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이틀 앞둔 25일 '신한반도체제'를 공언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번 베트남 하노이 회담에서 '종전선언'에 합의해 지구상 마지막 남은 냉전체제를 해체할 것이라는 기대가 담겼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한반도 운명의 주인은 우리"라면서 "우리는 지금 식민과 전쟁, 분단과 냉전으로 고통 받던 시간에서 평화와 번영의 시대를 주도하는 시간으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우리 손으로 넘기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아울러 "역사의 변방이 아닌 중심에 서서, 전쟁과 대립에서 평화와 공존으로, 진영과 이념에서 경제와 번영으로 나아가는 신한반도 체제를 주도적으로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신한반도체제 구상'의 구체적인 내용은 3·1절 연설문에 상세히 담길 예정이다. 우선 27~28일 제2차 북미 정상회담 최종결과를 보고 세부내용이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북미가 비핵화 상응조치로 금강산 관광이나 개성공단 재개 등 남북경협의 실마리를 찾을 경우 관련 준비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별도 브리핑에서 2차 북미회담 전망에 대해 "종전선언의 형태가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으나 북미 사이에 얼마든지 합의될 가능성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종전선언의 형식·내용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주체만 놓고 봐도 많게는 4자 남북미중, 3자 남북미, 2자 북미 등 여러 방식이 있을 수 있는데 어떤 형식의 종전선언이라도 우리 정부는 환영한다"고 부연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회담이 성과를 거둔다면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라며 "지금 한미동맹, 남북관계, 북미관계는 모두 과거 어느 때보다 좋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반도 문제의 주인으로서 남북관계와 북미관계가 선순환하고,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공동번영의 길로 나아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북한 경제가 개방된다면 주변 국가들과 국제기구, 국제자본이 참여하게 될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도 우리는 주도권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선 "과거의 북핵 외교 실패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대담한 결단과 새로운 외교 전략으로 대북 외교를 직접 이끌고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구상 마지막 남은 냉전체제의 해체에 성공한다면 세계사에 뚜렷하게 기록될 또 하나의 위대한 업적이 될 것"이라며 전폭적인 지지와 협력을 약속했다. 김 위원장을 향해서도 "핵 대신 경제 발전을 선택해 과거에서 미래로 나아가려는 결단에도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가 두 정상을 성원하며 회담의 성공을 기원하는 것은 한반도에서 전쟁 위협과 안보 불안을 해소하고, 평화경제의 시대로 나아갈 수 있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힘들게 여기까지 온 상황에서도 여전히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의 개선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발목을 잡으려는 사람들이 있다"면서 "모두가 색안경을 벗어던지고 우리에게 다가온 기회를 붙잡는 데 전력을 다하자"고 촉구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마친 후 밝게 웃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