 해소'에 대한 반대 논리도 준비해왔다. 출퇴근 시간대 강남, 홍대 등 승차난 지역에 카풀을 도입하면 이용자들의 승차난이 해소될 것이라는 게 카풀 찬성론자 입장이다. 그러나 택시업계는 서울개인택시 기준 매일 운행을 규제받는 1만7000여대 개인택시만 운영을 허가해도 이 승차난을 해소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아울러 국토교통부가 추진 중인 '택시총량계획' 등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계획으로 전국에 과잉 공급 택시로 규정된 택시만 5만1264대에 이른다는 것이다. 이광형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이사는 "택시 공급 부족으로 인한 택시 승차난을 해결하기 위해 자가용 카풀 도입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자가용 카풀을 추가 도입할 것이 아니라 기존 운휴 택시를 활용하는 게 합당한 정책"이라고 말했다.
카풀업계와 택시업계의 만남은 지속해서 불발되고 있다. 어느 한쪽이 논의장에 참석하면 반대편이 불참하는 식이다. 지난달 28일 더불어민주당 택시·카풀 기획단(TF)이 주최한 카풀·택시 사회적 대타협기구에는 정주환 카카오모빌리티 대표가 참석했지만 택시 비대위는 "카풀 허용을 위한 요식행위"라며 불참했다. 반대로 이날 토론회에는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 등 주요 택시단체 관계자가 참석한 반면 카풀업계는 불참했다. 택시업계에 우호적인 평화당 주최다 보니 토론회가 택시업계에 유리하게 흘러갈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민주평화연구원에 "이번 토론회 참석이 사회적 대타협기구의 협의에 혼선을 줄 우려가 있어 불참한다"는 입장문을 보냈다.
평화당은 최근 '친 택시업계' 행보를 보인 바 있다. 평화당 소속의 황주홍 의원은 카풀 전면금지를 골자로 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정동영 대표는 지난달 국회 앞에서 열린 '3차 택시 생존권 사수결의대회'에 참석해 "100만 택시 가족의 생존권 투쟁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서도 정 대표는 "평화당은 경제적 약자의 편"이라며 "택시 종사자는 우리 사회의 경제적 약자"라며 사실상 택시업계 손을 들어줬다.
8일 서울시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주평화당 민주평화연구원 주최 '카풀 서비스 도입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토론회. 사진/김동현 기자
김동현 기자 esc@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