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가동연한 60→65세 상향…"사회·경제구조 발전 반영"

"만 60세로 본 1989년 전합 판결 당시와 제반 사정 현저히 변해"

입력 : 2019-02-21 오후 3:13:50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대법원이 일반 육체노동자의 '일할 수 있는 마지막 나이'를 뜻하는 가동연한을 경제 발전 등에 따라 기존 만 60세에서 이제는 만 65세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21일 박모씨 등이 수영장 운영업체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가동연한을 만 60세로 판단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쟁점이었던 육체노동자의 가동연한을 만 60세로 볼 것인지 아니면 만 65세로 볼 것인지에 대해 "만 60세로 본 기존 대법원 판례와 달리 만 65세까지도 가동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경험칙에 합당하다"며 그간 하급심별로 오락가락했던 가동연한 기준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대법관 9명은 "우리나라의 사회적, 경제적 구조와 생활여건이 급속하게 향상·발전하고 법 제도가 정비·개선됨에 따라 지난 1989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당시 경험칙의 기초가 되었던 제반 사정들이 현저히 변했다"며 "국민 평균여명이 남자 67.0세, 여자 75.3세에서 2015년에는 남자 79.0세, 여자 85.2세로, 2017년에는 남자 79.7세, 여자 85.7세로 늘었다"고 다수 의견을 냈다.
 
이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6516달러(약 730만원)에서 2015년 2만7000달러(약 3030만원)를 넘어 지난해 3만달러(약 3370만원)에 이르는 등 경제 규모가 4배 이상 커졌다"며 "법정 정년이 만 60세 또는 만 60세 이상으로 연장됐고, 실질 은퇴연령은 이보다 훨씬 높게 2011년부터 2016년까지 남성 72.0세, 여성 72.2세로 조사됐는데,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치"라고 강조했다.
 
또 "2013년 개정된 고용보험법에서는 만 65세 이후에 새롭게 고용되거나 자영업을 개시한 자만을 그 적용대상에서 제외하고 있고, 국민연금법 등도 연금수급개시연령을 점차 연장하는 내용으로 개정돼 2033년 이후부터 만 65세"라며 "각종 사회보장 법령에서, 국가가 적극적으로 생계를 보장해야 하는 고령자 내지 노인을 만 65세 이상으로 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희대·이동원·김재형 대법관 등 3명은 경험적 사실의 변화로 만 60세를 넘어서도 가동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경험칙에 합당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다수의견과 견해를 같이했으나 이유가 다른 별개의견을 냈다.
 
먼저 조·이 대법관은 제반 사정에 비춰 육체노동의 경험칙상 가동연한을 만 63세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의견을 냈다. 김 대법관은 육체노동의 경험칙상 가동연한을 일률적으로 만 65세 등 특정 연령으로 단정하여 선언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고 만 60세 이상이라고 포괄적으로 선언하는 데에 그쳐야 한다고 봤다.
 
박씨는 2015년 8월 인천 연수구의 한 수영장에서 사고로 당시 4세이던 아이를 잃은 뒤 업무상 주의의무위반을 이유로 수영장 설치 및 운영자인 인천시·수영장 측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1·2심은 인천시·수영장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리면서도 일반육체노동에 종사할 수 있는 연한은 보통 만 60세가 될 때까지로 하는 것이 경험칙이라는 기존 판례에 따라 원고의 가동연한을 만 60세로 판단하고 이에 맞춰 일실수익을 계산했다. 이에 박씨 등이 대법원에 상고했다.
 
한편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989년 12월 가동연한을 만 60세로 판단한 뒤 이 기준에 따라 판결을 해왔다. 하지만 2017년 수원지법이 육체노동자의 가동연한을 만 65세로 확대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고 지난해 5월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부도 노동자의 가동연한을 만 65세로 판단하는 등 하급심에서 잇달아 판단을 달리했다.
 
이번 판결 전문은 대법원 판결제공시스템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네이버TV를 통해 공개변론 영상을 다시 볼 수 있다.  
 
김명수(윗줄 가운데)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전원합의체 판결을 위해 앉아 있다. 사진/뉴시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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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