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지금 이 '악당트럭은 개들을 철창에 구겨담아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무허가 도살장으로 끌고 가고 있습니다. 그곳에서 개들은 산채로 고압 전기봉에 지져지거나, 목이 메달리거나 두들겨 맞아 죽을 것입니다."
지난 24일 오후 서울 홍대패션거리에는 개 인형들이 수북히 쌓인 트럭이 한 대 정차했다. 짐칸 둘레에는 철창이 놓였으며, 양 옆에 갖힌 인형들에는 빨간 물이 칠해져 마치 피를 뒤집어 쓴 것처럼 보였다. 트럭 엠프에서는 철창 안에 갖혀 짖는 강아지들의 음성이 나오는 가운데, 메시지가 나왔다.
동물보호단체인 동물해방연대가 이날 3시간 동안 진행한 '악당트럭' 퍼포먼스는 '동물 임의도살 금지법'의 국회 내 논의 진행과 통과를 촉구하는 시민의 의견을 모으려는 목적이다.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이 지난해 6월 발의한 해당 법안은 특정한 목적이 아닌 도살은 모두 금지하는 동물보호법 개정안이다. 현행법이 '개 농장'의 비위생적인 번식과 잔인한 도축을 막지 못한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됐지만, 여전히 국회 계류 중이다.
사람들의 공감을 얻기 위해, 동물해방연대는 캐릭터화된 인형이 아니라 평범한 개에 가까운 모습의 인형을 선택했다. 2분25초 분량의 메시지에서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는 가수 전범선은 악당트럭을 멈추라는 내용을 녹음했다. 퍼포먼스는 지난 21일 광화문광장을 시작으로 26일까지 진행되는데, 24일과 25일 홍대입구역 일대에서 행사를 진행한다.
퍼포먼스는 시민들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사람들은 기괴한 인형 모습과 소리에 놀라는 반응이었다. 거리가 지하철역 출구와 가깝고 홍대 상권 입구에 해당하기 때문에, 상권 더 깊숙히 들어가려는 사람들은 거듭 뒤돌아 트럭을 쳐다봤다.
발걸음이 멈춘 사람들에게는 동물해방연대 관계자나 자원 봉사자가 법안 취지를 설명하고 포스트잇 작성을 요청했다. 준비한 판넬도 모자라 트럭 운전칸 3면이 도배됐다. 일본어, 영어, 스페인어 등 외국인이 작성한 메시지도 있었다. 포스트잇 내용은 개 도살 금지, 개고기 금지 등을 촉구하는 내용이 주가 됐지만 다른 동물들의 생명을 존중하자는 내용도 있었다. 일부 사람은 인터넷으로 알리겠다며 '셀카'를 찍기도 했다.
주로 20·30대가 서명했지만 일부 노인들의 마음도 움직다. 한 할머니가 친구로 보이는 한 할아버지를 가리키며 "개고기 먹지?"라고 거듭 물었지만, 할아버지는 대답하지 못했다. 어떤 노인은 단체 관계자들에게 힘내라고 커피를 주기도 했다.
양권순(71)씨도 눈을 떼지 못한 행인 중 하나였다. 양씨는 "18년 동안 기르는 '삼식이'가 생각난다"며 "저렇게 개를 지지면서 먹겠다는 사람은 발로 차야 한다"며 발길질 시늉을 하기까지 했다.
반면 퍼포먼스가 과도하다며 싫어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일부 초등학생들은 "소리가 너무 리얼해"라고 하며 트럭을 지나쳤고, "이런 (퍼포먼스) 싫어하는 사람은 어떻게 하려고 이러나"고 수군거리는 20대 여성들도 있었다. 눈쌀을 찌푸리며 '징그럽다'·'무섭다'고 말하는 행인들도 부지기수였다.
이에 대해 동물해방물결은 불호조차도 자신들이 의도한 바라고 설명했다. 이지연 동물해방물결 대표는 "바로 이게 도축업자들이 하는 일"이라며 "우리 퍼포먼스는 이를 알리기 위한 목적"이라고 말했다.
지난 24일 서울 홍대패션거리에 동물단체 동물해방물결이 기획한 '악당트럭'이 정차해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