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태의 경제편편)애널리스트의 직업적 책임

입력 : 2019-01-30 오전 6:00:00
금융감독원은 2017년 9월 증권사의 리서치보고서의 신뢰성과 애널리스트의 독립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를 마련했다. 목표주가와 실제주가의 괴리율 공시를 도입하고 보고서의 내부검수 기능을 강화하는 것 등이 제도개선의 골자였다. 그러나 거의 효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이 증권사 47곳(외국계 15곳, 내국계 32곳)의 보고서를 비교 분석한 결과 투자의견 '매수' 비중이 제도 개선 전 75.7%에서 제도 개선 후 76.3%로 오히려 높아졌다. '매도' 의견 비중은 2.1%에서 2.3%로 소폭 올랐을 뿐이다. 
 
특히 토종 증권사의 경우 '매도' 의견 비중은 제도 개선 전이나 후나 고작 0.1%에 불과했다. 가물에 콩 나듯이 드물었다는 것이다. 목표주가 괴리율도 평균가 기준으로 21.2%에서 21.0%로 조금 낮아졌을 뿐이다. 교보증권의 경우 괴리율이 27.9%로 특히 높았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증권시황이 악화되고 오너 리스크 등으로 관련주가 하락을 거듭하는 와중에도 ‘매수’ 의견이 대부분을 차지해 눈총을 받았다.
 
이렇듯 국내 증권사의 리서치보고서는 '매수' 추천 일색인 데다가 목표주가와 실제 거래가격의 거리가 멀다는 비판이 오래 전부터 제기돼 왔다. 소신도 없고 신뢰성도 부족하다는 지적도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일례로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논란이 벌어질 때에도 소신껏 문제를 제기한 증권리포트는 한화증권 외에 없었다. 
 
금융감독원은 2017년 제도개선 방안으로 보고서 검수 전담조직을 설치하고 심의위원회를 설치할 것을 권고했다. 이에 따라 26개사가 검수 전담조직을 두고 36개사는 심의위원회를 설치했다. 그럼에도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오히려 심의위원회를 설치한 증권사에서는 괴리율이 더 높아졌다. 심의위원회가 애널리스트의 독립성을 침해한 것 아닐까 의심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애널리스트의 독립성을 높여주고 외풍을 막는 병풍을 쳐주라고 했지만, 도리어 역효과를 낸 듯하다. 
 
금감원은 또다시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그렇지만 아무리 제도를 개선하고 새로운 방안을 시행한다고 해서 무엇이 달라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애널리스트와 증권사의 자세일 것이다.
 
애널리스트는 증권시장과 상장종목의 흐름과 방향을 투자자에게 제시하는 전문직이다. 리서치보고서를 통해 주가의 흐름과 그 저변의 요인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전망과 이유를 올곧게 밝혀야 한다. 올곧은 보고서는 투자자의 투자결정은 물론 경제정책 수립에도 큰 역할을 한다. 
 
애널리스트는 말하자면 주식시장의 등불이고 자본시장의 영혼이다. 그것은 애널리스트의 자부심이자 책임이다. 그 등불이 언제나 밝게 빛나도록 헌법과 법률이 보장해 주고 있다. 인간 내면의 최고법정이라 할 수 있는 양심도 그렇게 명할 것이다.
 
그러므로 애널리스트가 주어진 직업적인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는 그 어떤 사심이 섞여서는도 안된다. 증권사의 이기심이 개입돼서도 안된다. 외풍에 흔들리는 일 없이 소신껏 판단하고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 매수를 권해야 할 때는 매수를 권해야 하지만, 매도를 말해야 할 때는 매도라고 말해야 한다. 사슴을 말이라고 해서도 안되고, 반대로 말을 사슴이라고 해서도 안된다. 
 
그래야 증권시장은 투자자의 신뢰를 받으며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다. 애널리스트가 감당해야 할 직업적 책임은 이토록 무거운 것이다. 따라서 독립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증권사에서 보장해야 할 뿐만 아니라 애널리스트 스스로도 직업적 책임에 따르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현대사회에서 애널리스트의 역할과 책임은 법관이나 의사, 신문 기자, 미술 큐레이터 등과 비견될 수 있다. 이들이 올바른 직업정신을 가지고 주어진 책임을 다해야만 현대 민주사회는 건실하게 발전한다. 마찬가지로 애널리스트가 고유한 책무를 다하는가에 따라 주식시장의 분위기도 달라진다.
 
나아가서 애널리스트의 독립성을향상시키기 위한 공동의 노력도 필요해 보인다. 직업적 책임감을 강화하고 상호협조와 연대를 도모할 수 있는 결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변호사들의 모임인 변호사협회나 기자들이 참여하는 기자협회 혹은 큐레이터들의 모임처럼. 
 
애널리스트들도 이런 형태의 조직을 만들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그런 조직을 통해 애널리스트의 직업정신은 고양되고 신뢰성도 높아질 것이다. 그리고 한국의 자본시장도 더욱 발전할 것이다. 
 
차기태 언론인(folium@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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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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