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검찰이 '사법농단' 의혹 최정점에 서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해 18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지난 12월7일 영장이 기각된 박병대 전 대법관에 대한 영장도 재청구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은 이날 오후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지난 11일 양 전 대법원장을 처음 소환한 검찰은 일주일 만에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신병처리를 결정했다.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구속영장심사)은 이르면 22일 열릴 전망으로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 여부도 이르면 이날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11일 오전 9시30분 처음 검찰에 소환된 양 전 대법원장은 약 11시간가량 검찰 조사를 받은 뒤 3시간 정도 조서를 열람한 뒤 귀가했었다. 양 전 대법원장은 다음 날 검찰에 다시 나와 조서 열람에만 10시간을 쏟으며 11일 조사한 부분의 조서 열람을 마무리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두 번째 소환된 14일에는 11시간30분가량 조사를 받은 뒤 조서 열람 없이 오후 9시 귀가했다. 다음 날인 15일 오전 9시20분 검찰에 다시 나와 오후 2시까지 2차 출석 때 마치지 못한 조사를 받았고 오후 9시까지 조서를 열람했다. 17일에도 검찰에 나와 13시간 가량 조서를 열람했다. 조서 열람에만 30시간을 넘게 쓰며 검찰의 '패'를 확인했다.
양 전 대법원장의 장기간 조서 열람 배경에는 검찰의 의중을 파악하고 향후 재판에 대비하려는 포석이 깔려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앞서 양 전 대법원장 대리인인 최정숙 변호사는 양 전 대법원장의 첫 검찰 조사가 끝난 뒤 "소명할 부분은 재판 과정에서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은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 및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과 함께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민사소송 재판거래 의혹을 비롯해 '사법부 블랙리스트' 및 법관사찰 의혹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공보관실 운영비로 연간 3억원대 예산을 편성받아 불법 유용하고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선거법 위반 사건 개입한 혐의, 옛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확인 소송에 개입하고 헌법재판소 내부정보 유출 등에 관여한 혐의도 있다.
검찰에 따르면 양 전 대법원장은 자신을 둘러싼 혐의에 대해 전체적으로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 재판거래와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등에 대해 자신의 관련성을 부인했고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해서도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상호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를 대법원장 사무실에서 만나 강제징용 피해자 민사소송 정보를 제공한 의혹에 대해 만난 사실은 있으나 구체적인 대화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법원행정처의 재판개입 규명에 수사력을 집중해온 검찰은 최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추가 기소 때 드러난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 전병헌 전 민주당 의원, 이군현·노철래 전 자유한국당 의원 등 재판 개입 의혹을 받는 정치인 등 법원 외부 인사의 처벌 여부는 법원행정처 수사 이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양승태(오른쪽에서 두 번째) 전 대법원장이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마친 후 검찰 청사를 나서고 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