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미·중 무역분쟁으로 대표되는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글로벌 경기 둔화 등 어느때보다 어두운 분위기 속에서 개막한 제49회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이 반환점을 돌았다. 글로벌 석학들과 정·재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경제 올림픽'이라고도 불리는 다보스포럼이지만, 올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주요국 정상들이 불참해 흥행이 예년만 못하다는 평이 주를 이뤘다. 그럼에도 다보스포럼은 전세계인의 눈길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깜짝 등장한 연사를 포함해 무대 안팎에서 화제의 발언들이 이어졌다.
지난 22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화상으로 깜짝 등장했다. 사진/뉴시스·AP
지난 22일(현지시간)부터 나흘 간의 일정으로 시작한 다보스포럼의 초반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글로벌 경제 상황이 어두운 점도 이에 한 몫을 했다. 다보스포럼 개막에 앞서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의 세계 경제성장률을 종전보다 0.2%포인트 낮춘 3.5%로 제시했다. 무역 긴장 상존, 노딜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미국 연방 정부 셧다운(일시 업무 정지), 중국 경기 둔화 가능성 등 경기 하방 리스크 등을 반영한 결과다.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지금의 세계 경제를 크로스컨트리에 비유하며 "좋은 시야와 낮은 불확실성, 그리고 눈폭풍이 없는 기후를 모두 기대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재계 리더들의 전망도 다르지 않았다. WEF가 이날 공개한 설문조사 결과, 전세계 CEO들의 29%가 향후 1년간의 경제 동향을 비관적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같은 조사에서 5%만이 같은 응답을 한 것과 비교해 보면 상황의 엄중함을 엿볼 수 있다. 북미, 중동, 유럽, 아시아 등 지역을 막론하고 경기를 낙관하는 사람들의 비중은 크게 줄었다.
이 같은 상황 속 참석자들은 새로운 시대의 성장 동력을 찾는데 주력했다. 클라우스 슈밥 다보스포럼 창립자는 첫 날의 개막 연설에서 "세계화 4.0은 사람을 기술의 노예가 아닌, 상호 연결된 세계의 중심에 놓는 개념이다"라며 이번 포럼의 어젠다를 설명했다. 이 같은 큰 기제 아래 참석자들은 오는 25일까지 디지털 경제, 헬스케어 혁명, 기술 국가주의, 블록체인의 미래, 지역별 혁신 역량 점검 등에 대한 다양한 의견 교환에 나선다.
한편 이번 다보스포럼의 불참을 선언한 미국 정부를 대표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화상으로 깜짝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22일 영상 연결에서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에서 초강대국간의 갈등은 없을 것"이라며 낙관적 전망을 전했다. 그는 "중국이 공정하고 개방적 무역과 지식재산권 보호 원칙을 수용한다면 의견 대립은 해소될 것"이라며 "대화들로부터 좋은 결과를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는 "북미간 실무 협상에 진전이 있었다"며 2차 정상회담 전망을 낙관했다.
량화 화웨이 이사회 의장의 발언도 이슈가 됐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량 의장은 "특정 시장이나 소비자들이 화웨이를 피하고 금지한다면, 우리는 우리가 환영받고 협력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국가들로 옮겨가 기술 파트너십을 맺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모든 나라에서 그 나라의 법과 규제를 준수한다"며 미국 정부의 스파이 행위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