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홈플러스가 유럽 최대 규모의 유통연합과 손을 잡았다. 홈플러스는 스위스 파피콘 파노라마호텔에서 EMD(European Marketing Distribution AG)와 회원 가입 계약을 체결했다고 24일 밝혔다.
지난 1989년 설립된 EMD는 유럽 최대 규모 유통연합으로 스위스 파피콘에 본사를 두고 있다. 독일 마칸트, 노르웨이 노르게스그루펜, 스페인 유로마디, 이탈리아 ESD, 네덜란드 수퍼유니, 덴마크 다그로파, 스웨덴 악스푸드, 폴란드 카우플란트, 러시아 렌따, 호주 울워스 등 20개 국가 유통업체가 회원으로 속해 있다. 아시아 국가의 유통업체가 EMD에 가입하는 것은 홈플러스가 처음이다.
EMD 회원사 간 연간 매출 규모는 총 258조원(2010억유로, 23일 환율 기준)으로 월마트를 제외하면 세계 최대 유통그룹이다. EMD는 이를 바탕으로 유럽의 품질 좋은 상품을 공동으로 대량 매입해 소비자에게 저렴한 가격에 제공한다.
특히 EMD는 각 회원사의 연간 수요를 취합해 대규모 물량을 한 번에 발주해 원가를 획기적으로 절감하고, 제조업체는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할 수 있어 PB(Private Brand) 상품의 품질에 더 집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유럽 주요 국가 소비재 시장에서 PB 상품 점유율은 50%에 육박한다.
회원사 간 1대 1 협업도 장점이다. 예를 들어 코스트코 '커클랜드'와 같은 인기 PB 상품을 그대로 들여오거나 각 회원사의 거래 제조사와도 개별 상품 소싱을 협의할 수 있는 권한이 생긴다. 이를 통해 유럽의 인기 상품을 국내에 빠르게 선보일 수 있다.
이번 EMD 가입으로 홈플러스와 거래하는 제조업체는 유럽과 오세아니아 전역에 있는 EMD 소속 13만여개 매장 판매를 추진할 수 있다. 직접 국외 진출을 모색하기에 어려움이 많은 중소기업에는 성장 기회가 될 전망이다. 다양한 국가의 네트워크와 함께 거래하므로 특정 업체에서 이슈가 발생하더라도 위험을 분산할 수 있고, 1개 국가 내 1개 유통업체만 가입할 수 있는 EMD 원칙에 따라 회원사가 자국 내에서 이득을 독점으로 취할 수 있다.
홈플러스는 EMD 가입 첫해인 올해 일부 식료품과 잡화를 중심으로 회원사와 긴밀한 관계를 구축하면서 장기적인 협업 방안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우선 연내 시리얼, 배터리, 맥주, 프렌치프라이, 치즈, 파스타, 시드오일, 스위트콘, 와이퍼 등의 상품 공동 소싱을 검토하고 있다. 이중 오는 3월 론칭이 확정된 시리얼은 시중 브랜드보다 최대 40% 저렴한 수준에 선보일 방침이다. 홈플러스는 앞으로 매년 EMD와의 거래 규모를 100% 이상 확대할 방침이다.
영국 테스코와 협업할 당시 홈플러스는 다양한 유럽 상품을 선보였지만, 2015년 주주변경 이후 경쟁력이 하락해 연간 5000억원이 넘던 글로벌 소싱 규모가 지난 3년간 5분의 1 수준인 1000억원 이하로 떨어졌다. 홈플러스는 이번 EMD 가입으로 다양한 유럽 국가와의 폭넓은 제휴를 진행해 2021년까지 전체 글로벌 소싱 규모를 테스코 시절의 2배 수준인 1조원 대로 키울 예정이다. EMD도 대형마트 140개, 슈퍼마켓 351개, 편의점 261개 등 홈플러스의 752개 매장에 진출할 기회를 얻었다
필립 그루이터스 EMD 대표는 "처음으로 아시아 유통사와 손잡는 건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지금까지 홈플러스가 보여 준 전방위적 혁신과 도전은 유럽 시장 소비자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라며 "상호 협업을 통해 다양한 산업 파트너의 높은 성장과 안정적인 사업을 돕고, 보다 나은 구색으로 소비자 이익을 만족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임일순 홈플러스 사장은 "고객의 소비 편익을 높이고, 글로벌 소싱의 핵심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아시아에서는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EMD 가입을 추진했다"라며 "다양한 글로벌 구매 채널을 확대해 고객에게 즉각적인 혜택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국내 협력회사들이 유럽 시장에 진출해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앞으로 EMD와 긴밀하게 협업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23일(현지 시각) 스위스 파피콘 파노라마호텔에서 임일순(왼쪽) 홈플러스 사장과 필립 그루이터스 EMD(European Marketing Distribution AG) 대표가 회원 가입을 체결한 후 사진 촬영하고 있다. 사진/홈플러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