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미 트럼프 대통령은 신년 국정연설에서 지난해 경제적 성과를 크게 자평했다
. 트럼프가 한마디 말하면 청중이 박수를 쳤다
. 그게 계속 반복돼 나중엔 박수치는 사람도 속으론 욕할 거라고 생각될 정도였다
. 일자리
, 임금 등 열거한 성과가 그만큼 많았다
. 이후 수치가 잘못됐다는 팩트체크도 있었지만 지난해 미 경기가 좋았던 것은 부정할 수 없다
. 한 때 과격한 공약으로 미치광이로까지 묘사됐던 트럼프가 경제면에서 반전 능력을 보이고 있다
. 인지상정으로 그런 성과에 부러움도 생긴다
.
그러나 그 수단이 합리적인지, 공정하며 정의로운지 판단해 보면 부정하게 된다. 극단적인 보호주의는 단기적 성과를 볼지라도 지속가능하지 않다. 세계 교역에서 한쪽만 득을 보는 상황이 유지될 순 없다는 걸 역사가 증명해왔다. 보호주의가 득을 본대도 우리가 따라 해선 안 되는 이유는 무엇보다 그것이 불합리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조세도 마찬가지다. 한쪽이 득을 보면 한쪽은 부담을 진다. 어느 한쪽이 손해본다고 여기면 과세하기 힘들다. 그래서 형평과세가 중요하다. 정부가 그런 목적에서 최근 고가 토지, 주택 등 부동산 공시가격도 올리고 있다. 조세저항이 있지만 그래도 추진하는 이유는 그동안 불공평했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와 부동산에 적용한 잣대로 보면 주세법을 내버려 두는 것은 잘못이다. 수입 맥주에 특혜를 주는 주세법은 개정할 필요가 있다. 저렴한 수입 맥주를 찾는 소비자 후생을 고려해 법안 처리가 늦춰져 왔지만 그것은 조세정의가 아니다. 애초에 건강을 위협하는 술, 담배 등에 소비자 후생 운운은 모순이 있다.
저렴한 술로 민심을 달래고자 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래도 그보다 우선시 되는 것은 형평과세다. 수입맥주가 너무 많이 팔려 막겠다는 보호주의가 아니다. '밑장빼기'를 잡겠다는 형평성 차원의 접근이다. 수입맥주가 신고가를 낮춰 절세한 뒤 그로 인해 확보한 가격경쟁력으로 매출을 불리고 그 속에 배당도 불려 본국으로 이익을 환수한다. 물론 국내 업계의 주장이지만, 실제 맥주 수입사 재무흐름에 나타나는 현상이며 국내법을 이용해 취할 수 있는 수단이다. 이같은 불공평 과세는 배당으로 인한 국부유출 문제로까지 비화된다. 시간은 금이다. 주세법 개정을 망설이는 동안 국부가 새고 있다.
정부는 내달 맥주도 소주도 가격이 오르지 않는 선에서 개편안을 내놓겠다고 했다. 업계는 그게 가능한지 의아해 한다. 맥주 과세기준을 글로벌 스탠다드인 종량세로 맞추면 소주값도 오른다는 게 쟁점이다. 소주는 막걸리와 더불어 전통주 개념으로 접근하면 어떨까. 굳이 글로벌 기준에 맞출 필요가 없다.
주류는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일단 세법을 바꾸면 조세저항이 생긴다. 그럼에도 우리는 형평과세를 지향해야 한다. 저출산, 고령화로 갈수록 재정건전성이 나빠질 것을 고려하면 더더욱 그러하다. 정부가 복지차원에서 재정지출을 늘리려면 국민이 납득할 조세정책이 필요한데 형평과세에 예외가 있을 수 없다.
이재영 산업2부장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