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1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행은 북미 정상 간 두 번째 '핵 담판'이 임박했음을 뜻한다. 2차 북미 정상회담 성사를 위한 양국 최고지도자들의 강한 의지다.
김 부위원장은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직전인 지난해 5월 미국 뉴욕에서 폼페이오 장관과 회담 후 워싱턴으로 이동,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접견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했다. 김 부위원장은 이번에도 비슷한 과정을 거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지난해와 달리 김 부위원장이 미국 수도인 워싱턴D.C로 곧장 날아가는 것은 의미가 남다르다. 북미 외교사에서 처음 있는 일로, 트럼프 행정부의 결단이 없으면 성사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 접견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다는 신호로도 읽힌다.
비핵화와 상응조치를 둘러싼 북미 대화 교착이 길어지면서 미국과 국제사회의 회의론이 높아지는 가운데 이뤄지는 김 위원장의 방미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주목된다.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북미 양측이 내놓은 합의는 선언적 성격이 짙었다. 북미 양국 간 새로운 관계 수립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완전한 비핵화, 미군 전사자 유해송환 등 4개 항으로 구성된 합의문을 놓고 일각에서 ‘구체성이 결여된, 지극히 원론적인 합의’라는 비판이 나왔다.
북한 입장에서도 불만이 있었다. 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과의 남북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6·12 북미 공동성명 정신에 따라 상응조치를 취하면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조치를 계속 취해나갈 용의가 있다”고 밝혔음에도 미국의 호응을 끌어내지 못해서다. 미국이 비핵화의 의미를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에서 '완전하고, 최종적인 비핵화(FFVD)'로 한 발 물러서기는 했지만 신고-검증-폐기 프로세스 상의 변화는 크지 않다.
최근들어 미국은 북한의 제재 완화 요구에 대북 인도지원 등에서 일부 양보의사를 보이고 있다. 대북 인도지원 제한 조치를 일부 해제한 것이 그 예다. 북한이 이에 만족하지는 못하더라도 향후 협상 진전을 위해 김 위원장의 과감한 결단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추가조치를 결심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연초부터 북미 정상 간 친서외교가 활발히 이뤄진 것 또한 그 가능성을 높인다. 김 부위원장의 입에 주목하는 이유다.
우리 정부는 이러한 북미 간 대화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한편 필요에 따라 중재역할까지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신년 내신브리핑에서 "한미 양국 간에는 각 급에서 전례 없는 긴밀한 소통이 이뤄지고 있다"며 "이제 북미협상이 이뤄져서 한미가 조율해 온 전략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비핵화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강 장관은 "이를 위해 한미 공조와 남북 간 협력은 불론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국과의 소통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17일 서울에서 쿵쉬안유 중국 외교부 부부장 겸 한반도사무특별대표와 한중 북핵 수석대표 협의를 진행한다. 외교부는 "김정은 위원장 4차 방중을 비롯한 한반도 상황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 달성을 위한 양국 간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을 비롯한 한반도 주변국과의 의견 조율은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 등 향후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서도 필수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중동 순방중이던 14일(현지시간) 오만 국왕과의 접견을 위해 대기 중인 모습.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