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정준영 동영상을 대하는 사회 의식

입력 : 2019-03-13 오전 11:38:02
승리 버닝썬논란이 정준영 동영상사건으로 번지는 등 점입가경이다. 그 속에 사건을 보도한 한 언론매체는 동영상 유출 피해자 관련 유추가 가능한 단서를 던졌다. 다행히 댓글에선 그게 누군지 추리하기보다 피해자를 보호하지 않는 언론의 어그로행태에 비난이 쏟아졌다. 이미 이런 기사 유형에 경험이 많은 사람들은 선택적 소비를 한다.
 
얼마 전에는 여성가족부의 아이돌 그룹 외모 간섭 논란이 있었다. 여가부는 음악방송에 출연하는 아이돌 그룹 외모가 획일적이라며 지나친 화장, 노출·밀착 의상, 신체 노출을 하지 못하도록 가이드라인을 방송사 측에 전달했다. 특히 비슷한 외모의 출연자가 과도한 비율로 출연하지 않도록 한다는 등의 문구도 포함돼 네티즌을 자극했던 듯 보인다. 성역할 고정관념을 깬다는 취지였는데 공감을 얻지는 못했다. 표현의 자유 문제도 있지만 아이돌 외모가 비슷하다고 보는 관점이 누리꾼들 인식과 거리가 있었다. 아이돌 성역할이 굳어졌다고 보는 게 고정관념이란 비판이다.
 
이 논쟁은 대중이 판단할 영역에 정부가 침범하는 데서 빚어진 마찰이다. 비슷한 사례가 최근 중국에서도 포착된다. 중국 정부 산하 싱크탱크는 더 많은 산모들이 모유 수유를 하도록 분유 광고를 제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현지 설문조사 결과, 산모와 어머니 약 90%6개월 미만 출산휴가만 받았고 직장 내 모유 수유가 가능한 공간도 20%에 불과하다며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멜라닌 분유 파동 이후 중국 시장에선 모유 수유 대신 외국산 분유 수입만 늘었다.
 
이 게 남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도 30년 넘게 모유 수유를 권장한다는 취지로 분유 광고를 규제하고 있다. 그렇다고 모유 수유가 늘은 게 아니다. 그 사이 우리도 수입산 분유 수입 비중이 커졌다. 분유통에 아기 모델 사진도 못 쓰게 한다.
 
사교육비 부담에 아이 낳기 두렵고 맞벌이를 해도 가계가 빠듯하다. N포 세대는 연애까지 포기하는 마당에 출산율 대책을 끌어모아도 모자랄망정 모유 수유를 권하고 분유를 규제한다는 게 너무 동떨어진 얘기로 들린다. 산모가 선택할 권리를 사전에 차단하는, 일종의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으로도 비칠 수 있다.
 
이르면 2020년부터 주류광고에선 모델이 술을 직접 마시는 장면이 금지된다. 음주를 유도하고 미화하는 광고를 막기 위한 취지다. 주취자 난동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하다보니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다. 술 마시는 장면을 지운다고 머릿속에서도 지워질까. 궁여지책으로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소비자의 의식에 관여하려는 규제는 인간 본연의 자유를 억압하는 위험 소지가 있다. 더욱이 디지털 시대에 들어서 광범위한 정보를 습득하는 소비자는 더 다양한 사고와 개성을 가지면서 선택에 대한 욕구도 강해졌다. 그 눈높이에서 보면 의식에 대한 규제는 구시대 유물과 다를 바 없다.
 
이재영 산업2부장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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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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