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운상가군 개발' 갈등 고조…상인들 "보행길 조성 철회하라"

일조·조망권 침해, 매상 하락 및 안전 등 우려…득 보다 실 더커

입력 : 2019-03-11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세운상가부터 진양상가까지 7개 세운상가군 건축물을 공중 보행교로 이어 종묘부터 남산까지 남북 방향으로 보행축을 조성하려는 서울시 프로젝트가 지역 상인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지난 8일 오전 '삼풍·진양·인현상가 및 지역주민 환경개선추진위원회'는 서울시청을 항의 방문해 보행데크를 철거하고 육교 설치 계획을 변경하라고 요구했다.
 
지난 8일 오전 서울시청에 놓인 '삼풍·진양·인현상가 및 지역주민 환경개선추진위'의 세운 보행길 반대 구호. 사진/신태현 기자
 
추진위는 특히 상가들 양 옆에 있는 상인들의 피해를 강조했다. 보행통로가 상가 3층에 해당하는 높이라, 양 옆 지상에 있는 상인들은 득될 것이 없고 오히려 손해볼 가능성이 있고, 일조권·조망권이 침해되며, 소방차가 들어오지 못하는 취약한 안전 환경이 해결되지 않는다는 논리다. 대림상가 측면의 상인 A씨는 "보행통로 개발 때문에 지상 사람이 다닐 곳은 비좁아졌고, 그늘이 져 우범지대가 될 것 같다"고 불평했다.
 
현재 상가군 중 가장 북쪽에 있는 세운상가부터 대림상가까지는 보행통로가 조성됐고, 삼풍상가부터 가장 남단의 진양상가는 오는 2020년 4월 완공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 중이다.
 
이날 항의 방문은 추진위가 보행 데크 철거에 찬성하는 상인 800명 서명을 서울시에 전달하며 담당자와 면담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비공개로 이뤄진 면담 분위기는, 서울시가 공사를 빠르게 진행하겠다고 하면서 격해졌다는 후문이다. 이영상 위원장이 "공사 강행하려면 날 공사장에 묻어라"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이 위원장은 "법정 싸움을 할 것"이라며 "상인들에게 위임 동의서 서명을 얻으러 돌아다니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8일 오후 서울 중구 인현상가에 세운상가군 보행길 개발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붙어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9일 오후 삼풍·진양·인현상가 측면에서 만난 상인들 역시 개발 계획에 대해 한결같이 손을 내저었다. B치킨집은 보행데크에서 내려오는 계단과 점포 사이가 2m도 채 안돼보였다. 사장 임모씨는 "완전히 통로가 꽉 막혀버려서 매상에 좋지 않을 것"이라며 "세금 낭비로 보인다"고 말했다.
 
주변에 산재한 인쇄업자들도 시선이 곱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개발로 인해 긍정적인 효과는 체감되지 않지만, 예상되는 부정적인 효과는 불안하다는 내용이었다. 주모씨는 "을지로2가가 재개발되면서 이곳으로 대거 옮긴 게 이곳의 인쇄업자들인데 또 옮길지도 모른다"며 "상권 활성화를 위한 프로젝트라는데 대체 어떤 상권을 위한 것이냐"고 반문했다.
 
서울시는 보행길 조성이 모든 시민을 만족시키진 못하더라도 진행할 가치가 있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상인들이 우려하는 바는 알고 있다"며 "보행 데크로 유동인구가 많아지고, 일부 구간에서 측면 가게들과의 연결통로를 만들면 사정이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9일 오후 서울 중구 진양상가에 세운상가군 보행길 개발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붙어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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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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