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양승태 구속영장 청구…"직접 주도"(종합)

"최종 결정권자·책임자, 무거운 책임 져야"…박병대 재청구

입력 : 2019-01-18 오후 5:08:32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검찰이 '사법농단' 의혹 수사에 착수한 지 7개월여 만에 이번 의혹 최정점에 서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병대 전 대법관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은 18일 오후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직무유기·특정범죄가중법 위반(국고 등 손실)·위계공무집행방해·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지난 11일 양 전 대법원장을 처음 소환한 검찰은 일주일 만에 신병처리를 결정했다. 
 
또 이날 검찰은 지난해 12월7일 한 차례 구속영장이 기각됐던 박 전 대법관에 대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직무유기·특정범죄가중법 위반(국고 등 손실)·위계공무집행방해·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형사절차전자화법 위반 혐의로 영장을 재청구했다.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대법관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구속영장심사)은 다음주 초 열릴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양 전 대법원장 구속영장 청구 배경에 대해 "양 전 대법원장은 이번 사태 관련해 최종 결정권자이자 책임자로 무거운 책임을 지는 게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양 전 대법원장 지시와 방침에 따랐던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은 구속기소 된 상태"라며 "양 전 대법원장은 일제 강제징용 재판 개입 및 법관 사찰 등 가장 심각한 핵심 범죄 혐의 관련해 단순히 지시하고 보고받은 차원을 넘어 직접 주도하고 행동한 게 관련자 진술과 자료로 확인됐다. 저희 입장에서 구속영장 청구가 꼭 필요했다"고 밝혔다. 직접 행동한 게 규명된 이상 영장청구는 당연한 순서였다는 설명이다.
 
박 전 대법관 영장 재청구에 대해서는 "공모관계 성립에 의문이 있다는 영장전담 법관의 첫 기각 사유를 깊이 분석하고 취지에 맞게 추가 수사를 거쳐 충실히 보완했다. 혐의의 중대성 및 영장 기각 이후 추가 수사 내용을 거쳐 규명된 새로운 혐의 등을 생각할 때 영장 재청구가 필요하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다만 박 전 대법관과 함께 지난해 한 차례 영장이 기각됐던 고영한 전 대법관에 대해서는 이번에 영장을 재청구하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대법관은 범죄 혐의를 인정하는 부분이 없으나 고 전 대법관은 일부 혐의를 인정하고 있다. 또 박 전 대법관과 비교해 관여한 기간 등에 차이가 있는 점을 고려해 재청구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양 전 대법원장의 혐의는 임 전 차장과 마찬가지로 4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속영장 페이지만 별지를 포함해 260쪽에 이른다. 박 전 대법관의 구속영장은 별지 포함 200쪽이다.
 
그간 양 전 대법원장은 총 5차례 검찰에 나와 조사를 받고 조서를 열람했다. 조사 시간은 27시간 정도였으나 35시간 넘게 조서를 열람하며 검찰이 가진 '패'를 상세히 확인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11일 오전 9시30분 처음 검찰에 소환된 양 전 대법원장은 11시간가량(식사시간 포함) 검찰 조사를 받은 뒤 3시간 정도 조서를 열람한 뒤 귀가했다. 다음 날 검찰에 다시 나와 조서 열람에만 10시간가량을 쏟으며 11일 조사한 부분의 조서 열람을 마무리했다. 
 
두 번째 소환된 14일에는 11시간30분가량 조사를 받은 뒤 조서 열람 없이 오후 9시 귀가했다. 다음 날인 15일 오전 9시20분 검찰에 다시 나와 오후 2시까지 2차 출석 때 마치지 못한 조사를 받았고 오후 9시까지 조서를 열람했다. 17일에도 오전 9시부터 검찰에 나와 13시간가량 조서를 보고 작업을 마무리했다.
 
양 전 대법원장의 장시간 조서 열람 배경에는 조서 질의에 담긴 검찰의 의중을 제대로 파악하고 향후 재판에 대비하려는 포석이 깔려 있다는 게 중론이다. 앞서 양 전 대법원장 대리인인 최정숙 변호사는 양 전 대법원장의 첫 검찰 조사가 끝난 뒤 "소명할 부분은 재판 과정에서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은 박·고 전 대법관 및 임 전 차장 등과 함께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의 민사소송 재판거래 의혹을 비롯해 '사법부 블랙리스트' 및 법관사찰 의혹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공보관실 운영비로 연간 3억원대 예산을 편성 받아 불법 유용하고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선거법 위반 사건에 개입한 혐의, 옛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확인 소송에 개입하고 헌법재판소 내부정보 유출 등에 관여한 혐의도 있다.
 
검찰에 따르면 양 전 대법원장은 자신을 둘러싼 혐의를 대부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 재판거래 의혹에 대해 자신의 관련성을 부인했고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상호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를 대법원장 사무실에서 만나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 정보를 제공한 의혹에 대해서도 만남 자체는 인정하나 구체적인 대화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법원행정처의 재판개입 규명에 수사력을 집중해온 검찰은 최근 임 전 차장 추가 기소 때 드러난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 전병헌 전 민주당 의원, 이군현·노철래 전 자유한국당 의원 등 재판 개입 의혹을 받는 정치인 등의 처벌 여부에 대해서는 법원 내부 관련자 수사를 마무리하는 대로 검토할 방침이다.
 
양승태(왼쪽) 전 대법원장이 지난 11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검찰로 들어서고 있고, 같은 날 서초동 대법원에 김명수 대법원장이 굳은 표정으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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