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사법농단' 의혹 최정점에 서며 구속영장이 청구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운명이 이르면 23일 결정되는 가운데 검찰이 이번 수사 내용을 가장 잘 아는 특수부장을 직접 투입해 시종일관 부인 논리를 꺼내든 양 전 대법원장 측에 맞설 방침이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 관계자는 22일 "다음 날 열리는 양 전 대법원장 구속 전 피의자 심문 시 국민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라는 헌법 가치 관련한 중대 사건이라는 점과 그런 혐의를 소명할 증거 자료에 대해서 충실히 설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으나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이번 사건을 담당한 특수부장과 부부장 검사 등을 투입해 검찰 출신인 명재권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23일 오전 10시30분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구속영장심사)에 대비할 예정이다. 검찰 관계자는 "가장 최선을 다할 수 있는 검사들이 들어가 설명하는 것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봉수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과 박주성·단성한 특수1부 부부장검사가 영장심사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은데 두 부부장검사는 양 전 대법원장 첫 조사 때도 번갈아 신문을 맡았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이날 최정숙·김병성 변호사와 동행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지만, 법정으로 올라가기 전 포토라인에서는 말하는 게 적절치 않다는 판단하에 아무 말을 하지 않을 예정이다. 앞서 양 전 대법원장은 검찰의 첫 조사를 받았던 지난 11일 출석 직전 대법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혐의를 부인했었다.
양 전 대법원장은 5차례 검찰에 출석할 동안 조사 시간보다 10시간여 더 긴 35시간 넘게 조서를 검토하며 영장심사와 향후 재판에 대비했었다. 이날도 검찰이 제기한 공소사실 대부분을 부인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이를 입증하려는 검찰과 장시간 심사를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 구속 여부 역시 260쪽에 이르는 구속영장 청구서와 양 전 대법원장의 전면 부인하는 태도 등을 생각할 때 24일 오전 판가름 날 수도 있다.
심사가 끝나면 양 전 대법원장은 통상의 경우대로 서울구치소에 인치돼 대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속이 결정되면 수감되고 기각되면 풀려나게 되는데 장소는 영장심사 후 법원에서 정한다.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영장심사 후 서울중앙지검 내에서 대기했으나 전직 대통령 신분으로 경호 및 질서 문제로 인한 특수한 경우였다.
양 전 대법원장은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 및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과 함께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의 민사소송 재판거래 의혹을 비롯해 '사법부 블랙리스트' 및 법관사찰 의혹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또 공보관실 운영비로 연간 3억원대 예산을 편성 받아 불법 유용하고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선거법 위반 사건에 개입한 혐의 등도 있다. 검찰은 18일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직무유기·특정범죄가중법 위반(국고 등 손실)·위계공무집행방해·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한편 박 전 대법관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도 23일 허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다.
양승태(가운데) 전 대법원장이 지난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검찰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