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올가니즘 “우리 음악, 다양한 개성 끓여낸 ‘순수한 증류수’”

한국계, 일본계, 영국, 뉴질랜드 출신의 다국적 밴드…오는 27일 첫 내한 공연
물방울 소리 내고 링컨 연설 읽고…독특한 아이디어, 음악으로 간결히 표현

입력 : 2019-01-18 오후 4:23:48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물에 빨대를 대고 방울 소리를 내거나 링컨의 연설을 읽는다. 손에 구두 한 켤레를 끼고 테이블 위를 쿵쾅거리기도 한다. 살아가며 귓가를 스쳐가는 이 모든 소리들은 뒤섞여 ‘초유기체적 음악’이 된다. 최근 전 세계에서 주목 받고 있는 8인조 밴드 ‘슈퍼올가니즘’에 관한 얘기다.
 
2017년 초 영국 런던에서 결성된 이들은 소리만큼이나 구성도 독특하다. 메인보컬인 오로노 노구치는 일본계, 서브보컬인 소울은 한국계다. 에밀리(신스사이저), 투칸(드럼), 해리(기타), 로버트(비주얼 아트), 비(백보컬) 등 다른 멤버들도 영국, 뉴질랜드, 호주 등 출신이 다양하다. 17~32세 다양한 국적과 개성을 지닌 멤버 8인이 하나의 소리로 합심하고 융합한다.
 
오는 27일 서울 광진구 예스24라이브홀에서 이들은 첫 내한 공연을 갖는다. 공연을 앞두고 서면 인터뷰로 만난 해리(기타리스트)는 “우리는 현재 글로벌한 세상에서 살고 있고 멤버들 출신은 그 사실을 반영하고 있을 뿐”이라며 “각자의 배경과 경험이 슈퍼올가니즘의 음악에서 통합된다”고 설명했다.
 
“한국계 멤버 소울이 없었으면 한국어 나레이션이 곡에 들어갈 수 없을 것이고 몇몇 멤버들이 없었다면 뉴질랜드 음악의 영향을 받지 못했을 거에요. 멤버들의 다양한 출신과 경험이 밴드 음악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고 할 수 있어요.”
 
슈퍼올가니즘. 사진/소니뮤직코리아
 
멤버 중 일부는 온라인으로 처음 만났고 1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여러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자라왔다. 인터넷은 그들의 음악 소통의 창구였으며 점차 다른 친구들도 멤버로 합류해 오늘에 이르게 됐다. 곡 작업 과정 중에도 인터넷은 빠지지 않는다.
 
“보통 인터넷으로 서로에 아이디어를 보내고 멤버들 각각의 피드백을 참조해 곡을 만들어요. 누군가 한 가지 아이디어로 작업을 하고 있더라도 다른 아이디어로 작업하는 이에게 큰 문제가 안되죠. 멤버 전원이 완성된 아이디어라고 동의할 때까지 작업이 진행되는 편이에요.”
 
곡 작업 외에 앨범 프로듀싱, 뮤직비디오 제작 등에서도 멤버들의 집 컴퓨터가 활용된다. 런던의 한 집에서 서로의 작업물들을 수시로 공유하는데, 이 공간을 이들은 ‘DIY 팝 프로덕션 하우스’라 부르기도 한다.
 
2017년 곡 ‘썸띵 포 유어 마인드(Something For Your M.I.N.D)’가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폭발적인 호응을 얻어 이름이 알려진 후 밴드는 세계 각지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 곡은 세계적인 축구 게임 '피파2018(FIFA 2018)'의 배경음으로 쓰이기도 했다. 
 
해리는 “FIFA 시리즈로 많은 이들이 우리의 음악을 알게 돼 정말 흥분되는 순간이었다”며 “내 가족 역시 축구에 집착하는 영국인들이기에 가족들에게도 매우 자랑스러운 일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셀프타이틀 슈퍼올가니즘 앨범 재킷. 사진/벅스뮤직
 
지난해에는 이 곡이 포함된 셀프타이틀 정규 1집을 냈다. ‘Something for Your M.I.N.D‘ 발표 이후 7개월에 걸쳐 합심해 만든 앨범이다. 이 앨범으로 밴드는 신인으로서는 이례적으로 ‘2018 MTV 유럽 뮤직 어워즈’에 노미네이트되는 영광도 안게 됐다.
 
“앨범 작업 당시 각 작업물의 라이브 공연을 해보지 않았고 심지어 멤버 전원이 같은 공간에 있었던 적도 없었어요. 하지만 앨범의 각 곡들은 멤버 개성을 합쳐 끓인 ‘순수한 증류수’와 같은 작품이라 할 수 있어요. MTV에 노미네이트된 일요? 아주 멋졌어요! 밴드 외의 사람들이 우리가 하는 일을 좋아해준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에요.”
 
다양한 국적의, 다양한 경험을 뒤섞는 이들의 음악 기원은 어디서 됐을까. 멤버별로 가장 좋아하는 뮤지션이나 음악 장르가 있냐는 물음에 해리는 ‘팝’ 음악을 좋아한다고 답했다.
 
“넓은 의미의 ‘팝’ 음악을 좋아합니다. 사이키델릭, 힙합, 소울, 일렉트로닉 등이 모두 여기에 속하는 것 같아요. 사실 우리가 추구하는 음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독특한 아이디어를 간결한 방식으로 표현해 머리 속에 맴돌게 하는가’에요.”
 
이번 내한을 앞두고 혁오와의 콜라보레이션 결과물도 화제가 됐다. 작업 당시 이들은 “평소 혁오의 곡 ‘Gang Gang Schiele(강강술래)’를 좋아했다. 첫 한국 공연을 앞두고 리믹스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고 소감을 전한 바 있다.
 
밴드는 혁오 이전에도 세계적인 버츄얼 밴드 ‘고릴라즈’, 미국 록 밴드 ‘포르투갈, 더 맨’ 등과 협업해왔다. 주로 이들이 추구하는 음악 방향처럼 ‘독특한 아이디어’를 음표로 그려내는 팀들이다.
 
슈퍼올가니즘 공연 포스터. 사진/소니뮤직코리아
 
첫 내한 공연인 만큼 특별한 퍼포먼스도 준비 중이다. 밴드 내 비주얼 아트를 담당하는 로버트의 역할이 크다. 그는 ‘슈퍼올가니즘’의 세계관을 시각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재미난 작업들을 기획하고 실행한다.
 
“로버트는 멤버들의 아이디어를 시각적인 콘셉트로 정리하고 밴드의 모든 미학적인 부분의 디렉팅을 맡고 있습니다. 밴드의 모든 뮤직비디오를 제작하기도 하고 라이브 공연의 비주얼적 요소를 만들기도 해요. 이번 공연에는 춤과 강렬한 비주얼, 정신을 잃게 할 만큼의 몰입도 있는 음악적 경험을 기대해도 좋아요.”
 
멤버들은 한국 문화 체험도 기대 중이다. 한국계 멤버 소울 덕분에 이미 한국은 그들에게 친근한 국가다.
 
“한국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 데다 한국어를 잘하는 소울 덕분에 한국은 이미 우리에게 친근한 나라에요. 소울 말로는 채식주의자라도 불고기와 한국식 치킨은 꼭 먹어봐야 하더군요. 멤버 모두 한국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재미있는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길 기대하고 있답니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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