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숙의 파리와 서울 사이)내 탓이요, 내 탓이로소이다

입력 : 2019-03-12 오전 6:00:00
고려청자하면 비취색이 연상된다. 그 우아한 푸른빛은 한국의 하늘빛을 닮았다. 우리나라 하늘은 눈이 시리도록 청명하고 드높았다. 그러나 이제는 전설 속 얘기가 돼버렸다. 지난 6일 한국의 하늘은 덤프트럭이 비포장도로를 질주한 것 마냥 뿌연 먼지로 뒤덮였다. 그날 수도권의 미세먼지 농도는 180을 넘었다. 이런 날 외부에 3시간 노출되면 연기로 가득한 흡연실에 10분간 갇힌 것과 같다고 한다. 재앙이 따로 없다.
 
정부는 미세먼지 대책을 세우겠다고 약속만 한 채 지금껏 원인규명 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이 와중에 내놓은 대책들도 불충분해 보인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공무원 차량 2부제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이를 어기는 공직자에게 인사상의 불이익을 준다고 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전체 공무원 수는 100만 명 남짓이다. 인구 5000만 명 중 100만 명이 차량 2부제를 한들 얼마나 효과가 있겠는가. 또한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불이익 운운하는 것이 온당한가.
 
미세먼지의 주범은 중국이라고들 하지만 일설에 따르면 그 영향은 계절에 따라 70%가 될 수도, 30%가 될 수도 있다고 한다. 평균 50%는 중국 탓이라고 해도, 나머지 50%는 국내 요인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국민 모두 미세먼지와의 전쟁을 시작해야 하지 않겠나. 미세먼지는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내 자신이 원인이다.
 
프랑스는 지난 2016년 말 파리 시내가 온통 미세먼지로 가득 차 비상사태에 돌입한 적이 있다. 대기오염으로 사망하는 프랑스인은 연 평균 4만8000명 수준이다. 전체 프랑스인의 사망률 중 9%를 차지해 담배로 인한 사망률(11%) 다음이고, 자동차사고 사망률 보다 10배 높다. 대기오염이 이처럼 프랑스인들의 생명을 위협하자 프랑스 정부는 지자체와 함께 대책 마련에 돌입했다. 특히 파리시는 2020년까지만 디젤차를 운행할 수 있게 하고 전기차·하이브리드차 운전자들에게는 부가가치세를 공제해 줄 방침이다. 또한 도시 전 지역에서 전기차를 임대할 수 있는 ‘오토리브(Autolib)’ 서비스와 공용자전거를 대여할 수 있는 ‘벨리브(Velib)’ 서비스를 활성화하고 있다. 그리고 시내에서 자동차 운행 속도를 시속 30km로 제한할 방침이다.
 
이처럼 정부가 자동차 이동 통제조치를 발표하자 시민들은 신속하게 개인용 이동수단으로 갈아타기 시작했다. 엔진을 장착한 개인용 이동기기들은 걷는 것보다 최대 5배 빠르게 이동할 수 있어 직장인과 대학생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10월30일 코트라가 발표한 ‘프랑스에서 개인용 이동기기 대인기’ 보고서를 보면, 프랑스인의 13%가 개인용 이동기기(전동스케이트보드, 호버보드, 모노사이클 등)를 이용하고 있다. 그 이유는 대부분 대중교통을 피하고 편리하게 이동하고 싶어서다.
 
물론 이 새로운 교통수단의 등장은 뜻밖의 문제를 유발하고 있다. 보행자를 위협하는 안전문제다. 전동 스케이트보드는 프랑스의 대도시 거리에 몇 개월 사이 범람하기 시작했다. 이 새로운 교통수단에 대한 법적 조치는 아직 애매하다. 헬멧을 써야함에도 불구하고 이는 의무사항이 아니다. 교통법규 상으로 롤러스케이트는 보행자와 유사해 인도 위를 시간당 6km 속도로 달릴 수 있다. 그러나 전동 스케이트보드는 좀 복잡하다. 현행법상 인도를 포함해 공공도로 위를 달릴 권한이 없다. 이용자는 자전거 전용도로를 이용하려 한다. 그러나 공식적으로는 그 곳을 이용하는 것도 금지돼 있다. 그러나 전동 스케이트보드를 대여하는 비르(Bird)는 이용자들에게 “자전거 도로를 달리는 것이 좋다”고 알려준다.
 
이에 파리시는 조정자로서 다음과 같은 행동을 취하기로 결정했다. “인도를 달리거나 보행자 길을 달리며 혼란스럽게 하는 스케이트보드 이용자들에게 범칙금을 부과할 것이다.” 벌금은 135 유로다. 또 하나의 문제는 주차장소다. 전동 스케이트보드는 자주 인도 한가운데서 멈추거나 보행자의 보행을 방해한다. 파리 이사회(Conseil de Paris) LR그룹의 회장 플로랑스 베르투(Florence Berthout)는 잘못 주차하는 이용자들에게 벌점을 주는 법규를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파리시 역시 잘못 주차한 전동 스케이드보드는 견인하고 벌금을 물릴 작정이다.
 
이처럼 새로운 교통수단의 출현은 새로운 대책을 필요로 한다. 중요한 것은 대기오염과의 전쟁을 프랑스정부 혼자만 치르는 것이 아니라 국민과 함께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 국민들도 정부 탓만 하지 말고 환경 보호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실천이 무엇인지 스스로 찾아 시작해 보라. 가톨릭 신자들은 “내 탓이오, 내 탓이오, 내 큰 탓이로소이다(메아 꿀빠, 메아 막시마 꿀빠)”라고 가슴을 치며 스스로를 반성한다. 이렇게 반성할 때 답이 보인다. 우리 모두가 환경오염의 주범이다.
 
지난 주 한 TV프로그램에 출연한 모 교수는 “겨울철 미세먼지의 주범은 자동차가 아니고 난방인데, 자꾸 자동차 탓만 한다”며 못마땅해 했다. 이런 사고방식이라면 미세먼지와의 전쟁은 백전백패다. 난방도 큰 원인이지만 자동차도 큰 원인이 맞다. 자동차 운행을 줄이는 것도 대기질 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한강 유람선을 출퇴근 교통수단으로 활용하고, 자전거나 전동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출퇴근 할 수 있게 도로사정을 정비하면 어떨까. 그렇게 되면 한국의 하늘은 확연히 달라질 것이다.
 
최인숙 고려대 평화와민주주의연구소 연구교수·파리정치대학 정치학 박사(sookjuliette@yahoo.f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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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