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의료 재시동)미래 먹거리 '원격의료'…놓기 어려운 정부 '4전5기'

복지부, 18·19·20대 국회 추진, 매번 무산 "단계적 접근 필요"

입력 : 2019-02-07 오후 8:00:00
[뉴스토마토 이진성 기자] 원격의료 산업이 의료 사각지대 해소와 4차 산업혁명 시대 먹거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의료계 반대에 막혀 사업 자체에 손을 놓고 있던 정부가 최근 의료계 설득에 나서는 모양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7일 <뉴스토마토>와 만나 "의사·환자간 원격의료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면서도 "앞으로 의료계 설득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는 정부가 기존 정책 방향을 수정해 원격의료 산업에 불씨를 다시 지피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원격의료 2차 시범사업 결과.그래픽/뉴스토마토
 
원격의료는 정보통신기술(ICT)을 토대로 그동안 의료 취약지에 놓여 있던 환자들의 의료 접근성을 높여 의료의 공공성을 확대하겠다는 취지로 한때 급속히 추진됐었다. 현 의료법에서는 의사와 의료진간의 원격의료(의료자문)만 가능한데, 취약지역에 있거나 거동이 어려운 환자는 현실적으로 의료기관을 방문하기 어려운 점을 감안한 것이다. 
 
정부는 세 차례(3차 사업 진행중)에 걸쳐 시범사업을 진행했다. 1차 사업에서는 고혈압·당뇨 등 재진환자 845명을 대상으로 복약순응도와 만성질환관리에 원격의료를 적용해 평가를 실시했다. 당시 환자의 78.9%는 서비스에 대해 전반적으로 '만족한다(대체로 만족 이상)'고 답했다. 보통 이상은 91.8%에 달했다.
 
2차 사업은 의료인간 원격협진과 도서벽지·군부대·원양선박·교정시설, 의료취약지와 만성질환자 원격모니터링, 원격의료 해외진출 지원을 내용으로 진행했다. 그 결과 임상적 유효성을 비롯해 건강관리 만족도는 88.9%를 보였다. 의사 도움의 용이성은 80.7%였고, 원격의료서비스 이용 의향은 80.2%로 매우 긍정적인 점수를 받았다.
 
다만 정부는 두 차례의 시범사업 과정에서 의료계 반대 등에 밀려 추가 사업을 사실상 포기했다. 정부가 2010년 18대 국회에 의사·환자간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여야의 입장 차 속에 임기만료로 자동폐기됐다. 이후 19대 국회에서 다시 개정안을 제출했지만 역시 의료영리화 논란 등으로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정부는 20대 국회 들어 2016년 6월 다시 개정안을 제출했다. 정치권 및 의료계와의 논의를 거쳐 발의 9개월만인 2017년 3월 개정안을 어렵게 소관 상임위인 보건복지위원회의 법안심사소위에 올렸다. 하지만 역시 일부 의원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이어 정부는 시범사업을 통한 긍정적인 효과를 내세워 의료계와 국회를 설득하는 데 집중했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과 겹치면서 논의는 또 자연스럽게 중단됐다.
 
결국 정부는 이른바 중재안을 내세워 원격의료 추진하려 했지만 이마저도 논의는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중재안은 의사와 환자간 원격의료 도입을 하지 않는 대신 방문 간호사를 확충해 원격의료를 활성화하는 내용이다. 
 
원격의료 도입에 깊이 관여했던 정부의 한 관계자는 "복지부가 원격의료를 도입하기 위해 의료계에 수많은 양보를 했지만 결과는 부정적이었다"면서 "국회가 의료계 눈치를 심각하게 보는 게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에 정부는 1차와 2차 사업을 합친 이른바 종합 버전의 3차 사업을 진행 중이다. 상당한 걸림돌이 존재하고 있음에도 정부가 원격의료 산업을 놓치 못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정부가 두 차례의 사업 추진 과정에서 7개 국가들과 양해각서(MOU) 10건을 체결하는 성과를 거둔 것도 정부가 손을 놓지 못하는 이유다. 실제 정부는 2016년 페루, 칠레, 브라질, 중국, 필리핀, 베트남, 체코 등 7개 국가와 원격의료 협력 양해각서(MOU) 10건을 체결했다. 
 
주요 선진국들은 원격의료를 활성화 해 미래 먹거리로 키우는 반면 우리나라는 이익단체 반대에 막혀 정책이 후퇴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는 이유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료계 반대가 심한 상황에서는 대면진료가 불가능하거나 매우 곤란한 경우에만 국한해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도입방안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면서 “단계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이진성 기자 jinl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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