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진성 기자] 한국과 중국 양국이 고농도 '미세먼지 조기경보체계'를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대응책 마련에 양국이 머리를 맞댔지만 경보체계 구축 외에는 별다른 성과를 도출해내지 못했다. 특히 원인을 두고 시각차를 보여 중국에 근본적인 미세먼지 방지 대책을 주문하기에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제3차 한-중 환경협력 국장회의' 및 '제1차 한중 환경협력센터 운영위원회가 열린 22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황석태 환경부 기후변화정책관과 궈징 중국 국제환경협력사 사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24일 환경부에 따르면 양국은 서울 롯데호텔에서 22일부터 23일 잇따라 회의를 갖고 미세먼지 협력을 포함한 환경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제23차 한·중 환경협력 공동위원회'와 '한·중 환경협력 국장회의'를 연이어 연 것인데 회의에서 원인과 대책을 두고 시각 차가 드러나 앞으로 협력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회의 주요 성과는 조기경보체계 공동 구축과 연구 사업 범위 확대가 눈에 띈다. 또 미세먼지 발생과 이동경로 규명을 위해 2017년 5월 시작한 '창천 프로젝트'를 확대하기로 했다. 이는 지상과 항공관측을 중심으로 중국 북부지역 주요도시의 대기오염 물질 특성을 파악하고, 오염 원인을 규명하는 공동조사 연구사업이다.
7개 기존협력 사업을 계속 추진해 가기로 했다. 넓은 의미의 성과로 볼 수 있는 사업은 △환경오염의 건강영향 연구 △환경기술·산업협력 △농촌지역 환경협력 △한·중 철강 환경기술시범센터 △생물다양성협약(CBD) 전략계획 실천을 위한 경험 교류 △한중 해양쓰레기 공동 모니터링 연구 등이다.
나아가 우리측이 제안한 △대기질 예보 정보 및 예보 기술 교류 △한중 광산 지역 토양오염 관리 공동연구사업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한·중 환경정책 공동연구의 3개 신규사업은 착수에 합의했다.
하지만 전반적인 기류는 긍정적이지 못하다. 우리는 재난 수준의 미세먼지로 국민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며 중국의 협조를 요청했다. 직접적인 언급은 피했지만 미세먼지 발생량의 일부가 중국에서 넘어온 다는 점을 지적한 셈이다.
이에 중국은 국내정책을 통해 2013년 이래 주요지역 대기 질이 40% 이상 개선되는 등 중국 내 생태환경 전반의 질이 뚜렷이 개선됐다고 반박했다. 중국에서 넘어온 미세먼지가 아니라는 입장을 강조한 것이다.
직설적 표현은 없었지만 신경전도 상당했다. 실제 중국 측 대표로 참석한 궈징 중국 생태환경부 국제합작사 사장은 “서울 미세먼지 농도를 확인해 보니 수치가 낮았는데 아침 공기 냄새가 매우 신선하고 좋았다"고 강조했다. 서울의 대기 질 개선에 진전이 있다는 의미로 중국탓을 하지 말아달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중국발 미세먼지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도 없었다. 앞서 정부는 "중국 측에 할말은 하겠다"고 입장을 밝혔지만 회의 과정에서 태도는 다소 누그러졌다. 양국이 함께 진행하는 '동북아 장거리 대기오염물질(LTP) 연구'에 참여하는 데 의미를 둬야 한다는 표현으로 톤을 조절한 것이다.
양국은 'LTP 연구 요약보고서'를 올해 하반기 일본에서 열리는 한·중·일 환경장관회의를 계기로 발간될 수 있도록 한·중 양국과 한·중·일 3국간 긴밀한 협의를 지속하기로 했다. 정부는 연구 결과 중국발 미세먼지가 한국에 영향을 준다는 결과가 나오면 이에 대한 책임감 있는 대책을 요구할 방침이다.
유재철 환경부 생활환경정책실장은 "직접 언급이 없더라도 '동북아 장거리 대기오염물질(LTP)' 연구를 공동으로 진행하기로 한 것 자체가 중국도 중국발 미세먼지에 대해 일정 부분 책임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그는 "보고서를 통해 중국발 미세먼지 영향이 크다는 결과가 나오면 중국도 해결책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다자적 차원에서는 지난해 10월 출범한 '동북아 청정대기 파트너십(NEACAP)'이 대기오염 예방 협력체로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양국이 협력하기로 했다.
한중 환경협력 공동위는 1993년 10월 양국간 환경협력협정 체결 이후 한국 외교부와 중국 생태환경부가 만나 매년 개최하고 있다. 국장회의는 제18차 한중일 환경장관회의(2016년 8월) 계기로 체결한 한·중 환경협력 강화 의향서에 따라 2016년부터 매년 열고 있다.
세종=이진성 기자 jinl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