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최근 몇 년간 치열한 출점 경쟁을 벌였던 국내 커피전문점 시장에서 최근 일부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매장 수와 매출액 감소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엠즈씨드가 운영하는 폴바셋은 국내 주요 프리미엄 브랜드로서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폴바셋은 지난 2003년 WBC(세계 바리스타 챔피언십)에서 역대 최연소 챔피언을 수상한 호주 출신의 바리스타 폴 바셋(Paul Bassett)의 이름을 딴 브랜드다. 특히 국내 브랜드 중 유일하게 모든 매장을 직영으로 운영하면서 스페셜티 원두 등 품질을 내세우는 원칙을 고수해 꾸준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브랜드 철학에 이끌려 엠즈씨드 커피사업팀에 입사한 김건종 커피 CM(Category Manager)은 폴바셋 바리스타로 시작해 커피클래스 강사와 매장 지역 관리자 등을 거쳐 현재는 커피 메뉴를 개발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김건종 CM을 만나 폴바셋의 브랜드 스토리와 국내 커피전문점 시장 얘기를 들어봤다.
폴바셋에서의 첫 업무는 바리스타였다. 처음 바리스타가 된 계기는 무엇인가.
김건종 폴바셋 커피 CM(Category Manager). 사진/정해훈 기자
커피에 대한 관심이 조금 있었는데, 그러한 관심이 점점 커지면서 처음에는 다른 브랜드의 카페에서 일하는 기회를 얻었다. 바리스타로서 '내가 만든 커피'를 좋아해 주는 단골 고객을 많이 만나면서 커피를 만드는 일에 큰 보람과 흥미를 느끼게 됐다. 하지만 호주에서 2년 동안 거주하면서 바리스타도 그만두게 됐다. 다시 한국에 돌아와 생활하던 중 폴바셋을 알게 됐고, 특히 스페셜티 원두만을 사용한다는 브랜드 철학에 이끌려 2012년 입사하게 됐다. 폴바셋에서 일하면서 좋은 원두로 더 맛있는 커피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바리스타로서의 욕심이 생겼다. 비록 지금은 매장에서 직접 커피를 만들지는 않지만, '내가 만든 커피를 좋아해 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은 여전히 나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현재는 커피 메뉴를 개발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그동안 개발에 참여했던 메뉴는 어떤 것인가.
엠즈씨드 커피사업팀에서 다른 CM 1명과 함께 모든 메뉴 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폴바셋 에스프레소 맛을 살릴 수 있는 메뉴를 많이 개발했다. 지금은 폴바셋의 시그니처 메뉴가 된 '아이스크림 라떼'부터 '스페니쉬 라떼', '헤이즐넛 카페 모카', '캔디 카라멜 라떼', '피넛크림 라떼' 등 고객들이 다양한 라떼를 즐길 수 있도록 라인업을 강화했다. 폴바셋은 강한 단맛이 살아있는 스위트 디저트 스타일의 에스프레소를 추구한다. 이런 에스프레소는 고소한 우유를 만나면 맛이 배가된다. 이는 많은 고객이 폴바셋 라떼를 사랑해주시는 이유이기도 하다.
커피를 즐기는 소비자 취향이 다양해지는 만큼 메뉴 개발도 중요하다. 어떤 점을 가장 많이 염두에 두는지.
커피의 맛을 좌우하는 가장 큰 요인은 바로 원두다. 어떤 원두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커피의 맛이 천차만별이고, 커피를 즐기는 사람은 이를 더욱 예민하게 느낀다. 실제로 폴바셋은 모든 커피에 스페셜티 원두만을 사용하고 있다. 이중에서도 폴바셋만의 에스프레소 스타일을 유지할 수 있는 원두를 선별하고,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호주에 거주하는 폴 바셋이 1년에 네 차례 정도 한국을 방문하는데, 그때마다 원두 선별과 품질에 대해 수시로 논의하고, 연구하고 있다. 폴 바셋이 먼저 메뉴에 대한 아이디어를 주는 경우도 있고, 내가 만든 메뉴를 같이 마셔보면서 가이드를 받는 경우도 있다. 동시에 고객들의 니즈와 입맛을 놓치지 않기 위해 시장 조사나 고객 반응도 체크한다.
커피전문점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되는 가운데에서도 폴바셋은 직영으로 매장을 운영하면서 국내 대표 브랜드로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폴바셋만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앞서 말한 것처럼 폴바셋에서 판매되는 모든 커피는 스페셜티 원두로 만들어진다. 높은 가격 때문에 스페셜티 원두를 모든 메뉴에 사용하는 프랜차이즈 커피 매장은 드물다. 하지만 폴바셋은 '품질과 타협하지 않는다'는 브랜드 원칙 아래 스페셜티 원두만을 고집하고 있다. 폴바셋에서 사용되는 원두는 모두 시그니처 블렌드엔 맛과 품질이 좋아 고가에 거래되는 에티오피아 G1등급의 원두가 블렌드돼 있다. 좋은 재료와 지속적인 바리스타 교육도 폴바셋만의 차별점이다. 또 계열회사인 매일유업의 우유를 사용해 라떼 메뉴의 우유 변경이 가능하다는 점도 특징이다. 일반 우유와 저지방 우유는 물론 우유 소화가 어려운 고객을 위해 유당이 제거된 '소화가 잘되는 우유'까지 선택할 수 있는 강점도 있다. 최근에는 상하목장 아이스크림을 활용한 메뉴들도 많은 사랑을 받으면서 폴바셋만의 색깔로 자리 잡고 있다. 또 메뉴만을 강조하는 것에서 SNS 채널을 개설하는 등 고객들과 활발하게 소통하려 하고 있다. 브랜드의 분위기가 다소 직선적, 남성적이란 의견도 있어서 매장 내에서 고객을 대하는 서비스에도 힘을 실으려 한다.
매장 관리자로 근무할 당시 직접 소비자와 만나면서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느낀 커피전문점 트렌드는 무엇인가.
최근에 커피를 소비하는 추세를 보면 소규모 카페를 찾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 이는 '경험'을 중요시하는 소비문화와도 연결되는 것으로 보인다. 아무래도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바리스타와의 스킨십이나 커피와 관련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이러한 경향을 고려해 폴바셋에서도 커피를 즐기는 고객들과의 스킨십을 늘리기 위해 소규모 커피클래스를 정기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폴 바셋의 강점인 스페셜티 원두를 다양하게 접할 기회를 마련하는 것뿐만 아니라 고객들께 더욱 다양한 커피 경험을 전달해드리기 위해 폴바셋 바리스타들이 노력하고 있다.
최근 커피를 즐기는 문화가 확산하면서 단순한 취미를 넘어 바리스타를 꿈꾸는 사람도 많다. 바리스타가 되고 싶은 사람에게 조언한다면.
뚜렷한 목적의식을 가지면 좋을 것 같다. 바리스타는 보이는 모습보다 보이지 않는 업무와 공부할 부분이 많다. 다양한 커피 레시피에 대해 스터디하고, 추출 기술을 익혀야 한다. 또 철저한 위생관리와 원재료 준비 등에도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실제로 바리스타에 대한 로망을 가지고 입사했다가 이런 현실을 마주하고 그만두는 사람을 많이 봤다. 나 역시 처음 입사했을 당시 이런 점이 힘들었지만, 뚜렷한 목적의식이 있었기에 버틸 수 있었던 것 같다. 자신만의 목표가 있어야 힘들고 흔들리는 순간에도 자신을 다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바리스타를 시작으로 클래스 강사, 매장 관리자, 메뉴 개발자까지 다양한 업무를 담당했다. 앞으로 이 분야에서 꼭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폴바셋 매장 바리스타로 시작해 커피 마케팅까지 다양한 포지션에서 근무하는 동안 변하지 않았던 것은 '폴바셋 커피'에 대한 자부심이었다. 이제는 나뿐만 아니라 매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모든 폴바셋 바리스타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완벽한 한잔의 커피를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나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폴바셋은 2003년 WBC에서 우승한 폴 바셋의 커피 철학에 '품질과 타협하지 않겠다'는 엠즈씨드의 기업 철학이 더해져 지금의 자리에 올랐다고 생각한다. 폴바셋이 더욱 성장해 규모가 커져도 프리미엄 커피 브랜드 명성을 이어갈 수 있는 '폴바셋 커피'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김건종 폴바셋 커피 CM이 매장에서 커피를 내리고 있다. 사진/엠즈씨드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