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국군 사이버사령부를 동원해 정치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된 김관진 전 국방부장관에게 징역 7년이 구형됐다.
검찰은 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재판장 김태업) 심리로 열린 김 전 장관에 대한 결심공판에서 이같이 구형했다. 함께 기소된 임관빈 전 국방부 국방정책실장과 김태효 전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에게는 각각 징역 5년이 구형됐다. 또한 검찰은 임 전 실장에 대해서는 벌금 6천만원을 부과하고, 임 전 실장이 수령한 정보활동비 2800만원을 추징해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대의민주주의에서 국민의 자유 의사표현과 합리적 토론을 통한 여론형성은 핵심 요소이고, 특정 여론 조성을 목적으로 인위적 개입을 허용할 수 없다”면서 “(피고인들이 주장하는) 온라인 특수성으로 인해 ‘진짜 북한을 추종하는 세력인지’ 규명이 어렵단 이유로, 국민을 상대로 한 군사작전 사이버심리전이 허용된다면 정부 비판, 시위 등 또한 같은 논리로 얼마든 국군개입이 허용될 수밖에 없고, 이는 군의 정치적 중립 의무에 배치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피고인 중 어느 누구 하나 범행을 인정하고 뉘우친 사람이 없고, 오히려 하급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120명의 사령부 부대원들이 일탈행위를 했다고 힐난했다”면서 “대통령이 직접 지시하고 관심 표명한 사이버사령부를 장관이 직할하는 상황에서 ‘부대원 일탈로 책임 없다’는 변소는 국가안보를 수년간 책임진 피고들의 주장 피력으론 터무니 없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구형 이유에 대해 “피고인들이 국군의 정치적 중립성 의무라는 헌법 가치를 훼손하고, 헌정질서를 파괴하며, 군이 정치에 개입한 역사적 과오를 반복했다”면서 “이번 사건을 통해 다시는 국군이 정치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해 민주적 기본질서를 확립할 역사적 선언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관진 전 국방부장관이 8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군 댓글공작’ 관련 결심 공판 오전 진행을 마친 뒤 법원을 빠져 나오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 전 장관의 변호인은 “검찰은 사이버 상에 북한의 주장인 것 같은 내용이 실린다 하더라도 그 자체가 소수이기에 원천이 북에서 나온 걸 확인 후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면서 “이는 신속성이란 사이버 특성을 무시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변호인은 “사이버전 특성상 즉시 대응해야 한다. 하루 이틀이면 족하고, 늦어도 일주일 지나면 게시물이 사라져도 이미 형성된 여론을 바로잡는 건 불가능하다”면서 “원천을 확인하려면 최소 2주는 걸리고, 확인 안하는것도 허다하다. 여론조작을 막으려면 즉시 반대댓글을 다는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변호인은 “김 전 장관은 공직자 재산 신고 시 최하위권에 속할 정도로 청렴한 공직생활을 했다”면서 “재직 중 뇌물을 받았다고 법정에 선 것도 아니고, 북한의 대남심리전에 대한 대응작전을 한 것”이라고 호소했다. 이어 “북한의 대남심리전은 실재하는 것이고, 노무현정부 때부터 댓글작전을 해왔는데, 당시엔 국군통수권자의 정책에 대한 댓글이라 문제가 없었고, 이명박정부는 특정 정치인에 대한지지 표현이라 위법하다는 결론이 타당하느냐”면서 “아무도 그런 일을 안하려고 하면 피해를 입는 건 군인이 아니라 국민”이라고 덧붙였다.
검찰에 따르면, 김 전 장관은 지난 2011년 11월부터 2013년 6월까지 임 전 실장과, 김 전 기획관, 연제욱 전 사이버사령관 등과 공모해 야당과 야권 정치인을 비난하는 등 정치적 의견이 포함된 온라인 댓글을 약 9000회 게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전 장관과 임 전 실장은 이 기간 매일 사이버사로부터 정치관여 내용이 포함된 '대응 작전 결과'를 보고받고, 이를 승인해 작전을 계속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임 전 실장은 별도로 2011년 7월부터 2013년 10월 연 전 사령관 등 자신이 조정·통제하는 부대인 사이버사 사령관들로부터 뇌물 총 2800만원을 수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전 기획관은 2012년 7월 청와대 기획관을 사임하면서 국정원 생산 대통령기록물 문건 3건, 합동참모본부 생산 군사 2급 비밀 문건 1건을 각각 유출해 2017년 11월까지 개인 사무실에 보관하는 등 대통령기록물법 위반·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도 받고 있다.
재판부는 1심 선고공판을 오는 21일 오전 진행할 예정이다.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