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우찬 기자] 남북 스타트업 협력 준비 운영포럼(가칭)이 오는 3월 본격 가동을 앞둔 가운데, 남북의 스타트업 협력이 구체화되면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IT 중심의 남북 스타트업 협력은 기존 개성공단 협력 모델과 다른 결로 남북 경제교류협력의 획기적인 고도화를 이뤄낼 수 있는 수단이 될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또한 기존 개성공단 입주기업들과의 시너지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등 7개 단체는 최근 남북 스타트업 운영포럼 개최에 뜻을 같이하고 오는 3월 실무회의를 열기로 했다. 개성공단 2단계 프로젝트로 남북 스타트업 협력을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남북경제협력(경협)의 상징인 개성공단은 기존 전통산업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2004년 가동된 개성공단에는 2016년 중단 직전 125개의 기업이 입주해 있었다. 업종별로는 섬유, 기계금속, 전기전자 업종 등의 순으로 많다. 박근혜 정부의 초법적 폐쇄 조치에 3년째 가동이 멈춰있지만 개성공단 재개 논의는 북미회담 이후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개성공단의 재개·활성화뿐만 아니라 경제교류협력의 고도화를 위한 포석을 마련하자는 게 IT 중심 남북 스타트업 포럼의 취지다.
고영하 한국엔젤투자협회장은 "남북 스타트업 협력은 경제교류협력의 업그레이드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고 회장은 "북한에는 유능한 개발자가 많은데, 우리는 해외 유출 등으로 IT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북의 개발능력과 남의 마케팅, 디자인, 비즈니스 모델 기획 역량이 만나면 세계적인 스타트업 탄생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북한의 IT 관련 기술 수준은 상당한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유진투자증권이 펴낸 '북한 IT, 어디까지 왔나' 리포트에 따르면 북한의 소프트웨어 기술 특히 로직, 알고리즘, 블록체인 등은 상당한 수준이다. 인도 IT업체 디렉티(Directi)가 운영하는 소프트웨어 온라인 경연 대회인 코드쉐프(CodeChef)에서도 김일성 종합대학, 김책공업종합대학 학생들이 수년째 최상위권 성적을 내는 것으로 전해진다. 북한은 애초 시간·비용 등 막대한 자본이 들어가는 하드웨어 제조 쪽보다 전략적으로 인력이 핵심인 소프트웨어 기술 양성에 힘써왔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남북이 스타트업 협력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팀 창업 모델이 유력한 대안으로 제시된다. 북한의 소프트웨어·IT·군사기술 등의 콘텐츠를 지닌 인력과 남한의 BM(비즈니스 모델) 기획, 마케팅·판로개척 등 사업화 기술을 보유한 인력들이 개성공단에서 한 팀으로 일하는 것이다.
이 같은 남북 스타트업 협력 모델은 기존 노동집약, 전통적 방식의 협력인 개성공단과 시너지 또한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의 한 관계자는 "국내 IT 산업의 경우 우수 인력들의 총량이 많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해외 유출로 어려운 상황이다. 남과 북의 IT 스타트업 협력은 서로의 가려운 곳을 긁어줄 대안"이라며 “남북 스타트업 협력은 또한 기존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시제품 테스트베드 구실도 할 수 있어 다양한 시너지 모델도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이선호 전 서울창업디딤터 센터장은 최근 열린 '개성공단 활용 남북 스타트업 활성화 방안' 심포지엄에서 "완성된 기업들을 위한 활동공간이 아닌 미래의 제품과 서비스를 준비하고 개성공단 기업들과 융합할 수 있는 다양한 남북한 스타트업 창업가들의 활동이 결합되면 개성공단은 지속가능성이 높아지고 완전한 산업지역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IT를 중심으로 한 남북 스타트업 협력은 남북경제협력의 고도화를 가능하게 할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뉴시스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