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삼성전자가 반도체 슈퍼 호황에 힘입어 연간 영업이익 신기록을 2년 연속 경신했다. 다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의 여파로 60조원대 고지를 밟는데는 실패했다. 반도체 업황 둔화는 당분간 지속되다 하반기부터 점차 수요가 회복될 전망이다.
삼성전자 서초사옥 입구 모습. 사진/뉴시스
삼성전자는 31일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58조8900억원으로 전년도의 53조6500억원보다 9.8%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전년(239조5800억원) 대비 1.8% 늘어난 243조7700억원으로, 당기순이익은 5.1% 증가한 44조3400억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하지만 4분기만 놓고보면 결과는 기대 이하다.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10조8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8% 감소했다. 전분기와 비교하면 38.6% 급감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59조27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2%, 전분기 대비 9.5% 각각 감소했다. 당기순이익도 8조46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0%, 전분기 대비 35.7% 줄었다.
부문별로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4분기 매출이 27조7600억원, 영업이익이 8조5000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DS부문의 영업이익이 10조원을 넘지 못한 것은 2017년 2분기 이후 처음이다. 연간 기준으로는 매출이 118조5700억원, 영업이익이 46조5200억원으로 전년도의 수준을 크게 웃돌았다.
이 중 반도체 사업의 4분기 매출은 18조7500억원, 영업이익은 7조7700억원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시장의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메모리 수요 감소로 전분기 대비 실적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데이터센터, 스마트폰 관련 주요 고객사들의 재고 조정으로 메모리 수요가 감소해 출하량이 전분기 대비 줄었다"며 "업계의 낸드 공급 확대에 따른 가격 하락 영향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디스플레이 패널 사업의 4분기 매출은 9조1700억원을, 영업이익은 9700억원을 기록했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의 수익성 약화로 실적이 부진했다. 플렉시블 OLED의 견조한 수요가 지속됐지만 저온폴리실리콘(LTPS) LCD와의 경쟁 심화로 중소형 디스플레이 제품의 실적이 소폭 하락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대형 디스플레이 제품 실적은 초대형·고해상도 TV 시장 확대로 고부가 제품 비중 확대로 전분기 대비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IM부문은 4분기 매출 23조3200억원, 영업이익 1조510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전분기, 전년 동기 대비 감소세를 보였다. 연간 기준으로도 매출은 100조6800억원, 영업이익은 10조1700억원으로 전년보다 부진했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성장 둔화로 스마트폰 판매량이 감소해 매출 하락, 이익 감소 등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CE부문은 4분기 매출은 11조7900억원, 영업이익 6800억원으로 집계됐다. 연간 기준으로는 매출 42조1100억원, 영업이익 2조2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와 비교해 매출은 소폭 감소했지만 이익은 개선됐다. QLED TV 등 고부가 제품 판매가 늘어난 영향이다. 삼성전자는 QLED TV의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약 세 배가량 늘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의 하강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1분기가 계절적 비수기인데다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고객사들의 재고 조정이 지속돼 수요 약세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디스플레이 패널도 주요 고객사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판매 부진에 따른 여파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올해의 연간 실적 역시 지난해 대비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다만 하반기부터 메모리와 OLED 등 부품 사업을 중심으로 수요가 회복될 것으로 점쳤다.
중장기적으로는 부품 기술 혁신, 제품의 폼팩터와 5G 기술 차별화 등을 통해 주력 사업의 경쟁력을 제고하고 인공지능(AI)·전장 관련 신규 사업을 강화해 지속 성장하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연구개발(R&D)과 대외 기술협력을 강화하고, 핵심역량 확보에도 적극 투자할 예정이다.
반도체의 경우 AI·전장용 신규 칩셋 관련 기술 확보와 차세대 패키징 솔루션 강화를 추진한다. 디스플레이 패널은 스마트폰용 혁신 기술 강화, IT·전장용 응용처 확대와 더불어 OLED 사업 역량을 제고할 방침이다. 세트의 경우 폴더블 스마트폰과 마이크로 LED 등 혁신 제품을 지속 선보이는 동시에 장비·단말·칩셋 등 토탈 솔루션을 기반으로 5G 사업 리더십을 강화할 예정이다. AI 분야는 빅스비를 더욱 향상시켜 기기간 연결을 확산하고 관련 서비스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한편 삼성전자의 지난해 시설투자는 약 29조4000억원이 집행됐다. 사업별로는 반도체가 23조7000억원, 디스플레이가 2조9000억원 수준이다. 메모리의 경우 평택 반도체 라인 증설로 2017년 대비 소폭 증가했지만 파운드리는 2017년 10나노 공정 신규 증설이 완료됐고, OLED도 플렉시블 패널 생산능력 증설 투자가 마무리돼 예년 수준으로 감소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