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택시 기본요금이 지난 16일 오전 4시부터 3800원으로 인상됐다. 최저임금 상승과 택시 기사들의 처우를 개선을 감안하더라도, 인상 폭에 따른 서비스 개선은 미비하다. 사납금을 채워야 하는 구조 속에서 심야시간대 승차 거부는 여전하고, 기사에 따라 시민들은 불편한 대화나 시끄러운 라디오 소리를 감내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차량공유 서비스에 대한 택시 업계의 반발 속에서 요금 인상만 이뤄졌을 뿐이다.
택시기사 보호에만 초점을 맞추는 이동수단 정책은 이용자의 편익을 간과하기 마련이다. 보호에 방점이 찍힌다면, 그 대상은 현실에 안주한다. 승차 거부 없이 신속한 이용이 가능한 카카오모빌리티 카풀서비스가 택시 업계의 강력 반발로 잠정 중단된 데 이어 서울개인택시조합 관계자는 지난 11일 이재웅 '소카' 대표와 박재욱 'VCNC'대표를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위반으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쏘카와 VCNC은 서울시와 국토교통부에서 이미 적법한 플랫폼임을 공표했다며, 무고죄 등으로 맞고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택시업계 체질과 기사 처우는 개선돼야 한다. 그러나 시민들에게 요금인상에 따른 승차 대안도 마련해줘야 한다. 정보기술 발달에 따른 공유경제 확산은 시대적 추세이자 세계적 흐름이다. 서울시가 지난 2012년 공유도시를 선언하고, 공유 촉진 조례까지 제정했는데도 서울에서 차량 공유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는 사실이 놀랍다. 세계 최대 IT 전시회인 CES가 발표한 '국제 혁신 스코어'에서 한국은 차량공유 부문에서 낙제점인 F등급을 받았다. 이미 우버, 그랩 등 승차공유 서비스는 미국·중국·동남아·유럽 등에서 일상생활과 같은 서비스다.
결국 택시업계 종사자의 생존권 보호와 소비자 편익의 균형점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자율주행차 개발 경쟁도 뜨거운 가운데 약 10년 뒤에는 차는 '소유'보다 '공유'의 개념으로 변모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따라서, 근시안적인 접근보다 정부, 택시업계, 이용자가 머리를 맞대고 중장기적으로 필요한 법률과 인프라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승차 공유 서비스를 둘러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출범한 사회적 대타협 기구에서 이해당사자들은 자신의 목소리만 내세울 것이 아니라, 상생 방안을 도출해야 할 것이다. 정부 역시 갈등을 조정하고, 실질적인 보완책을 마련하는 추진력이 필요하다.
홍연 사회부 기자(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