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태의 경제편편)상생을 통한 조선업 재도약

입력 : 2018-12-12 오전 6:00:00
한국의 조선업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악영향을 온몸으로 겪어왔다. 올해 들어서도 수주부진과 일감부족으로 고전을 이어가야만 했다.  
 
다행히 대형 조선사들은 요즘 최악의 보릿고개를 넘어서고 있는 듯하다. 특히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덕분에 양호한 수주 행진을 하고 있다. 지난 6일까지 LNG운반선 수주실적은 현대중공업그룹이 25척, 대우조선해양 14척, 삼성중공업 13척에 이른다. 모두 합쳐 52척이다. 지난해 수주한 LNG선의 5배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세계적으로 LNG 사용량이 늘어나고 있어 내년 이후의 수주 전망도 밝아 보인다.  
 
반면 중소형 조선소들은 아직 암울한 상황이다. 여전히 수주와 일감부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세의 시인 단테의 분류법을 대입해 보자면, 대형 업체들은 일단 ‘지옥’을 벗어나 ‘연옥’ 입구에는 당도한 듯하다. 반면 중소 조선사들은 여전히 ‘지옥’에 갇혀 있는 셈이다.
 
지난달 22일 발표된 조선산업 활성화 대책은 바로 이런 고심의 결과다. 대책의 골자는 총 140척의 액화천연가스(LNG)추진선을 발주하고, 1조7000억원 규모의 금융 지원에 있다. 이런 지원을 통해 중소 조선사에 1조원 규모의 일감이 생길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한국 조선업계가 향후 세계 LNG추진선 시장을 선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낳는다.
 
이번 대책에는 한국의 LNG선박 기술이 앞서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도 정부의 조선산업 대책에 대해 “세계 해운업계의 연료 전환을 촉진하는 등 세계 LNG추진선 시장을 선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시의적절한 정책”이라고 높게 평가했다. 
 
최근 세계 해운업계에서는 환경오염이 심한 낡은 선박을 퇴출시키고 더 청정한 연료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머지않아 LNG추진선에 대한 발주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만약 이런 예상대로 세계 해운업계 흐름이 전개되고 한국이 기술우위를 잃지 않는다면 세계시장을 선도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자동차에서 ‘수소강국’의 잠재력이 엿보이듯이, 조선에서도 ‘LNG강국’에 대한 가능성을 과시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 조선산업으로서는 오랜 고난 끝에 재도약의 기회를 맞이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대형 조선업체에 대한 원성이 하늘을 찌를 듯하다. 하도급업체에 대한 갑질이 인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갑질의 방식도 다양해서 상상을 초월한다. 심지어 협력업체의 기술까지 빼앗아갔다고 한다.
 
참다못한 협력업체들이 들고 일어났다. 지난달 21일에는 공정거래위원회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까지 했다. 갑질횡포가 얼마나 심했는지 미루어 짐작된다. 그러자 공정거래위원회가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등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그런데 자료삭제 등 증거인멸과 조사방해 시도가 벌어졌다고 한다. 
 
노사관계에서도 아우성 소리가 들린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는 지난달 회사측의 조합원 사찰 등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고소장을 검찰에 제출했다. 이런 주장들의 사실 여부는 검찰이나 공정거래위원회 등의 조사결과 드러날 것이다. 사실이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정부와 국민은 지금 ‘한마음 한뜻’으로 조선산업이 다시 웅비하기를 고대하고 있다. 상생을 통한 재도약을 갈망하고 있다. 중국이나 일본과의 경쟁에서 우위에 서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마치 월드컵 축구대회나 올림픽에 출전한 국가대표팀을 응원하는 듯하다.
 
그렇다면 대형 조선업체들도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정부가 지난달 22일 조선산업 활력제고 방안을 발표할 때 가삼현 현대중공업 사장, 정해규 삼성중공업 부사장, 조욱성 대우조선해양 부사장 등이 참석해 협력업체와의 상생협력을 다짐했다.   
 
노동자들에 대한 현대중공업의 자세도 조금 바뀌는 것 같다. 한영석 신임 사장 취임 이후 부당노동행위 의혹을 받는 노사업무 전담조직을 폐지했다고 한다. 한 사장이 노조를 찾아가 소통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과연 이런 약속과 언약이 그대로 이행될지는 아직 알 수가 없다. 그렇지만 일단 기대를 걸어보고자 한다. 
 
사실 지금은 조선산업에게 매우 중요한 시기다. 재도약 가능성이 엿보이지만, 아직 불안하다. 이럴 때 대형업체들이 협력업체와 노동자를 쥐어짤 궁리만 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개발연대 시절의 후진적인 방식이다. 그리고 스스로를 좀먹는 자해행위이다. 오히려 함께 역량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
 
한국의 조선업은 세계정상급이요, 세계 6위의 수출대국을 이끌어가는 첨병이다. 그런 위상에 맞게 스스로를 돌아보고 새로운 성장 방정식을 만들어 가야겠다. 그런 가운데 재도약의 큰 길도 열릴 것이다. 
 
차기태 언론인(folium@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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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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