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덴마크 출신의 루카스 포캐머는 밴드 루카스 그레이엄의 프론트맨이다. 1988년생으로 밴드 내 작사, 작곡, 리드 보컬을 맡고 있다. 밴드의 경쾌하면서도 밝은 멜로디, 그와 상반되는 저릿한 가사는 주로 그에게서 나온다.
7살부터 11살, 20살로 이어지는 한 청년의 성장 과정을 들려주는가 하면(‘7 Years’), 앞으로 평생을 아버지가 없는 세상에서 살아가야 할 감정(‘Happy Home’)을 노래한다. 끊임없이 상처 받고 외로움에 시달리는 한 청년의 노랫말들은 촉촉한 북유럽 감성을 머금은 한 편의 음유시다.
오는 24일 첫 단독 내한 공연을 앞둔 밴드의 포캐머를 이메일로 만났다. 그는 “음악을 하면서 내 이야기와 경험을 직접 이야기하는 부분을 가장 좋아한다”며 “노래를 듣는 이들이 자신만의 경험에 비춰 해석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제가 아버지에 대한 노래를 부를 때 (청중들은) 자신의 부모님을 생각할 수 있고, 제가 딸에 대한 노래를 하면 자신의 형제나 자매를 생각할 수도 있겠죠. 저의 음악을 듣는 누군가가 어떤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게 너무 아름다운 일이지 않나요? 너무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지난 2017년 지산 밸리록 뮤직 앤 아츠 페스티벌 당시 내한한 루카스 그레이엄. 사진/CJENM
노랫말 때문에 그는 흔히 ‘북유럽의 음유시인’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 수식어는 그에게 “굉장히 마음에 드는 형용사”다. 다만 덴마크라는 출생지 만으로 그의 음악을 재단하는 것은 경계한다. 그에게는 살아온 지역과 가족, 경험의 영향이 음악에 더 절대적이었다.
“어릴 때부터 아일랜드 출신 아버지에게서 영어를 배우며 자랐어요. 크리스티아니아(덴마크 정부로부터 자치권을 인정 받은 마이크로네이션)란 동네가 고향이었던 영향도 많이 받았죠. 가로등이나 차가 많지 않은 동네인 데다 어딜 가든 뮤지션들이 있거든요. Grey hall이란 곳에선 도어맨으로 일하며 공짜로 공연도 보곤 했어요.”
가장 최근작인 정규 2집에는 ‘딸바보’인 가장으로서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실렸다. 앨범 제목도 딸의 이름(비올라)을 딴 ‘더 퍼플 앨범(The Purple Album)’. 아내와 딸에게 최선을 다하는 그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긴 작품이다.
“공연 외 시간에는 최선을 다해 곁에 있는 아버지가 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딸과 함께 레고를 만들거나 토마토 수프를 식혀 먹죠. 나의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항상 그곳에 있어주며 응원해주고 아껴주고 들어주는 아버지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편이에요.”
그의 인생 철학 역시 음악 행로와 무척이나 닮아 있다. ‘자신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것’. 기술 발달로 다른 이의 이야기를 듣기 힘들어진 시대, 그는 반대로 ‘내면의 힘’을 중요시한다.
“스마트폰과 인터넷이 너무 발달한 현 시대에 우리는 지나치게 세상에 귀 기울이곤 합니다. 자신의 목소리와 이야기에는 집중하지 못하죠. 자신에게 더 귀 기울이는 습관을 들인다면 세상의 말들도 더 잘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해요.”
루카스 그레이엄 포스터. 사진/프라이빗커브
밴드는 지난 2017년 ‘지산 밸리록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 때 한국을 처음 방문한 적이 있다. 당시 숲 속에서 뽑아내던 매력적인 고음에서 아름다운 자연의 결을 느낀 관객들도 적지 않다. 매력적인 라이브 비결이 뭐냐는 질문에 그는 목뿐 아니라 몸 상태를 전면 체크하고 점검하는 편이라 답했다.
“운동을 정말 많이 합니다. 마사지와 사우나도 하고요. 집에 에센셜 오일을 사용해서 목과 몸 전부 쉬게 해주려고 하는 편이에요. 노래는 평상시 숨과도 연관이 돼 있어서 제대로 숨 쉬는 것에도 집중하는 편이에요.”
당시 열정적인 한국 팬들에 관한 기억도 좋게 남아 있다. 그는 “당시 우리 노래를 함께 불러주고 열광해 주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이번 공연도 굉장히 기대된다. 다른 나라에 갈 때 마다 로컬 음식을 먹곤 하는데 한국에서도 꼭 먹어보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또 협업해보고 싶은 한국 뮤지션이 있냐는 물음에는 “’7 Years’로 춤을 췄던 인피니트가 기억이 난다”며 “한국에서 유명한 가수라고 들었는데 감명 깊었다”고 관심을 표했다.
포캐머 주축으로 4인조였던 밴드는 현재 5명으로 멤버가 재편됐다. 2016년 키보드를 맡던 캐스퍼 다우가드가 팀을 떠난 후 윌리엄 헤링턴이 그 자리를 메꿨고, 올해 초부터는 기타리스트 존 소신이 참여했다.
“헤링턴의 연주에선 그가 뉴올리언스 출신이라는 게 느껴질 겁니다. 소신은 캘리포니아 오렌지 카운티 출신이고요. 새로운 연주자들과 합을 맞추며 밴드는 새로운 다이나믹을 향해 가고 있어요. 이번 내한에선 브라스 연주자들도 합세해 총 8명이 될 겁니다. 지금처럼 좋은 연주를 한 적이 없으니 기대해주세요.”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