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진성 기자] #.말기 직장암으로 투병 중이던 A씨(62세, 남)는 어느날 침대에 누워 치료만 받으면서 남은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씨는 남은 시간을 편안하게 보내기 희망하면서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했다. 그는 "하루라도 더 나답게 살고 싶어서 한 결정"이라면서 "회생 가능성이 없다면 환자에게 정리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시간이 주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삶의 마무리에 있어 본인에게 시행할 의료행위에 대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존엄사법' 시행 후 1년이 지나면서 점차 확산하는 모습이다.
자료/보건복지부
14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8년 2월 4일 연명의료 결정제도가 시행되고서 1년만인 현재(2019년 2월3일 기준)까지 연명의료를 유보하거나 중단한 환자는 3만6224명이다. 연명의료는 임종과정 환자에게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착용, 혈액투석 및 항암제 투여 등 치료효과 없이 임종과정만을 연장하는 것을 말한다.
유보는 연명의료를 처음부터 시행하지 않은 것이고, 중단은 시행하고 있던 연명의료를 그만두는 것을 의미한다. 연명의료 중단 현황을 보면 시행 2개월 동안 3274명, 4개월(누적) 8557명, 6개월(누적) 1만4787명, 8개월(누적) 2만742명, 10개월(누적) 2만8356명 등으로 이행건수가 꾸준히 증가했다.
전체 대상자를 보면 성별로는 남성이 2만1757명(60.1%)으로, 여성 1만4467명(39.9%)보다 1.5배 이상 많았다. 연령별로는 60세 이상이 2만8519명(78.7%)으로 상당수를 차지했다.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주요 질환으로는 암(59.1%)이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호흡기질환(15.3%), 심장질환(5.8%), 뇌질환(5.4%) 등이 뒤를 이었다.
이들 중 가족 2명 이상의 진술 또는 가족 전원의 합의로 인해 연명의료를 중단한 경우는 각각 1만1529명(31.8%), 1만2998명(35.9%)으로 전체 연명의료 중단·유보 환자의 67.7%를 차지했다. 연명의료계획서나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으로 본인의 의사를 확인해 중단한 경우는 1만1697명(32.3%)에 그쳤다. 아직은 환자의 의향보다는 가족 중심으로 의사결정이 이뤄지고 있는 모습이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나중에 아파서 회복 불가능한 상태에 빠졌을 때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미리 밝혀두는 서류로, 19세 이상이면 건강한 사람도 지정 등록기관을 통해 설명을 듣고 작성할 수 있다.
지난 1년간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한 사람은 11만5259명이었다. 성별로는 여성이 7만7974명(67.7%)으로, 남성 3만7285명(32.3%)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연령별로는 60세 이상 연령층이 9만7539명으로 대다수(84.6%)였다.
이와 관련 복지부는 의료현장의 현실에 맞게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게 제도를 개선해 다음달 28일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기존 심폐소생술·인공호흡기·혈액투석·항암제투여 등 4가지 의료행위뿐 아니라 체외생명유지술(ECLS), 수혈, 승압제 투여 등도 포함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연명의료결정법에서 말기환자의 대상 질환을 4가지(암, 후천성면역결핍증, 만성 폐쇄성 호흡기질환, 만성 간경화)로 한정했던 것을 삭제해, 질환과 관계없이 모든 말기 환자가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할 수 있도록 했다.
연명의료결정에 대한 환자의 의사를 확인할 수 없는 경우 환자가족 전원의 합의가 필요했던 내용을 개정해, 배우자와 1촌 이내 직계 존·비속의 합의만으로 결정할 수 있게 했다. 이수연 복지부 생명윤리정책과장은 "1년간 운영 결과를 바탕으로 현장에서 연명의료결정제도가 적용되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종=이진성 기자 jinl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