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졸업했어요"…'세월호 참사' 단원고생들 명예졸업식

교육당국, '관행적 제적 처리'…유족들 항의나서자 '부랴부랴'

입력 : 2019-02-12 오후 3:05:07
[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 250명의 명예졸업식이 사고 5년 뒤에야 열렸다. 유족·학생·교사와 교육 당국 등은 안전한 사회, 희생자의 명예가 지켜지는 사회를 다짐했다.
 
경기 안산시에 있는 단원고는 참사 당시 고등학교 2학년이었던 학생 희생자 250명의 명예졸업식을 12일 오전 진행했다.
 
단원고 학생들이 12일 오전 학교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희생학생 명예졸업식에서 합창하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졸업식이 열리기까지 유족들은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교육당국은 미처 졸업하지 못한 학생을 사망 후 제적처리하는 행정 관행이 있었고, 세월호 희생자 역시 지난 2016년 1월12일 경기도교육청에 의해 제적처리됐다. 이에 유족들이 명예회복을 요구하자 결국 같은 해 5월13일 단원고와 경기도교육청은 학생들의 학생생활기록부에 '4·16 세월호 참사로 인한 명예졸업'이라는 문구를 적어넣었다. 이후 졸업식은 미수습자들의 수습 문제로 지연되다가, 유가족 요청으로 이번에 진행됐다.
 
유경근 4·16세월호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이날 행사에 앞서 연 기자회견에서 "아이들이 돌아오는 것 외에 어떤 것도 위안이 되지 못하고, 명예졸업식 역시 마찬가지"라며 "이 자리에 있기 괴롭지만, 졸업식을 추진한 이유는 만에 하나 있을 희생자를 더이상 관행적으로 행정적으로 제적 처리하는 관행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행사 시작 프로그램은 '이름을 불러주세요'였다. 양동영 단원고 교장이 20분 동안 250명 학생 이름을 일일이 부르는 동안, 무대 슬라이드에는 희생자 얼굴과 학년·이름·반이 한 명씩 나왔다. 슬픈 음악조차 들리지 않아 장내는 고요했다. 호명 중반부에는 한 유족이 목놓아 울다가 잠시 뒤 소리를 낮추려고 애쓰는 기색이 역력했다. 이어 양 교장은 고 전찬호군의 아버지인 전명선 전 4·16세월호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에게 명예졸업장을 수여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2일 단원고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희생학생 명예졸업식에서 명예졸업장을 받은 '찬호아빠' 전명선씨를 위로하고 있다. 사진/교육부
 
교육 당국과 학교는 안전한 사회를 위한 교육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인사말을 통해 "이제서야 졸업식을 한다는 점이 죄송하고, 2014년 4월16일 참사 후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것이 5년이 지난 지금까지 얼마나 지켜졌는지 생각하게 된다"며 "사람 중심 안전사회가 되도록 더 잘 챙기고 잊지 않겠다"고 울먹였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도 "학생 죽음이 헛되지 않게, 이들의 뜻·꿈·희망을 이어가겠다"며 "학생들에게 저희가 여러가지를 제대로 못해드린 것을 사죄한다"고 말했다. 관행적인 제적 처리에 대한 사과로, 한 유족은 이를 듣고 이 교육감에게 목소리 높여 항의하기도 했다.
 
졸업 당사자들이 없는 행사인만큼, 참석자들의 발언에는 그리움이 묻어나왔다. '찬호아빠' 전 전 위원장은 "세월호 참사가 없었더라면, 학생복을 입고 대학졸업반이 되었을 아들딸 없이 엄마, 아빠들이 공허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있다"며 "오늘의 이 자리를 통해 별이 된 우리의 아들딸들의 희생을 기억하고 잊지 않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10회 졸업생 이희운씨는 "사실 하고 싶은 말은 '보고 싶다'는 말이지만 오늘은 선배님들의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그리운 마음은 점점 커지지만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행사 마지막 순서는 교가 제창이었지만 아무도 부르지 못하는 가운데 음악만 울려퍼졌다. 졸업식이 끝난 후 희생자들의 부모·형제자매·친구들은 꽂다발을 들고 자리를 떴다.
 
12일 단원고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학생들의 명예졸업식이 끝난 후 유족 등 참석자들이 꽃다발을 들고 자리를 떠나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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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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