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 심사에 대해 다른 경쟁 당국이 합리적 판단이라고 할 수 있는 결론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11일 오후(현지시각) 유럽연합(EU)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요하네스 라이텐베르거 EU 집행위원회 경쟁총국장과 비공개 회담을 가진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다른 국가보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기업결합 심사 결과를 먼저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세계 1위 조선소 현대중공업과 세계 2위 대우조선해양의 인수하는 절차가 진행 중이다. 지난 8일에는 현대중공업이 산업은행으로부터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는 본계약을 체결하면서 '매머드 조선소' 탄생을 앞두고 있다.
문제는 공정위와 전 세계 30여 개 경쟁 당국의 기업결함심사 문턱이다. 두 회사가 결합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세계 조선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상당하다. 국내에서는 자산총액 또는 매출이 3000억원 이상인 회사가 300억원 이상의 회사를 인수할 때는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 신고를 해야 한다.
이런 가운데 김 위원장은 "한국 기업을 키우기 위한 결론을 내린다고 하더라도 다른 국가가 승인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며 "다른 국가 경쟁 당국이 우리 판단을 무리 없게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는 혹시 모를 외국 경쟁 당국의 불허 결정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한국이 먼저 합리적 결론을 내리고 이를 해외 경쟁 당국이 참고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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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EU경쟁당국이 올해 철도차량 제조업체인 독일 지멘스(세계 2위)와 프랑스 알스톰(세계 3위)의 합병에 대해 독점 체제를 이유로 불허한 선례가 있어 선뜻 낙관하기는 아직 이르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외국 경쟁 당국의 기업결합심사 통과 가능성에 대해 50%를 넘는 선으로 잡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독일 지멘스, 프랑스 알스톰 사례와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합병 케이스는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며 "고속철도는 사실 하나뿐이지만 선박은 LNG선 등 종류가 무척 많고, 시장 획정 문제가 훨씬 복잡하다"고 설명했다. 시장 획정은 두 회사의 합병에 따라 영향을 미치는 시장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한편, 김 위원장은 지난 10일부터 17일까지 세르비아, 벨기에, 독일을 잇달아 방문해 국내 재벌개혁 정책을 소개하고, 공기업 경쟁법, 4차 산업분야 경쟁법 집행 등 관련 분야 노하우를 공유한다.
세종=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