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유럽에 이어 미국 트라스트주맙 시장 진출 길을 연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설욕에 나선다. 앞선 인플릭시맙 시장 경쟁에서 셀트리온에 밀리며 체면을 구겼지만, 허가 및 출시시기가 비슷한 트라스트주맙 시장에선 해볼 만하다는 분석이다.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식품의약국(FDA)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유방암 치료용 바이오시밀러 '온트루잔트(SB3)'의 판매허가를 승인했다. 온트루잔트는 미국 마일란의 '오기브'와 셀트리온 '허쥬마'에 이어 세번째 허셉틴(트라스트주맙 성분 오리지널 의약품) 바이오시밀러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허셉틴은 연간 8조원대 매출을 올리는 블록버스터 의약품 가운데 하나로 미국 매출만 한 해 3조원에 이른다.
이에 따라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주요 시장인 유럽과 미국 트라스트주맙 시장에서 셀트리온과의 정면 대결을 앞두게 됐다. 셀트리온은 지난달 14일 허쥬마의 미국 승인을 획득한 바 있다. 두 의약품의 허가 시기가 한달도 차이나지 않는데다, 제품 출시 역시 허셉틴의 물질 특허가 종료되는 6월 이후 이뤄질 듯 보여 비슷한 출발선에 놓이게 됐다. 현재 각 3종(셀트리온), 4종(삼성바이오에피스)의 해외 허가 바이오시밀러를 보유한 양사가 오리지널 의약품이 겹치는 경우는 레미케이드와 허셉틴 바이오시밀러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앞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레미케이드(성분명: 인플릭시맙) 시밀러 경쟁에서 셀트리온에 선수를 내주며 주요 시장에서 밀리는 모습을 보였다. 셀트리온 램시마가 지난 2013년 8월 일찌감치 유럽허가를 획득해 시장에 진출한 반면, 삼성바이오에피스는 3년여 늦은 2016년 6월 플릭사비의 허가를 획득했다.
퍼스트시밀러로(최초의 바이오시밀러)서 시장 선 진입에 성공한 램시마가 유럽에서 55%의 점유율로 오리지널을 압도하는 의약품으로 성장한 반면, 후발 주자인 플릭사비의 존재감은 미미한 편이다. 시밀러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미국 시장 역시 램시마가 1년 빠른 허가시기를 앞세워 5% 내외 점유율을 유지 중인데 비해 플릭사비는 1~2%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허셉틴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선 먼저 승기를 잡겠다는 각오다. 레미케이드 시밀러와 달리 출발이 나쁘지 않은 상황이다. 온트루잔트의 유럽 출시는 지난해 3월로 허쥬마(5월)에 비해 두 달 가량 빨랐다. 현재 허쥬마는 14개 주요 국가에, 온트루잔트는 10개 이상 국가에 출시를 완료한 뒤 진출 국가를 늘려나가는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보험사 등재 전략이 중요한 미국과 입찰 중심의 유럽 시장 모두 각각의 특성이 있지만 두 시장 모두 시장 발 빠른 진입을 통한 선점 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라며 "출시 이후에도 각 지역 특성에 맞는 판매전략의 성공 여부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겠지만, 삼성바이오에피스 입장에서 레미케이드 시밀러 때보다 해볼 만한 경쟁인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연구원이 바이오 시밀러 개발 상황을 체크하고 있다. 사진/삼성바이오에피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