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투자와 혁신이 중요하다. 다시 한 번 투자와 혁신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기업인들에게 거듭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업이 커가는 나라, 함께 잘 사는 대한민국- 2019 기업인과의 대화' 마무리 발언에서 "기업이 성공하는 것이 나라가 부강하게 되는 지름길이다. 기업들이 신바람나게 할 수 있도록,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협력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기업은 경제적 과제와 아울러 사회적 과제 해결도 중요하다"며 안전, 환경, 지역경제 기여, 노동자 복지 등 사회적 가치를 거론했다. 그렇지만 "뭐니 뭐니 해도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첫째가 좋은 일자리, 둘째가 상생과 협력"이라며 "지금까지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노력에 감사한다. 국민들의 기대가 큰 만큼 계속 노력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가 기업 활력을 제고하고 장애가 되는 규제를 혁파하는 데 적극적 의지를 가지고 있음을 확인하고 믿음을 가질 수 있는 자리로 기억되었으면 좋겠다"면서 "올해 세계경기가 둔화되며 우리 경제에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하는 우려도 있지만, 우리 정부와 기업은 그동안 많은 어려움을 돌파해왔다. 그런 저력을 올해도 발휘해 기업과 정부가 함께 노력해 어려움을 돌파해 나가자"고 격려했다.
이날 행사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4대그룹 총수를 비롯한 자산순위 25위내 대기업과 주요 업종을 대표하는 중견기업 대표, 대한상의 및 지역상공회의소 회장단 등 130여명의 기업인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정부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양복상의를 벗고 열띤 분위기에서 토론을 이어갔다. 총 17명의 기업인이 발언했고, 문 대통령과 관련 부처 책임자가 답변했다. 이날 논의되지 못한 질문들도 관련 부처가 별도로 해당 기업에 답변할 계획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9년 기업인과의 대화'에 참석해 참석자의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청와대
특히 문 대통령은 규제개혁, 혁신성장, 신한울 원전건설, 미세먼지 문제에 대해선 직접 답변해 눈길을 끌었다.
문 대통령은 이종태 퍼시스 회장과 곽재선 KG그룹 회장의 신속하고 과감한 '규제개혁' 요청에 "규제혁신을 위해 법률의 개정이 필요한 부분은 입법절차상 시간이 걸리겠지만, 행정명령으로 이뤄지고 있는 규제의 경우 정부가 보다 선도적으로 노력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한다"며 "그 부분에 대해 집중적으로 노력해달라"고 홍 부총리 등에게 지시했다. 또 "나아가 오히려 소극적 행정에 대해서 문책하는, 그래서 적극행정을 더 장려해 나가는 그런 행정 문화까지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최태원 SK회장의 ‘혁신성장을 위한 실패 용납' 발언에 대해 "굉장히 중요한 말씀"이라며 "실패를 통해 축적이 이루어져야 혁신이 가능하다"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가 올해 연구개발(R&D) 예산 20조원 이상을 확보했는데 대체로 단기성과를 중심으로 R&D가 이루어진다"며 "장기적인 과제라는 것은 실패할 수도 있는 과제다. 실패해도 성실한 노력 끝에 실패한 것이라면 그것 자체를 하나의 성과로 인정해 주는 부분에 대해서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각별히 관심을 가져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철수 창원상의 회장은 관련 업체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신한울 원전 3,4호기 공사재개를 요청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에너지 정책 전환의 흐름이 중단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기술력, 국제경쟁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정부는 이 분야에 대한 지원을 계속할 것이며 기자재, 부품업체의 어려움을 정부가 귀 기울이고 지원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에너지전환정책은 산업, 일자리 측면에서 우리가 반드시 준비해 나가야 할 부분"이라며 "신한울 3,4호기 공사 재개는 정부의 에너지전환정책 전반과 모순된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거대한 변화에 지역과 원전 관련기업들의 어려움을 알고 있지만 공사를 재개한다고 해도 잠시의 어려움을 덜뿐 근본적 해결책은 아니다"라며 "애로사항을 잘 듣고 연착륙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용후 성남상의 회장은 남북경협이 본격화되기 전 북한의 경제가 중국에 종속되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 경제협력은 국제 경제제재가 풀려야 가능하다"며 "제재가 풀리게 되면 북한에 인프라 투자, 경제협력 등에서 중국과 치열한 경쟁을 하게 될 텐데 우위를 점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래서 제재가 풀리기 전에라도 조사연구를 선행하고, 표준화 등 제재에 해당되지 않는 범위의 준비 작업이 선행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은 "요즘 대기문제·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하다"며 "이를 위해 전기·수소차 등에 향후 4년간 5조원을 투자하고, 몽골 2700만평의 부지에 나무를 심는 식재사업을 지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3일째 최악의 미세먼지가 계속되고 있다. 평균수치는 작년보다 개선되었으나 심한 날의 수치는 더 악화돼 국민들이 느끼시는 체감도는 더욱 좋지 않은 것 같다"고 우려했다. 문 대통령은 "수소 자동차·버스 등은 미세먼지를 정화하는 기능까지 있으니 효과적이고, 조림협력사업 등도 좋은 대책"이라며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창원시 등에서 공기청정기 산업을 주력으로 특성화하고 있는 것 같다"고 기대했다.
이 밖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대한민국 1등 대기업으로서, 작년 숙제라고 말씀드린 '일자리 3년간 4만 명'은 꼭 지키겠다"며 "그것이 기업의 의무"라고 약속했다. 또 "협력업체와의 상생이 중요하다는 것도 너무 잘 알고 있다"며 "첨단산업 뿐 아니라 전통산업도 체질 개선할 수 있도록 선도해 가겠다"고 다짐했다.
손경식 경영자총협회 회장(CJ 회장)은 상법과 공정거래법 개정과 관련해 "기업 책임도 있지만, 문재인정부 들어 기업이 변화하고 있는 부분도 있다"며 "상법과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일부 기업이 우려하고 있는 대목도 있다. 법 개정보다 시장의 자율적 감시 기능 통해 기업이 변화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9년 기업인과의 대화'를 마치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기업인들과 산책을 하고 헤어지면서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