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폐막한 MWC 2019는 5세대(5G) 이동통신이 글로벌 화두임을 확인해줬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유럽, 일본, 중국, 중동 등 각국의 통신 장비와 서비스 업체들은 5G 시대 우위를 점하기 위해 5G 서비스를 앞다퉈 소개했다. 5G 기반의 가상현실(VR)·증강현실(AR)뿐만 아니라 자율주행자동차, 원격의료, 스마트팩토리 등 전산업 영역에 걸쳐 변화될 모습을 보여줬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12월 세계 최초로 5G 전파를 송출했고, 이제 다음달에는 세계 최초 5G 이동통신 상용화를 예고한 상황이다. 2번의 세계 최초 기록을 연달아 쓰며 IT 강국의 면모를 과시했다. 하지만 글로벌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점을 고려하면 세계 최초 5G 상용화라는 기록에 한가하게 취해있을 때가 아니다.
5G가 성공적으로 꽃을 피우려면 안정적인 네트워크를 제공하기 위한 망 구축뿐만 아니라 5G의 비즈니스모델(BM)이 제대로 구현돼야 한다. 5G를 플랫폼 삼아 다양한 사업 기회를 만들고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안착시켜야 한다. 가령 4G 롱텀에볼루션(LTE) 시대 구글과 페이스북 등 인터넷 업체들이 패권을 쥐었듯 5G 시대에 맞는 BM을 부지런히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올해 MWC에는 배트맨·해리포터 등의 저작권을 가진 워너브라더스가 인텔과 협업해 배트맨 VR 콘텐츠를 전시관에서 공개했다. 5G 기술 상용화로 VR이 보편화되고, 이에 따라 콘텐츠 수요가 늘어날 것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홀로렌즈2를 공개했다. 홀로렌즈2는 현실에 가상의 3차원(3D) 정보를 올려 클릭 등 정해진 동작으로 작동하는 웨어러블 홀로그래픽 컴퓨터다. 홀로렌즈2를 쓰면 혼합현실(MR) 환경에서 환자를 고치거나 집을 고치는 등의 활동이 가능해진다.
5G 시작에 맞춰 글로벌 시장은 5G와 결합해 실현할 수 있는 서비스 경연장이 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는 5G 서비스를 막는 규제들이 널려있다. 인공지능(AI)·빅데이터 등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개인정보 규제를 비롯해 방송규제, 통신규제 등이 대표적이다. 웨어러블 기기에 대한 심전도 측정 허용을 원격의료 허용으로 보고 반대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MWC 부스를 돌아본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자칫 우리가 (5G) 장을 만들어놓고 재미는 다른 곳에서 볼 수 있을 정도로 위기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우리가 계속 주도하려면 5G 위에서 꽃피울 BM에 집중해야 한다"고도 했다.
불필요한 규제는 제거해야 한다. 5G는 산업 간 융합이 필수다. 우리나라가 5G 시대를 실질적으로 선도하려면 세계 최초 상용화 개시 국가를 넘어 생태계 측면에서 경쟁력을 꾀할 수 있도록 융합을 통한 혁신을 이뤄야 한다.
이지은 중기IT부 기자 (jieun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